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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신혼여행으로 중국장가계?<우리결혼했어요>차오루 커플이 다녀왔다(보봉호수) 본문
신혼여행으로 중국 장가계?
보통 신혼여행으로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를 가는 커플은 많아도 중국을 가는 커플은 거의 없다. 그런데 보봉호수를 보니까 중국 장가계도 신혼여행지로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중국장가계는 <우리결혼했어요>에 출연한 조세호와 차오루의 신혼여행지기도 하다.
협곡 높이 = 보봉호수 깊이
무릉원 보봉호수에 도착하자마자 장가계대협곡을 연상시키는 협곡의 절벽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또 계단운동 하는건가? 생각했는데, 산길코스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20분 정도 어렵지 않게 걸어가니 보봉호수가 나온다.
서해바다만큼 깊다.
산수화에 나올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보봉호수의 깊이는 우리가 걸어서 올라온 만큼이라고 한다. 평균 75미터 수심. 제일 깊은 곳은 119미터라고... 그러니까 보봉호수는 협곡이 가두어놓은 저수지인 셈이다. 이래서 가장 높은 천문산을 장가계의 코라고 부르고 가장 깊은 보봉호수를 장가계의 입이라고 부르는구나. 절묘한 비유라고 느꼈다.
장가계 유람선
장가계 대협곡 트래킹코스에서 잠깐 탄 배랑 똑같은 배. 배는 비슷하지만 보봉호수 유람선쪽의 풍경이 훨씬 좋다. 좌석은 둘, 둘, 커플이 앉게 좋도록 되어있고, 밑에 구명조끼가 있어서 깔고앉기도 좋다.
묘족 처녀의 노래
연애의 시작, 노래
배를 타고 좀 가다보니까 파란색 뗏목이 있고, 거기에서 묘족으로 보이는 아가씨 한명이 무반주 노래를 불렀다. 차매에 요오~ 차매에 요우~ 하더니 마지막에 훌훌터는 추임새로 요우홰에이~ 한다. 시골처녀가 산에서 저 혼자 부르는 노래처럼 담담하고 맑은 목소리다. 이걸 들으니까 우리나라 가수 요조의 노래<슈팅스타>가 떠오르더라.
중랑천에서 무술 연습하던 주성치는 음악이 없다 투덜, 투덜/ 지나던 내게 음악이 없냐며 물어보길래/ 주성치 좋으라고 노래 한 자락을 부르네 RIVER
실제로 장가계에서는 노래 세곡이 서로 오가면 연예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저번에 토가족의 결혼 이야기 할 때 언급했던 바대로 연애를 노래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 특히 남자가 작사를 잘 해야 한다지? 우리집은 어떻고, 소 몇 마리가 있고 등등 경제적 어필을 해야 한다는..
<피에스타> 차오루는 중국장가계의 묘족苗族
위키백과에 실린 <피에스타>의 차오루다. 묘족(苗族)이라는 이름답게 정말 고양이상이다.
<우리결혼했어요>의 신혼여행지
<우리결혼했어요>에서 조세호와 함께 출연한 차오루는 묘족(苗族)으로, 묘족은 중국에서는 한족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가진 소수민족이다. 장가계에게서는 터줏대감인 토가족(土家族)이 70%(93만)인데 비해 묘족은 2.7만명밖에 되지 않은데, 차오루가 바로 장가계 출신의 묘족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결혼했어요>에서 조세호와 차오루는 장가계의 묘족 전통 혼례도 올리고 장가계패키지여행을 신혼여행삼았던 것이다.
묘족의 결혼괴담
토가족의 경우, 결혼의 핵심키워드가 울음이라고 한다면, 묘족의 결혼이야기에는 독(毒)이라는 말이 얽혀있다. 묘족 부부가 딸을 낳으면 산에 올라가 온갖 독충들을 잡아 항아리에 넣는다. 시간이 흘러 항아리 속은 먹이가 없으니까 서로를 잡아먹는 상태가 되고, 여기서 가장 강한 독을 지닌 곤충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이 곤충을 갈아 신랑, 신부에게 먹인다.
묘족의 남편들은 보통 타지에 나가서 일을 하는데, 이때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독충의 독이 몸에 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아내의 혈청을 먹으면 이 독이 낫는다고 한다. 그래서 용서할 지, 용서하지 않을 지는 아내에 달려있다고 하는 이야기다. 아마 실제 그렇다기보다 배신당한 여자의 한을 그렇게 표현해 만들어낸 것이겠지, 하고 남자입장에서 생각하려 애써본다. ㅋㅋ
4억년 전에는 바다였던 장가계
섬처럼 보이지만 실은 협곡의 봉우리들이 윗부분만 드러난 모습이다. 보봉호수 협곡 한쪽을 무너뜨리면 물이 일시에 콸콸 빠져나가 배는 100미터 아래의 맨바닥까지 내려갈 것이다.
보봉호수를 비롯한 장가계 일대는 3억 8천만년 전에는 바다였던 곳이다. 2억년 전에 지금처럼 솟아올랐고, 비교적 낮은 지대인 이쪽으로 물이 괴어 지금의 보봉호수가 되었다. 지형이 물을 잘 빨아들이는 사암으로 되어 있어 이곳의 협곡에는 잡목들이 많은데, 소나무가 크기엔 수분이 너무 많아서 소나무 숫자가 적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병풍같은 풍경
두꺼비바위
보봉호수 유람선 코스에서 가장 유명한 두꺼비바위다.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두꺼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나무 없는 곳으로 해서 눈의 윤곽까지 선명하다. 사진에서는 안 보이는데 저 두꺼비바위 밑에 하얀 건물도 있는데 모텔이라고.
이런 국립공원 안에도 호텔같은 게 있을까, 싶었는데 1년에 한번씩 장사하는 사람들이 여기 와서 1년 장사를 위해 제사를 지내는데, 그 사람들이 와서 묵어가는 숙소라고 한다. 중국의 장사꾼들은 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집에 금두꺼비를 모셔놓고 있는데, 이 두꺼비바위야말로 그 장사꾼들의 성지라는 것이다.
주전자 바위
수려한 경치가 연달아 펼쳐졌다. 나무에 살짝 주전자 주둥이가 보이는 주전자모양의 바위다. 반대쪽에서 보면 더 확실히 보인다.(밑의 사진)
이 즈음이 119.2미터로 보봉호수의 가장 깊은 곳인데 잉어,붕어를 비롯해 2억 전부터 고여있던 호수였던 만큼 옛날 물고기도 많다고 한다. 공룡과 더불어 살았다는 고대어, 아귀고기 역시 그 중 하나라고.
우리 배 맞은편으로 또다른 장가계 관광객들을 태운 유람선들이 지나간다.
보봉호수 유람선에서 노래부르기
아까는 처녀가 노래부르는 뗏목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남자가 노래부르는 뗏목이 나온다. 남자 역시 청명한 목소리로 요우홰에이~ 추임새를 넣는다.
나를 연애가 부를 사람으로 암시한 가이드
애초에 우리 배에는 중국인 여자 하나가 탑승하고 있었는데, 앞에 나가서 노래를 부른다. 어김없는 요우홰에이~로 여자가 노래를 끝내자 가이드는 이 여자가 어떤 남자분을 지목할 것인데, 선글라스를 쓴 분일거라고 했다.(나 선글라스 씀) 나는 아무말 없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러자 가이드는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벗으면 모자를 쓴 분한테 접근할 거라고 한다.(나 모자 씀) 나는 또 밖을 바라보며 쓰고있던 모자를 벗었다. 엄마는 가이드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엄청 웃는다.
사인이 맞지 않아 우리 아버지를 지목해버린 여자
이제 중국 장가계 특유의 풍습인 노래로 연애 걸기를 할 모양이다. 아마 여자는 가이드가 지목한 사람한테 다가서는거고, 그게 나였는데 여자는 선글라스를 벗지 않은 채 있었던 우리 아버지를 지목했다. ㅋㅋ 나는 속으로 나를 지목하면 뭘 부르지? <담배가게 아가씨>를 불러야 하나? 우리 도옹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아네~ 속으로 가사까지 점검해뒀었는데, 다행히 ㅋㅋ 가이드와 사인이 어긋난 여자가 아버지지앞에서 멈춰선 것이다.
당황한 아버지는 가사를 모른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고, 할 수 없이 다른 사람들이 나와서 공연을 펼쳤다는. 지금 생각해보니까 무반주로 그 아가씨가 놀랄적에 눈싸움 한판을 벌이다 아자자자자자~ 그 아가씨 웃었어~ 궁시렁대듯 노래를 부르는 내 모습이 퍽 재미있을 것도 같다.
풍경과 사랑이 어우러지는 신혼여행지
남들이 잘 안가는 곳도 신혼여행지로 괜찮지 않을까?
중국장가계는 아직 신혼여행 맞춤형 상품이 적고 어르신들 위주의 단체패키지 여행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주로 휴양하기 좋은 하와이나 푸켓, 발리 등을 찾고, 간혹 유럽을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결혼했어요>의 조세호와 차오루도, 차오루가 중국장가계 출신의 묘족이었기 때문에 장가계 신혼여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장가계를 다녀와보니, 새롭고 색다른 여행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중국장가계도 신혼여행으로 괜찮지 않을까? 한다. 남들이 다 가는 메뉴얼로 신혼여행을 가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좀 진부하고 재미없지 않나? 무엇보다 천문산으로부터 이날 보봉호수까지 봐온 장가계의 절경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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