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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행하기 좋은 강원도 영월 청령포 본문
혼자여행하기 좋은 청령포
강원도 영월에 있는 청령포는 혼자여행하기 좋다. 이곳은 단종 임금이 15세의 어린 나이로 와서 17세에 끝내 죽임을 당하고 만 유배지이다. 이곳이 왜 섬이 아니라 포라고 부를까, 궁금했는데, 이곳은 섬 아닌 섬이다. 삼면이 서강의 물로, 그리고 한쪽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으나 오갈 수 없는절벽이다. 이 청령포 속에서 옴싹달싹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냈을 단종이 얼마나 무력감을 느꼈을 지, 그리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수양대군과 조정의 사람들을 얼마나 원망했을 지 생각해볼 수 있다.
지형 자체만으로 그 장소에 얽힌 사연을 웅변할 수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혼자여행이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자신만의 유배지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청령포만큼 혼자여행하기 좋은 곳은 드물 것이다.
고독 찾아가기
내가 혼자여행을 다니기 전, 한참 전에, 어렸을 적 내가 처음 혼자라고 느꼈을 때는 초등학교 시험볼 때였다. 시험지를 받고 문제와 나만 있다고 느꼈을 때, 나는 혼자였다. 시험지에 연필을 가져가는 내 가슴에는 싸늘한 것이 훑고 지나갔다. 긴장감 저 너머에서 사각사각 달리는 연필소리에 오싹해지는 건,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혼자라는 느낌의 메아리였다.
그런데 그런 학교시험이 결국 하나의 허구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았을 때 혼자여행의 두번째 여정이 시작되었다. 진정한 시험이란 내가 출제한 문제를 내가 훌륭하게 풀어나가야 하는 것임을, 답은 없으며, 내가 답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임을 말이다.
어린 단종도 이곳에서 왕권의 허구를 느끼지 않았을까? 오늘날로 말하면 중학교에 다닐 동안 이 섬에 갇혀 있던 셈이었으니까, 처참한 사춘기였을 것이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배를 기다렸고, 한 20분 줄 서서 기다렸을까? 청령포 가는 배가 도착했다. 사실 배로 가기 민망한 거리긴 하다. 가물 때는 폭이 30m에 불과해서 옛날에는 말뚝에 끈을 매어놓고 그 끈을 당겨 배를 움직였다고 한다.
1분 남짓의 짦은 시간에 강을 건넜다. 500년 전의 강원도 영월, 그 유배지로.
배에서 내려 자갈길을 걸어가면 소나무숲에 에워싸인 단종어소가 나온다. 원래 자갈길조차 소나무숲이었다는데 단종의 탈출을 막기 위해 다 베어냈다고 한다. 울창한 숲을 베어내면 건너편에서 이쪽을 감시하기 좋기는 하겠다.
단종어소 마당에는 비석이 하나 서 있는데, 단종이 죽은 후대에, 영조 임금이 단종이 여기 머물렀다는 내용을 새겨 놓은 것이다. 단종어소의 집은 혼자이기엔 넓고, 여러 무리가 살기에는 좁은 집이다. 원래는 초가였다가 지금의 지붕은 뒤에 올린 것이라 하니, 풍채가 지금의 그것에는 훨씬 못 미쳤을 것이다.
집 안쪽으로 들어가면 선비를 접견하는 단종의 모습을 모형화시켜놓았다. 처음에 단종이 이곳에 왔을 때는 돌봐주는 사람도 없었고, 접견도 없었으니, 역시 이 모형의 풍채만 못했을 것이다. 꼬질꼬질해져 있을 15세 소년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한데, 뒤에 궁궐에서 3명의 나인이 도망쳐 나와 이곳까지 왔다. 세조는 그들을 쳐죽이려다 민심의 악화를 염려해서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단종어스 앞에서 이루어지는 문화관광 해설은 보통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시간 단위로 이루어진다. 나 있을 때 설명이 한창이었는데, 단체 관광에 고용된 가이드분인 줄 알았다. 맛깔나게 설명 잘 하시더라.
청령포의 소나무숲과 관음송
청령포의 소나무숲이다. 청령포 소나무숲은 제 5회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특히 그 중 가장 큰 관음송은 600백년 묵은 금강송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강원도 영월의 명물이다. 관음송觀音柗은 볼 관에 소리 음, 즉 단종의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그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관음송은 높이 3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소나무다. 말이 30미터지, 소나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보라. 저 사람들은 꼬마가 아니다. 소나무가 저렇게 큰데 이 근방에 높은 곳을 때렸을 벼락을 용케 피해와서 다행이다.
사진에는 비껴있는 각도로 소나무 밑둥쪽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는데, 단종은 이 갈라진 사이에 들어가서 외로움을 달랬다고 한다. 이제 이 소나무의 나이에 어린 단종의 비극적인 삶이 얹혀 전해지는 것이다. 혼자여행을 하면 이렇게 보이는 것에 보이지 않는 것이 겹쳐지도록 오래 오래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단종어소 일대의 소나무 숲을 벗어나면 금표비와 망향탑 등을 거쳐 전망대와 노산대에 다다른다. 각각 다른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청령포의 전망대로, 제법 등산을 해야 올라갈 수 있다. 하염없이 답답한 날의 단종이 산길을 마구 올라가고, 또 구르듯이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산에도 그렇고, 청령포에는 유난히 돌이 많다. 나루터 인근만 해도 자갈밭이니까, 물 속의 모래들을 보고 있으면 산의 바위와 돌덩이, 돌멩이, 자갈돌, 이렇게 점점 깨뜨리는 내용의 노래가 생각난다. 자갈돌 깨뜨려 모래알~♩ 하고 뒤에 랄랄라~ 하는 후렴구는 끝없이 순환하는 것의 비애와 신비를 담고 있는 듯도 싶은데, 청령포에서 돌과 모래를 보고 있으면 돌멩이같은 마음들도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결국 한들이 산산히 스러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만든다.
청령포 입장시간, 입장료
배 운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장 오후 5시까지다.) 매표소에서 먼저 표를 끊어야 하는 청령포 관람료는 어른 : 3000원/ 30인 이상 단체 2500원, 청소년, 군인 : 2500/ 2000, 초등학생 2000/ 1500, 경로 1000/ 800이다. 영월군민은 50% 할인 혜택이 있고, 입장료 무료 대상자는 국가 유공자와 그 배우자, 장애인복지카드 소지자, 7세 이하 어린이다.
청령포 가는 길
혼자여행이라면, 더군다나 내일로 회원이라면 강원도 영월역까지 기차로 오는 것도 좋다. 청령포 근처에는 청령포역이라는 기차역이 따로 있어, 기차로 한번에 가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청령포역은 실은 현재 화물열차만 선다. 영월역에서 출발한 경우 버스로는 덕포시장입구 정류장에서 1번 버스를 타고 청령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10개 정류장에 약 30분 걸린다.
혼자여행 하는 사람들 중에 혹 걷거나 자전거로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영월역에서부터 자전거로 갈 시, 거리 4.03km에 대략 16분 걸린다고 하니 걸어서도 갈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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