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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기다리며, 여행 단상 본문
여행은 기다리는 연습이다.
기다리다 보면 제시간이 되어 찾아오는 배처럼, 내가 놓쳤다고 생각한 것들이 언젠가 내게 돌아와 줄 것이라고 믿는다.
목포에 도착해 처음 간 곳은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말 그대로 목포 주변의 섬들을 연결하는 항구로 제주도행 배를 탈 수 있는 곳만 별도의 건물로 분리되어 있다.
비금도처럼 멀리 떨어져있고 이름있는 섬은 가는 배가 드물고 근해를 순회하는 노선으로 한 장 끊었다. 10300원에 2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다. 목포처럼 일대에 섬이 많은 도시는 이렇게 근해를 돌며 섬을 방문하는 여객선이 있다. 전에 혼자 여행을 하다 군산에서 고군산군도를 돌아 선유도까지 갔다오는 배를 탔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 졸업 시즌 겨울이었다. 문예창작과를 다니던 나는 대학문학상에 당선되었고, 기념으로 섬이나 한 번 다녀올까, 하고 나섰던 것. 대학을 졸업할 무렵과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는 이 여행을 생각하면 묘하게 평행이론같기도 하다. 나는 되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보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나는가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뒤로 물러서서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다. 사색적이고 보수적인 성격. 다가올 일에 대해 기대하고 흥분하기보다 지나간 일을 부여잡고 미소짓거나 이불킥을 한다거나 한다는 말이다.
나는 어렸을 적 누군가와 싸웠을 때 내 온몸이 주먹으로 쥐어지는 듯한, 경련같은 흥분을 기억한다. 그리고 시험볼 때 아직 다 마킹을 하지 않았는데 뒤에서 시험지를 걷어올 때의 압박감을 질금질금 오줌이 나올 것 같았던 느낌으로 기억한다. 이런 것 외에도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내 옆에 앉았던 여자짝꿍이 얼굴과 이름, 있었던 일까지 드문드문 기억하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나의 이런 기억력에 놀란다. 아마 이런 기억력은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예민한 감수성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가 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유치원에 다닐 적, 하루는 내가 유치원에 가고 1시간이 지나서 유치원에서 내가 안왔다고 연락이 왔다. 걱정이 된 엄마는 5분 거리도 안되는 유치원 가는 길을 쫓아나왔고, 유치원 건물 앞 1차선 차도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왜 유치원 안 가고 거기 서 있어? 그러자 내가 하는 말은 차가 계속 와서 길을 건너갈 수가 없어요, 였다.
이런 단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갈 길을 가지 못하고 두려움에 휩싸여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성향은 타고난 것 같다. 그런면에서 두려움은 예민함을 낳고, 그것이 내 업이기도 한 글쓰는 일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한다. 아니, 도움이 될 때가 더 많지. 특히 문학적인 글을 쓸 때에는.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입항시간이 다가왔다는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의 방송이 들린다. 선착장으로 이동하니 배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배다. 꼭 나는 앞으로 나가야 하오, 하게 생겼다. 나는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가게 될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내 앞의 배처럼 경로가 정해져 있고,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마음은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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