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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추천, 중국장가계 황룡동굴은 외계로 통하는 곳

Dondekman 2017. 5. 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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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이 달라지는 곳.

중국장가계 이곳 저곳을 다니고보니 여행지추천을 함부로 할 수 없겠더라. 내가 지금 본 것보다 더 웅장한 풍경이 다른 어느 곳엔가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황룡동굴 앞에 서니까 그 생각 난다. 예전에 홍길동전이나, 그밖에 의적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들의 본부 말이다. 바위틈으로 들어가자 아무도 모르는 선계仙界가 있어, 착한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걱정한다는 뭐 그런.


장가계 황룡동굴

张家界 黃龍洞窟, Zhangjiajie King Dragon's Cave


행복문과 장수문

들어가는 문은 장수문 행복문이 있다. 일행들은 역시 대부분 행복문으로 간다. 그리고 이곳을 다 보고 나올때는 장수문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일반적. 그런데 나는 행복문으로 들어가서 나올 때도 행복문으로 나왔다. 


누구는 행복하면 장수한다는 논리로 행복문을 택하기도 하더라. 내가 한 여행지추천도 사람을 행복해서 장수하게 만드는 코스이기를...



세계에서 2번째 규모의 석회암동굴(종유동굴)

제주도의 만장굴이 용암동굴이라면, 황룡동굴은 석회암동굴이다. 석회암지대가 지하수 등에 녹아 생긴 동굴. 황룡동굴은 지하수가 흐르는 1,2층과 굳은 동굴인 3,4층, 해서 총 4층으로 되어있다. 기이한 장소 중에서 여행지추천을 한다면 손에 꼽을 곳이 되겠다.  

황룡동굴은 총길이 14km(넓이 8만평)에서 4km(2만5천평)만 공개하고 있다. 미지의 동굴까지 다 보려면 하루종일 봐도 모자라단다. 이렇게 거대한 황룡동굴인데도 이보다 더 큰 석회암 동굴이 있다. 바로 미국의 메머드 동굴(6천 500만평 ㅎㄷㄷ). 그런데 황룡동굴의 경우 애초에 발생한 원인은 용암 때문이라고 해서 엄밀히 말하면 용암 석회동굴? 뭐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향수하

響水河, Music River


음악이 흐르는 강물?

향수하(響水河)라니, 영어로는 Music River라고 표현했다. 적막 가운데 들리는 물소리가 음악적인 매력을 자아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듯 하다.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면 파도소리가 들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동굴 속으로 흐르는 물이라도 결코 얉지 않다. 평균수심 6미터, 깊은 곳은 10미터 넘는 곳까지 있다. 수십만년 고립된 채 있었던 이곳에 어떤 희귀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검은 물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아찔해진다.


황룡동굴 유람선

이곳 향수하를 도는 보트가 있다. 황룡동굴 유람선(黃龍洞 遊船, Huanglong Cave cruise tour)코스는 10분 남짓한 시간에 약 800미터 정도를 유영한다. 향수하 위로 언뜻 언뜻 보이는 황룡동굴의 전모가 보는 사람에게 장엄한 압박감을 안겨준다. 보트에서 내 뒷자리에 있던 분 왈, 이게 저절로 이렇게 된거냐, 판거냐.. 하더니 마지막엔 팠겄지? 하시더라.

황룡동굴 유람선은 중국장가계의 빠지지 않는 여행지추천 코스다.


천선교

天仙橋, Fairy Bridge.


아까 유람선을 타면서 다리 하나가 보이던데, 이번엔 다리쪽에서 배를 본다. 저 보트를 우리가 방금 타고 왔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도록 까마득해보인다. 향수하 강물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신선의 그것을 생각나게 해서 이름을 천선교(天仙橋)라고 지었을까?


화과산 

花果山, Hua Guo Hill


화과산은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의 출생지다. 이곳에서 돌원숭이로 있다가 돌을 깨고 나온 손오공은 원숭이들의 왕이 되어 그 모험을 시작한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중국인들의 작명센스는 기가 막히다. 한 글자에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할 수 있는 한자의 특성이 절묘한 제목으로 연결된다.

화과산 돌 간판 바로 앞의 돌이 이름에 힘입어 영락없이 쪼그리고 앉은 원숭이가 되었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이름의 힘이 큰 듯.


용무청 용왕보좌

龍舞廳 龍王寶座, The king's Throne


용무청이라는 황룡동굴의 마당에 용왕보좌라고 써 있는 돌이 있다. 사진으로 이렇게 봐서는 그냥 바위같지만 둘레가 50m, 높이 12m의 빌딩 한 채 크기다.

가운데 박힌 것이 눈 한쪽으로 느껴진다. 그러자 이 바위가 내 눈엔 그리스신화의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같은 형상으로 비춰진다. 


금거은창

金戈銀槍, Silver & Golden Ancient Weapons


금색과 은색의 석순이 돋아있다. 그 형태는 닮았는데 바로 곁에서 어떻게 색깔만 고스란히 다를까?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라도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를 생각하게 한다.


천구전

千丘田, Thousands Acres Fields


천구전은 천개의 고랑이 있는 전답이라는 뜻인데, 그러니까 용무청이나 용왕보좌 등 용왕패키지의 일환으로 여긴 용왕이 경작하던 논밭이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내 눈에 보기엔 별로 논이나 밭이라기보다는 달 표면같은 걸로 느껴진다. 황룡동굴은 1983년에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되었다는데, 발견자가 농부라고 해서 이걸 논으로 표현했나?


용궁

龍宮, Dragon Palace


100년에 1센치씩 자라는 돌

용궁은 황룡동굴에 있는 13개 마당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곳이다. 만 평의 부지에 1700여개의 석순들이 솟아있는 장관은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이 석순들은 지금도 천장에서 떨어지는 석회 물방울을 먹고 1년에 0.1mm씩 자라는 중. 10년에 1밀리, 100년에 1센치씩 자라는 셈이다. 나는 수십만년 수령의 돌나무들과 한 자리에 있다.

용궁 한 켠에 미사일발사(火箭升空, Rocket Launching To The Sky)라는 이름이 써 있더라. 그 간판을 봐서인지 고고도로 쏘아올리려 도열한 미사일들로 보인다. 역시 이름이 가진 힘은 세다. 장소 이름이든 사람 이름이든 그래서 잘 지어야 한다.


정해신침

定海神針. Sea-suppressing needle


시간이란 너무 커

19.2m로 황룡동굴에서 가장 높이 솟은 석순이다. 계속 자라고 있으며, 천장까지 닿을 때까지는 불과 8센치 남았다. 불과라는 표현을 썼지만, 아까 석순이 자라는 시간대로 계산하면 100년에 1cm씩, 800년 후에야 천장과 만나 석주가 될 예정이다. 황룡동굴을 지나오면서 봤던 석주들도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겠지? 생각하면 시간이란 성질이 너무 커서 도리어 부질없게 생각되기도 한다. 내가 사는 동안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아니 이룰 수 있는 게 있기는 할까? 뭐 그런.


이 정해신침은 손상될 것을 대비해 11억위안(180억원)의 보험을 들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생각해보니 내가 살면서 이룰 수 있는 건 이런 거다. 내가 정해신침에 매달려 이걸 부러뜨리면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180억을 빠져나가게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180억을 채울 수 있다. ㅋㅋ

한편 정해신침 주변은 회음벽(回音壁, Echo)이라는 말이 써 있더라. 소리가 돌아오는 벽, 그러니까 메아리의 공간이라는 뜻이다. The Echo Wall이 아니라 Echo라고만 적혀있으니까 에코의 어원이 더욱 생각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남의 말 끝만 따라하는 저주를 받은 여자말이다. 나라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시간도 그렇게 조상들이 남긴 말 끝만 따라하는 에코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때론 답답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비해 시간 자체의 개념은 너무나 크다.


백보운제

百步云梯, Scaling Ladder With Handreds Steps


황룡동굴을 빠져나올 때는 이 백보운제를 이용했다. 그나저나 우리 엄마, 장가계 대협곡에서부터 여기까지 천개 넘는 계단 오르내리시느라 앓고 계신다. 다리가 후들후들


이 산 속이 텅 비어있다는 말이야?


겉은 이렇지만 속은 이래요.

중국장가계 황룡동굴을 빠져나오며 보니 이 산이 그냥 산으로 보이지 않고 황룡동굴의 껍데기 정도로 보인다. 산의 몸 속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다. 겉은 이렇지만, 속은 이래요, 라는 제목의 창작물을 만든다면 장르 불문하고 황룡동굴에서 영감을 받아야 할 듯. 

외계와 통하는 문을 알고 싶으신 분, 정말 세상에는 내가 몰랐던 신기한 곳이 많구나,를 느끼고 싶은 분께 여행지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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