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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제주

제주도 관음사, 한라산의 이색사찰

Dondekman 2017. 3.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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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없는 사찰 풍경

제주도 관음사로 2박 3일, 가족여행 코스를 시작했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로 가는 길목, 관음사는 한라산 동북쪽에 있었다. 우리는 5.16도로를 타고 한라산을 올랐다. 이 도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박정희 정권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한 건설물이다. 당시 국토건설단이라는 단체가 이 공사를 맡았는데, 이 국토건설단은 전두환 시절의 삼천교육대처럼 폭력배나 노숙자 등을 모아다가 도로 건설에 투입한 것이다. 이거 만들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니, 건설과정이 얼마나 혹독했을 지 짐작하겠다. 일당은 커녕, 닥치는데로 두드려 패서 사람을 불도저 삼아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죽을 고생을 한 사람들과, 실제로 죽은 사람들의 등골을 밟고, 우리는 몇 분만에 너무 쉽게 차를 타고 지나왔다. 이 5.16도로를 타고 해발 570미터 관음사 주차장까지 올라왔다. 


제주도 관음사 일주문


제주도 관음사의 구성은 여지껏 본 한국의 절과는 사뭇 다르다. 보통은 각종 전각들이 담장을 사이에 두고 펼쳐져 있다. 그러니까 절을 둘러보면 담장과 전각이 서로 맞물려서 한옥으로 이루어진 마을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제주도 관음사는 담장이 별로 없고, 불상들이 기하학적인 구성에 의해 도열되어 있는 것으로 사찰의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한라산 관음사"라고 써진 현판의 문을 통과하면 긴 통로가 이어진다. 나는 한번도 이런식으로 되어있는 절길을 본적이 없다. 제주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 마주한 야자수 가로수들처럼 이국적이다. 다른 나라의 불교왕조 궁전을 보는 느낌이랄까? 오고가는 길에 돌부처들의 환영과 전송을 받는 기분이 든다.



관음사觀音寺는 대웅전에 관음보살을 모신 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관음보살에 대한 신앙이 발달해 대개 절마다 관음보살 전각이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관음보살을 모신 절은 흔치 않다. 전에 목포 유달산에 갔을 때도 조각공원 위에 관음사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사진이 유실되어 포스팅은 못했는데, 아무튼 우리나라에는 목포를 비롯해 10여군데의 관음사가 있다. 제주도의 관음사는 그 중 가장 유명한 절이다. 언제 어떻게 생겼는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절. 조선시대에 조정의 미움을 받아 한때 폐쇄되었다가, 지금은 조계종 소속, 46개의 말사를 거느린 큰 절이 되었다. 

제주도에는 4.3관련 유적지가 많은데 이곳은 유격대 사람들과 토벌대의 격전이 벌어진 곳으로 유명하다. 1949년에 결국 토벌대 측의 방화로 전소되고 말았는데, 이후 1964년 다시 지어 지금의 제주도 관음사에 이르고 있다. 관음사에서는 92년부터 4.3에 희생자에 대한 위령제를 해마다 열고 이는 제주방송 등에 방영된다.


미륵대불과 석조불상들


관음사의 미륵대불은 크기도 크기지만 미륵대불 후방의 많은 석조불상들이 이색적이다. 약사여래, 지장보살, 관세음보살 등 원반형으로 도열한 석조불상은 그 자체만으로 1m 정도로 크다. 각각에 시주자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절 이름은 관음사인데 관음보살은 합창단 대열로 서 있는 수많은 불상 중 한 파트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미륵대불은 장차 새세상을 열 부처님이고, 보살菩薩이란 부처는 아니지만 부처에 버금가는 성인을 일컫는 말이다. 보살菩薩의 한자가 눈에 띈다. 무슨 도울 보, 하는 글자가 아니라, 보살 보, 보살 살, 하는 한자가 따로 있다. 산스크리트어를 그대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생긴 한자라 그렇다. 


관음은 어떻게 이 절의 이름이 되었나?

관음보살은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의 준말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지배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보살들은 중생들을 구제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지장보살이 지옥을, 미륵보살이 내세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반해 관세음보살은 현세의 고통으로부터 중생을 구제해주는 보살이다. 1000개의 눈과 1000개의 손을 가지고 있으며, 표현되기로는 26개로 축약된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들어봤음직한 이름, 관음보살. 옛날부터 영화나 드라마에서 불교 관련 인물이 내뱉는 말로, 흔히 등장인물 중 스님이 운명이 위태로운 인물과 헤어질 때, 나무관세음보살, 탄식처럼 뇐다. 그때 그 탄식은 인상적이다. 그 염불이 남기는 짙은 여운은, 내가 널 사랑하지만 너를 구원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체념같은 것이다. 기도의 힘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자신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지고, 내가 가진 건 내 간절함밖에 없다는 뜨거운 온도 말이다. 관음보살은 그 사람이 가진 간절함의 온도로 그 사람을 구원하는 보살이다. 오늘도 삶이 힘든 많은 사람들이 나무관세음보살, 일곱글자를 입에 얹는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 당면한 본인의 고통이 가장 크다. 현실의 고통을 없애준다는 관음보살이 부처가 아니면서 유독 인기가 많은 이유다. 모름지기 무뚝뚝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한테 다가가 속얘기를 털어놓는거다. 관음사, 절 이름 자체가 나 지금 아파, 아프다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보면 제주도 4.3때 이곳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과 건물 자체가 불타버린 관음사의 관계는 다른 이의 고통을 보다 못해 타오르는 자비의 마음을 연상시킨다.    


방사


제주도 관음사에 있는 방사탑은 불교보다 민간신앙적인 것이다. 방사탑은 원래 제주도 곳곳에 세워져 있는 탑으로 풍수지리와 관계되어 있다. 즉 기가 약한 부분에 세워 액厄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탑인 것이다. 우리에게 친근한 돌하르방도 이와 유사한 역할의 조형물이다. 저걸 보고 있으니까 내가 블로그에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글도 일종의 방사탑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음사 근처 등산코스와 대중교통편 

근처에 관음사 야영장이라는 캠핑장도 있어 많은 캠핑족들이 모인다. 또 인근 관음사 야영장에서 탐삼각봉을 거쳐 백록담까지 오르는 약 9킬로의 코스가 있다. 올라가는 데 6시간 좀 못걸리고 하산하는 데 4시간 정도 걸린다. 

제주시 공영버스 77번 노선을 타면 관음사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다. 그러나 77번 버스는 등산객 편익을 위해 주말에만 운행하는 것으로 평일에는 대중교통편이 없다. 평일에는 5.16도로 방면의 버스를 타고 근처에서 내려 3km정도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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