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영월 테마여행, 김삿갓주막에서 곤드레나물밥을 먹었다 본문

국내여행/강원

영월 테마여행, 김삿갓주막에서 곤드레나물밥을 먹었다

Dondekman 2017. 3. 6. 00:00
반응형

여행은 예상하지 못해서 더 좋은 것.

김삿갓 생가까지 갔다오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오후 2시가 가까운 시각. 우리는 애초에 충북 단양에서 마늘정식을 먹자는 계획 대신 김삿갓 마을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모든 가게 앞에 김삿갓이 붙은 간판을 보니 영월 테마여행 비슷한 감상도 있었고, 아무튼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아 배고프다.

관광지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터미널 근처에서 먹는 밥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 그러니까 비싸고, 불친절하고, 맛없고, 이 세가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 그런데 그것도 웃기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식당에서 먹는 밥은 직접 해먹는 것보다 비싸고, 친지들의 집에서 먹는 것보다 불친절하고, 엄마가 해준 밥보다 맛이 없다. 아 세번째는 아닐 수도, 어쨌든 너무 깐깐하게 이론화시키면 답이 없다는 얘기다.



김삿갓 마을에서 내려오는 길에, 아까 올 때도 봤던 김삿갓 주막이 보인다. 큰길가에 입간판으로 김삿갓 주막임을 알리고 있었고, 이렇게 주막 입구에는 '든돌 대장군'이라고 쓴 장승도 양편에 있다. 민속촌 테마여행같다. 김삿갓이 쓴 <간음야점>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艱飮野店

간음야점(주막에서)


千里行裝付一柯 

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의지했으니

餘錢七葉尙云多 

남은 동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다

囊中戒爾深深在 

내 너를 주머니 속 깊이 두고 묶었는데  

野店斜陽見酒何 

석양 비낀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이제 어찌할꼬



뽀빠이 아저씨가 다가가면서 글씨를 남겼다. 캘리그라피하듯 맛깔스러운 필체다. 아까 내가 말했던 비싸고, 불친절하고, 맛없고를 불식시키듯 밥맛도 최고예요, 친절한 곳! 이란다. 벽에 쓴 글씨 밑에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붉은 고추가 놓여 영월 테마여행의 풍미를 더 돋군다.

써 있는 가격표로는 닭볶음탕 오만냥, 민물매운탕 오만냥, 곤드래밥 팔천냥, 메밀부추전 만냥, 옥수수 동동주 오천냥, 맥주 사천냥, 소주 삼천냥, 그렇다. 원 대신 냥을 붙이니까 뭔가 더 저렴해보인다. 뭐 관광지니까 이 정도 가격은 예상했다.

시간도 때가 많이 지났고 해서 가장 빨리 나오는 게 곤드레밥이란다. 해서 그걸 시켰다. 곤드래밥 4개. 그러니까 이날 김삿갓 생가에서 내가 슬로우 테마여행을 한 덕분에 곤드레밥을 먹게된 셈이다. 나도 몰랐다. 표지판에서 말했던 1.3km 가면 김삿갓 생가가 나온다는 게 그렇게 가파른 산길을 의미할 줄은 말이다.



김삿갓주막의 소박한 곤드레밥. 반찬으로는 강원도 산골스럽게 각종 나물무침이 올라온다. 나는 한 그릇 나온 밥과 곤드레나물, 그리고 들기름과 간장만 해서 쓱삭쓱삭 비벼 먹었다. 맛있다. 확실히 음식은 재료를 많이 넣는다고 맛있는 게 아니다. 재료의 맛을 얼마나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이 반찬이다. 


곤드레나물밥

곤드레나물밥은 옛날, 잡곡에다 나물을 듬뿍 넣어 비벼먹던 식품이었다. 그러니까 곤드레나물은 먹을 것이 없을 때 사람들을 굶주림으로부터 구하던 구황식물이었던 셈. 5월~6월에 잎이 부드러울 때 삶아서 말린 뒤 넉넉히 보관해놨다고 한다. 지금은 곤드레나물을 별미라고 많이들 먹지만, 옛날분들은 별로라 할 듯 하다. 우리 엄마만 해도 어렸을 적 꽁보리밥을 질리도록 먹었다며, 집에서도 보리밥은 잘 안하시더라. 어쨌든 곤드레나물은 예전엔 지천으로 자라 캐기만 했던 게, 요즘은 찾는 곳이 많아 대량재배하기도 한단다.

정식명칭은 고려 엉겅퀴. 바람에 흔들릴 때면 넓은 잎사귀가 마치 술취한 사람처럼 보인다고 해서 곤드레라는 애칭이 붙여졌다. 곤드레 만드레 나는 취해버렸어~♩ 노래 속 곤드레가 우연히 같은 발음인 줄 알았더니, 곤드레나물 어원을 꿰뚫는 말이었다.

곤드레나물은 어혈이라고 하는, 몸의 뭉친 피를 풀어준다. 미역국을 먹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피를 맑게 해서 생리불순이나 산후부종같은 부인병에 썼다고 한다. 이뇨작용을 하며 혈압을 낮추는 효능을 가진다. 그리고 유독성있는 합성화학물질이나 알콜 분해에 탁월하다고 전해지며, 건성피부질환에 좋다고 한다. 곤드레나물 여행이 된 영월 테마여행이다. 지금 집 찬장에도 말린 곤드레나물이 있는데, 점심에 먹어야 겠다. 

참, 이날 김삿갓주막에서 강원도 메밀가루를 샀는데, 그걸로 김치전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영월 먹거리 테마여행이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