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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중국(장사-장가계)

저녁식사, 술 한 잔에 저무는 3일차 장가계일정(인터파크투어4박6일)

Dondekman 2017. 5. 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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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에서의 2번째 저녁

황룡동, 중국전통마사지 일정 후 장가계화천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중국에서 처음 접하는 프리미엄 현지식이다. 인터파크투어 장가계일정 4박 6일에서 오리지널 현지식을 먹은 건 몇 번 없다. 아무래도 여럿이 여행하는 패키지인데다가 대부분 어르신들이어서 먹는 건 한식에 비중을 실은 느낌이었다.



저녁식사

나는 낯선 먹거리를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종전에 왔던 중국여행에서도 입맛에 맞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구분해 가면서 꽤 맛있게 먹었었다. 한국 사람들이 보통 중국에 와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다고 말하는 건 향신료 때문이다. 우리나라 된장 고추장이 거의 모든 요리에 고루 들어가듯 중국요리에도 특유의 향 짙은 향신료와 양념들이 있다. 

다만 비싼 생선회에 굳이 양념을 하지 않고 먹는 것처럼 중국요리도 고급으로 갈수록 양념을 약하게 쓴다. 그래서 가격대가 밑으로 내려가면 호불호가 갈리고 비싼 요리집일수록 중간은 가게 되는 것이다. 장가계화천호텔 레스토랑의 저녁식사도 그랬다. 


전신안마로 몸을 푸니까 그 때문인지 배가 더 고픈 것 같은 느낌이다. 잘 차려진 저녁식사 상에 둘러앉아 우리는 하나씩 음식 맛을 보았다. 맛있었다. 사람들의 젓가락질이 분주해지고, 거기에 맞춰 회전 테이블은 좌우로 DJ턴테이블처럼 앞으로 뒤로, 뒤로 앞으로, 회전이 빨라졌다. 

갈비에다 당면잡채에다가, 아무리봐도 우리나라와 퓨전인 것 같은 음식이 눈에 띄었지만, 뭐랄까 특유의 중국적 분위기같은 게 녹아있어 다 자연스러운 현지식으로 느껴졌다. 그래선지 이번 저녁식사에 사람들은 여느 때보다 밥을 맛있게 먹고 있다는 것이 분위기로 느껴지더라. 술은 따로 시켜야 하나? 가장 농담도 잘하고 분위기를 띄웠던 아저씨가 술 얘기를 먼저 꺼냈다.



술 한 잔

술을 시켰다. 고량주? 이과두주? 여하튼 맑은 술이었다. 한 병에 우리나라 돈으로 6000원 정도. 세 병 시키니까 우리 테이블에 있던 10명의 잔에 한두잔 정도 돌아가더라. 술 이야기를 먼저 꺼낸 아저씨가 건배사를 하며 잔을 들었다. 남은 여행 즐겁게,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그리고 짠, 부딪히며 아버지도 흥이 나시는지 아싸, 외치시더라.

그런데 술 한잔 쭉 들이키고 나서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건 켁, 으헉, 으어, 고량주가 쓰긴 쓰다. 엄마가 고개를 설레설래 저으며 왈, 이거 왜 먹어. 그러고보니 처음 술 이야기를 꺼낸 아저씨는 술은 좋아하시는데 술은 못하신다는. 모순이시다. ㅋㅋ 

저녁식사 테이블에 있던 맑은 탕은 조개와 새우가 들어간 해물탕 있는데, 이거 맛이 좋다. 이국적이면서도 거부감없이 시원한 맛이었다. 우리나라 말이 어렵다는 예 중 하나가 뜨거운 것을 먹고 시원하다고 한다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어쨌든 달리 표현할 수 없이 뜨끈뜨끈 시원한 맛의 국이다. 중국 특유의 깊숙한 수저로 듬뿍 떠서 먹으니 속이 훈훈해지면서 고량주의 쓴 맛도 부드럽게 날아간다. 이거 술안주 + 해장국이다.  


이 말만 알았어도.

마지막에 갈비였나? 하여튼 좀 남은 음식접시 하나를 종업원한테 내밀면서 좀 더 달라고 하는데 아무리 손가락 하나를 세우며 one more라고 말해도 못 알아듣더라. 못알아들으면서 난처해 하던 앳된 여종업원은 음식이 몇 점 있던 그 음식접시를 가져가더니 과일을 내왔다. 저녁식사를 끝냈으니 디저트를 달라고 한 줄 알았나보다. 우리가 请再次(칭짜이치Qǐng Zàicì) 한번 더 주세요, 이 말만 알았더라도.



저무는 3일차 장가계일정

저녁식사에 술 한 잔 하고 돌아온 호텔 객실. 인터파크투어 4박 6일의 일정에서 3일차 밤이 저문다. 절반이나 지났다, 가 아니라 절반밖에 남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이 커서도 그렇지만 실제로도 그렇다. 장가계에서의 정식 일정은 사실 내일이면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내일은 무릉원쪽으로 간다. 천문산과 함께 흔히 사람들이 장가계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는 천자산에 가게되는 것이다. 

창밖으로 보는 장가계의 야경은 화려하다. 건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불빛이 화려해서다. 건물에 달린 LED조명이 하나같이 움직이는 형식이다. 꼭 우리나라 핸드폰 가게 야간 조명을 거대하게 확대해놓은 듯. 우리가 묵은 장가계화천호텔도 그렇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건물들, 하다못해 다리에도 실시간으로 색색 모양이 바뀐다. 도시 전체가 크리스마스 트리같다. 


중국TV

오늘은 중국TV 채널을 하나하나씩 다 돌려보다가 잠이 들었다. 다 돌려보니까 케이블 채널이 50개 정도 되는 듯. 여긴 뉴스가 끝나고 한국뉴스도 그렇듯, 관광지의 풍경 하이라이트가 음악과 함께 나오기도 한다. 그날 나온 장면은 호서성의 복천폭포, 여러갈래로 물이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이 브라질의 이과수폭포의 마일드한 버전처럼 느껴지더라. 역시 중국은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구나 감탄했다. 멍하니 보면서 세상의 넓음과 내게 주어진 여행시간의 짧음에 대해서 잠깐 생각했다.

채널을 돌려보다가 문득 광고에서 송혜교가 나오기도 하더라. 송혜교가 리모컨으로 발코니에 있는 걸 누르니까 신선한 기운이 집안을 해방시키는 듯한 CG가 펼쳐진다. 솰라솰라 하는게 뭔 뜻일까? 에어컨? 환풍기? 공기청정기? 가습기? 제습기? 

제습기일거야. 그렇게 생각해놓고, 나는 장사, 장가계가 흐리고 습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걸 거라고 나 스스로를 다시 판단해본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날은 밝아왔고, 4일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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