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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우리나라에는 없는 사찰 풍경제주도 관음사로 2박 3일, 가족여행 코스를 시작했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로 가는 길목, 관음사는 한라산 동북쪽에 있었다. 우리는 5.16도로를 타고 한라산을 올랐다. 이 도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박정희 정권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한 건설물이다. 당시 국토건설단이라는 단체가 이 공사를 맡았는데, 이 국토건설단은 전두환 시절의 삼천교육대처럼 폭력배나 노숙자 등을 모아다가 도로 건설에 투입한 것이다. 이거 만들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니, 건설과정이 얼마나 혹독했을 지 짐작하겠다. 일당은 커녕, 닥치는데로 두드려 패서 사람을 불도저 삼아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죽을 고생을 한 사람들과, 실제로 죽은 사람들의 등골을 밟고, 우리는 몇 분만에 너무 쉽게 차를 타고 지나왔다. 이 5..
제주도는 엄마처럼 한결같이 맞아준다.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제주도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는 초등학생 때, 고등학생 때, 대학교 때, 한번씩 제주도에 왔다. 그때마다 제주도는 변함이 없었다. 언제나 새로왔고, 따뜻했다. 내륙이 겨울일 때 제주도는 봄이었고, 내륙이 봄일 때는 제주도는 여름이었다. 미래를 사는 섬 같았다. 그래서 제주도에 왔을 때, 꼬마였던 나는, 사춘기였던 나는, 군대에서 전역해 아직 복학하기 전이었던 나는 제주도의 포근한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는 다 잘 될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내가 가진 열등감이나 모난 부분들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라지고 말 것만 같았다. 사라졌을까? 사라지는 중일까? 제주국제공항 5번 게이트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5분 정도 갔을까? ..
새로운 여행의 시작, 공항이다. 광주공항에 도착했을 때가 새벽 5시 33분이다. 7월과 8월에 걸쳐 있는 계절답게 덥고, 무엇보다 해가 길다. 벌써 광주가 다 환하다. 이번 여름휴가는 형 내외가 결혼하고 몇 개월 안된 시점에서 떠나는 가족여행이다. 제주도로 2박 3일 일정으로 가기로 하고 한달 전부터 비행기를 예약해놓았다. 광주공항같은 경우 명시된 탑승시간에서 국내선은 25분 이내, 국제선은 45분 전에 수속을 완료해야 탑승할 수 있다. 우리는 만약을 대비해서 꼭두새벽부터 이렇게 달려온 것이다. 우리가 타는 제주도행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는 8시 15분 출발 예정. 8시 50분 도착 예정이다. 소요시간은 45분인 셈이다. 새벽에 도착한 광주공항은 텅 비어 있다. 광주공항을 한바퀴 빙 둘러보니 빠른 여행 수..
여행은 예상하지 못해서 더 좋은 것.김삿갓 생가까지 갔다오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오후 2시가 가까운 시각. 우리는 애초에 충북 단양에서 마늘정식을 먹자는 계획 대신 김삿갓 마을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모든 가게 앞에 김삿갓이 붙은 간판을 보니 영월 테마여행 비슷한 감상도 있었고, 아무튼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아 배고프다. 관광지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터미널 근처에서 먹는 밥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그러니까 비싸고, 불친절하고, 맛없고, 이 세가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 그런데 그것도 웃기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식당에서 먹는 밥은 직접 해먹는 것보다 비싸고, 친지들의 집에서 먹는 것보다 불친절하고, 엄마가 해준 밥보다 맛이 없다. 아 세번째는 아닐 수도, 어쨌든 너무 깐깐하..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사람이 태어난다. 강원도에는 웬만한 산들이 1000m를 훌쩍 넘긴다. 그래서 등산여행하면 강원도를 첫손에 꼽는 것, 설악산, 오대산을 시작으로 기라성같은 명산이 줄지어 있다. 영월군 쪽으로 김삿갓마을을 등산코스로 경유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마대산(1052m)이 김삿갓 유적지들을 품고있기 때문이다. 마대산은 강원도, 경상북도, 충청북도의 접경지로 유명하기도 하다. 마대산 등산 코스마대산 기슭에는 김삿갓문학관과 노루목의 김삿갓묘역이 있고, 김삿갓 생가라고도 부르는 김삿갓 주거지가 마대산 중턱에 있다. 김삿갓면 와석리에 있는 마대산을 완주하려면 8km정도 걸어야 하고, 약 4시간 30분이 걸린다. 등산여행 코스는 김삿갓 묘역에서 출발할 경우, 1.8km, 약 25분을 걸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있다. 김삿갓마을영월의 펜션에서 자고 일어나 다음 갈 곳을 찾기 시작했다. 노트북을 켜니까 윈도우8에서 10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업그레이드 눌러놓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5인치의 좁은 화면 속에 강원여행에 대한 온갖 지도와 포스팅, 관광상품정보들이 뜬다. 강원여행 안에서 영월을 찾아보았다. 영월에 또 뭐가 있나? 보니까 김삿갓마을이란 게 있다. 뭐냐, 이건. 나는 그냥 강원여행 테마 상품이겠니, 하면서 눌러보니까 진짜 행정구역이 영월군 김삿갓면이다. 마을 이름이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를 봤더니, 2009년. 김삿갓의 무덤이 그곳에서 발견되면서 마을 이름을 바꾼거란다. 그러면 그렇지. 이걸 또 강원여행상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영월에서 추친한거다. 김삿갓의 무덤과 생가..
이런 것을 모르고 살다니, 싶은 곳. 강원도 영월군의 한반도 지형은 국내여행 코스에서 빠지면 안된다. 이 사진만 보고 감이 오지? 그렇다. 이건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한반도 지형이 아니다. 백두대간에서부터 태백산맥, 호남평야까지 그 높낮이와 길이까지 정확하게 표현한 거다. 아니 표현한 사람이 없으니까, '표현된'이겠다. 우연이라는 미묘한 분이 표현했다고 하면 될까? 이 미묘함이 이곳을 국가지정 명승 제75호로 등재시켰다.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지형도라면 어렸을 적 한반도가 토끼 모양으로 생겼다느니, 호랑이 모양으로 생겼다느니, 하는 경우가 있다. 토끼는 일본이 우리를 순진하고 나약한 민족으로 격하시키기 위해 날조한 국토 모양이며 한반도는 원래 일본을 할퀴고 있는 호랑이 모양이라고..
시간을 다시 되돌려 그곳에 가고 싶다.강원도 숙소에서의 저녁. 이날 만찬으로 펜션에서 바베큐파티를 열었다. 펜션측에서 옥수수와 감자를 제공했다. 원래 상추랑 야채들도 제공하니 고기만 사가지고 오는 식이었는데, 장마로 상추들이 못 쓰게 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상추, 깻잎, 고추같은 걸 사왔다. 펜션으로 들어오는 마을 초입에 바베큐할 때 쓰는 삼겹살, 목살, 소시지 등을 파는 가게가 있어 거길 이용하면 된다. 다시 나가기 번거로우니 펜션을 이용한다면 올 때 한번에 고기를 사오길 추천한다. 아마 인근 영월 학산 기슭에 운학캠핑장도 있기 때문에, 강원도 숙소들을 비롯한 업체들이 바베큐파티 물품 수요를 그곳에서 충당하는 듯 하다. 측에서 밭에서 직접 딴 감자와 옥수수를 제공했다. 옥수수같은 경우 요청하면 준다고 해..
오래오래 묵고 싶은 숙소였다. 강원도 영월에서 우리가 펜션예약해 숙박한 곳은 다. 뭐 어렸을 때 부모님 단체 여행으로 해수욕장 놀러가거나 그러면 얼핏 안에서 뭐도 해먹고 했던 기억이 나긴 한다. 지금와서야 그게 펜션이었구나, 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거 예약은 형이 했는데, 아마 전에 영월여행 갔을 때 묵었던 경험을 살려 했을거다. 펜션 위치를 비롯해 가격 등 여러 사항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가족여행에도 이곳으로 숙박지를 정한 듯 하다. 처음에 엄마가 나더러 형이 예약한 어떤 방인지, 인터넷으로 보자고 했을 때, 펜션 예약한 간판 이름을 엄마가 잘 기억을 못해 한참을 이 이름, 저 이름으로 뒤적거렸다. 해질녘 바람소리, 저물녘 강물소리 등 한참을 찾다가 영월펜션, 강원도펜션, 원주펜션 등으로 접근했다...
혼자여행하기 좋은 청령포강원도 영월에 있는 청령포는 혼자여행하기 좋다. 이곳은 단종 임금이 15세의 어린 나이로 와서 17세에 끝내 죽임을 당하고 만 유배지이다. 이곳이 왜 섬이 아니라 포라고 부를까, 궁금했는데, 이곳은 섬 아닌 섬이다. 삼면이 서강의 물로, 그리고 한쪽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으나 오갈 수 없는절벽이다. 이 청령포 속에서 옴싹달싹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냈을 단종이 얼마나 무력감을 느꼈을 지, 그리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수양대군과 조정의 사람들을 얼마나 원망했을 지 생각해볼 수 있다. 지형 자체만으로 그 장소에 얽힌 사연을 웅변할 수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혼자여행이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자신만의 유배지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청령포만큼 혼자여행하기 좋은 곳은 드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