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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삼국지 테마의 중국 장사여행, 천심각공원 본문
책에서 읽었던 그곳을 여행하기
소설 삼국지 연의를 읽다보면 거점으로 장사가 자주 등장한다. 오나라의 선조인 손견 시절의 수도이기도 했고, 유비가 촉나라를 취하기 전 전투를 벌여 중국남방을 취하게 되는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삼국지에는 많은 큰 도시들이 등장하지만 이 중에서 지금도 중국의 큰 도시로 남아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뭐 동탁의 소개 작전으로 낙양에서 수도를 옮긴 서안(장안성)정도?
장사국제공항에 가기 전까지 우리는 삼국지를 테마로 한 천심각공원과 열사공원, 서호루를 둘러보며 장사여행을 했다.
장가계시~장사시
아침까지 숙취로 뒤적거렸다. 겨우 일어나서 전날 이곳에서 산 망고로 아침을 먹었다. 여행의 부산한 마음과 마지막 날이라는 홀가분함이 교차하고 있었다. 이제 장사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간다. 간다, 라는 말을 쓰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출발하기 직전에 버스 안에서 찍은 장가계화천호텔의 카페. 한시간 정도라도 이곳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아쉽다.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아메리카노가 3000원 정도 한다고 한다.
장가계시에서 장사시로 가는 길은 장사시에서 장가계시에서 올 때[링크]의 시간을 뒤집어 놓은 것 같다. 점심도 똑같이 <삼천리한국요리>식당에서 먹었다. 이번에는 저번보다 밥이 훨씬 나아진 느낌. 국물을 떠먹으며 전날 과음한 속을 달랬다.
장가계의 산지를 벋어나자 어김없이 펼쳐지는 유채꽃 평야.
중국 주택에 장식을 앞에만 하는 이유
집들이 때로는 드문드문, 때로는 밀집해 있었다. 가이드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줬다. 본인이 가이드를 하던 중 누군가 왜 중국 집은 앞에만 도색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을 했단다. 자신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보니까 정말로 그래서 이 가이드, 현지인한테 왜 중국에서는 집을 꾸밀 때 앞에만 장식을 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현지인 왈,
"한국에서는 넥타이를 맬 때 앞에도 매고, 옆에도 매고, 뒤에도 매나요?" ㅋㅋ
장사 근처에 오자 한동안 폭우가 내렸다.
호남성 제 1의 도시 장사
굳이 삼국지를 언급하지 않아도 장사(창사시)는 3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고도다. 옛부터 중국 남부의 중심지였고, 현재도 중국 호남성의 경제발전의 중심지다. 우리의 가이드가 장사시가 현재 한국의 수준이라고 한다면 장가계시는 한국의 6~70년대라고 묘사했을 정도로, 중국에서 발전된 지역이다. 장사시 인구는 630만 정도. 한족이 99퍼센트다.
장사국제공항이 일대의 허브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리의 패키지 일정처럼 장가계코스에 장사여행이 덧붙여지는 경우가 많다.
천심각 공원
天心閣, Changsha Tianxin Pavilion
천심각이 정확히 언제 지어졌는 지는 알 수 없으나, 기록으로 남아있는 가장 확실한 중건 시기는 청나라 건륭제때다.
천심각공원은 장사의 상징과 같은 곳으로 이곳은 중국이 일본의 침략을 받을 때, 장사시가 일본군에게 점령당할 위기에 처하자 장개석은 이곳을 소개시켜버렸다. 당시 천심각 공원 뿐 아니라 장사시의 90퍼센트가 불에 탔을 정도로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이때 불탄 건물 중에는 당시 장사시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포함되어 있다.
지금의 천심각공원은 1984년에 복구된 버전이다.
비오는 날에도 분수를 트네. 빗방울과 분수가 박수치고 있다.
이 계단을 올라가면 천심각 매표소가 나오고, 거기서부터 이곳 자체 가이드가 안내를 맡는단다. 저를 따라오세요, 한국어 교본을 배우는는 듯한 말투로 젊은여자가 우리를 이끌고 갔다.
삼국지 4D 영화
어떤 건물로 우리를 안내하더니, 우리를 앉힌다. 뭐하는 지 몰라서 다들 어리둥절하면서 앉았다. 마주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여행사에서, 마찬가지로 장가계코스의 일환으로 장사여행을 하는 그룹. 우리는 멀뚱멀뚱 앉아서 잠시 시간을 보냈는데, 이내 옆 건물 2층으로 안내한다. 이곳은 조그만 극장이다. 입장하는 우리들에게 안경을 하나씩 나눠주며 4D영화가 상영된다고 하였다.
3D영화면 3D영화지, 4D영화는 또 뭘까?
삼국지 장사 공방전
컴컴한 실내. 모두 자리에 앉자 영화가 시작된다. 뭐, 예상했던대로 3D영화다. 내용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사 이야기다. 유비가 중국의 남방을 두고 장사 태수 한현과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 여기서 후에 유비휘하의 촉의 5호 대장군이 되는 황충이, 이때는 한현의 편에서 유비와 맞서 싸운다.
한국어 자막과 더빙까지. 여기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긴 하나보다. 영화 퀄리티에 기대를 많이 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한국 성우가 많이 어설프다. 특히 한현의 목소리를 맡은 사람은 영락없이 중고등학생의 변성기 음성. 예전에 중학교 때 학교 과제로 김삿갓 영화 찍었는데, 그때 비디오를 통해 다시 들었던 내 음성이 떠올랐다. 그 한없는 어색함이란... 우스웠다.
그나저나 두 장수가 말을 타고 싸울 때 말이 앞발을 들고 히히힝 하니까 좌석이 들려 반쯤 뒤집어진다. 앉아있던 의자가 부서져 넘어가는 줄 알고 깜놀. 이래서 3D가 아니라 4D인가? 의자 들림 효과에 한 차원 더 플러스?
장사 터줏대감 황충과 관우의 의가 서로 통했다.
황충은 관우와 1대 1 대결을 펼치다 관우가 봐줘서 죽을 고비를 넘긴다. 이에 한현은 황충이 적과 내통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황충은 극구 부인하며 다음 싸움에서 반드시 관우를 쓰러뜨리겠다고 다짐한다.
다음 싸움에서 황충은 관우에게 활을 겨눠 죽일 기회를 맞이했다. 그런데 황충은 자신을 살려준 관우를 차마 죽일 수 없어 관우의 투구를 맞추고, 이것을 목격한 한현이 황충을 배반자로서 심증을 굳힌다. 위 장면이 바로 한현이 황충을 끌어내려 처형하려는 장면.
황충이 위기에 빠지자 형주 제1의 장수였던 위연은 옹졸한 한현에게 분노가 폭발하여 반란을 일으킨다. 이렇게 해서 한현은 죽고 위연과 황충은 장사 군사들과 더불어 유비에게 항복한다는 이야기.
이렇게 장사 공방전은 황충이 삼국지를 통틀어 가장 빛난 전투다. 이런 영화들은 무의 상징인 관우에 뒤지지 않는 실력과 의로움을 지닌 황충을 도시를 대표하는 정신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천심각
명나라 때는 문인들의 교류장소였다는 천심각. 이 사진은 위키백과에 나온 것이고 나는 이곳을 못 갔다. 예의 그 중국인 여자 가이드가 화장실 가실 분 저 따라오세요, 하더니 나랑 우리 부모님을 끌고 매표소 밖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 그리고는 우리를 천심각으로 데려가는 게 아니라 천심각공원 빠져나가는 입구까지 보내버렸다. 뭥미 ㅋㅋ
이 중국 여자, 가이드 초보였던가보다. 어쨌든 우리는 천심각공원에 와서 천심각을 못 보고 왔다는. ㅋㅋ
천심각에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할아버지들의 마작 대전. 우산들이 빙 둘러서 있어서 안보이지만 아마 마작을 하고계시나보다. 여기 마작판은 1년 365일 계속되는걸까?
장군송
이렇게 다시 돌아온 천심각 공원 입구. 입구의 저 소나무에는 장군송(将军松)이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장군송이라니까 삼국지 테마가 연상되어 황충이 심은 나무인가? 싶었다.
이 장군송은 1949년에, 쳉 쿠이언이라는 호남성의 당시 성주가 심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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