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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일몰을 연상하며 목포 섬여행(고하-달리-율도-외달) 본문

국내여행/전남

일출, 일몰을 연상하며 목포 섬여행(고하-달리-율도-외달)

Dondekman 2017. 1. 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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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해야 할 때는 시작해야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끝내야 할 때는 끝내야 한다. 내가 무언가를 이뤘다면, 그리고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면 순전히 그 시작과 끝을 분명히 했거나, 분명히 하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일출과 일몰을 보면서, 그 시작과 끝을 생각해본다. 



카메라 속에 들어 있는 이 사진을 꺼내 보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것이 일출인가, 일몰인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다녀온 장소와 시간을 알면 바로 답이 나오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설명 없이 사진만 봐서는 가는 것인지, 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있다. 



그렇다면 이 사진은 배를 선착장에 대는 것일까, 아니면 선착장으로부터 떠나오는 모습일까? 목포에서 외달도까지 섬여행하는 모습을 블로그에 올리려고 사진을 보니 이것이 오는 모습인지, 가는 모습인지 햇갈리는 것이다.

내가 탄 신진페리2호는 목포시내를 벗어나자 고하도부터 차례로 섬을 다녔다. 각 섬마다 내리는 사람은 적었고, 타는 사람은 많았다. 처음에 몇 명 되지 않던 탑승객들은 점점 불어나 갑판이 떠들석할 정도였다. 코스는 고하도, 달리도, 율도, 외달도인데 시간표를 보면 들르는 섬의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가장 먼 외달도까지 한번에 가는 배도 있다. 운임은 일반인 5400, 도서민 2400원. 지역 주민들은 시내버스 이용하듯이 이용할 수 있겠다. 달리도나 율도까지만 가는 배는 4400원(도서민 1800원)이며, 한꺼번에 순회관광하는 배는 도서민 할인 없이 10300원이다.

오전 7시에서 목포에서 출발하는 첫차가 있고, 이어 10시 30분, 오후에는 13시 30분, 16시 30분에 출발한다. 나는 막차인 오후 4시 반에 출발했고 외달도에 도착하는 건 50분 뒤인 오후 5시 20분이었다. 그러니까 대기시간까지 하면 왕복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이 사진은 입항일까? 출항일까? 섬여행했던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면 배를 대는 사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두에 서 있는 사람들이 배를 전송하려고 서 있기 보다는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 헤어지는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그렇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약속시간에 먼저 도착하면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꺼히 기다리지만 만남이 끝나고 나면 그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 예외도 있구나, 자식을 어딘가로 떠나보내고 난 부모님은 그 자리에 오래 서 계신다. 논산훈련소에 입소할 때가 생각난다. 입소식이 끝나고 열지어 쪼그려 앉아 있다가 문득 연병장 객석 쪽을 봤더니, 어머니, 아버지가 아직 가시지 않고 서 계셨다. 저 사진 속 사람들은 배를 기다리는 모습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바라보면 배를 전송하는 모습같기도 하다.  

미련한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오래 산다, 오은 시인의 말이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미련한 사람을 만드나보다. 모두를 떠나보내고 그 자리에 남아 손을 흔드는 부모님처럼, 사랑하는 사람이나 열정을 가졌던 일을 떠나보낸 이들은 그 자리를 오래 잊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서두에서 나는 시작할 때는 시작하고, 끝내야 할 때는 끝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때로 인간다움은 시작할 것을 시작하지 못하고, 끝내야 할 것을 차마 끝내지 못할 때 생긴다. 그런 불합리 속에 인간 특유의 무늬가 생기며, 문학과 예술이 싹튼다. 

앞서 꺼내 둔 사진이 일출인지, 일몰인지, 나처럼 미련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일몰의 사진이다. 실제로 저 사진은 유달산 낙조대에서 찍은 일몰 사진인 것이다. 

이제 목포 섬여행 순회를 마치고 저 일몰을 보러 유달산행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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