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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상무지구 광주시청 근처 청진동해장국, 부리나치킨 본문
내곁에 있는 사람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상무지구 근처에 있는 광주시청으로 갔다. 거기서 지인이 나한테 삼겹살과 국밥 중 하나를 택하란다. 나는 배고픈 상태라 허겁지겁 먹기 좋은 국밥을 택. 본인이 좋아하는 데라면서 청진동해장국으로 데려간다. 기왕이면 좀 로컬푸드를 먹고싶었는데, 체인점이라니...
우리의 지인은 국밥 매니아다. 전에 서울에서 만났을 때도 몇년만에 만난 거면서 먹자고 했던 것이 국밥. 동대문 평화시장의 허름한 국밥집에 갔는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틈에서 뼈다귀해장국을 먹었던 것이 인상깊다. 지금도 김치 없이는 끼니를 넘기지 않는 그녀의 취향은 토속적이고, 서민적이다.
뼈다귀해장국, 새끼보국밥, 머리국밥, 내장국밥, 순대국밥, 콩나물국밥, 메뉴가 꽤 많았는데, 모듬국밥을 시켰다. 앞서 나열한 것들이 모두 조금씩 들어간 국밥인 듯. 솔직히 너무 배가 고파서 얼마나 맛있는 줄 모르게 맛있게 먹었네.(윙?)
근데 메뉴에 있는 새끼보국밥이 뭐지? 찾아보니까 무려 돼지 태반으로 만든 국밥이네. 새끼 + 보자기인듯.
청진동해장국을 나오니 해가 다 지고 뉘엿뉘엿 막판 노을만 남아있다. 노을이 뚝배기 속 육수에 풀어지는 다데기 빛깔같다. 노을을 먹을 거에 비유하니까 좀 깨긴 하네.
항상 같은 테두리에서 지내다가 이렇게 낯선 도시에 와서 저녁을 맞으니, 기분이 먹먹하다.
지던 노을이 완전히 졌구나. 이렇게 노을을 보고 있으면 어제는 어땠고, 내일은 어떨 거라는 생각 대신, 온전히 지금만 있다. 지금 나는 누구고, 어디를 가고 있는지. 노을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디 있든지 나는 여행자가 된다.
편의점에서 맥주랑 안주를 사서 광주시청 광장으로 왔다. 나는 어디 들어가서 맥주라도 마시려고 했지만 그녀는 이게 좋단다. 하늘은 푸리딩딩했고, 점점 캄캄해졌다. 벤치에 앉아서 한 잔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앉은 벤치 뒤에는 덤불이 있었는데, 거기 잠복해있던 모기들이 대목을 만났다는 듯 우리를 습격했다.
그렇다. 그녀는 이게 좋은 거라기보다 돈을 아끼고 싶었고, 거기에 익숙해진거다.
결국 내가 사겠다고 하고 길을 나섰다. 나는 근처 바에 가서 칵테일을 한 잔 하고 싶었는데, 그녀는 바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가기 싫단다. 그래서 내가 술을 파는 카페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달래면서 바에 들여보내려고 했는데 바텐더들과 눈이 마주친 그녀는 무섭다며 돌아나왔다. 자신은 안되겠다며 나를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바를 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보겠단다. 마인드 컨트롤인가...
그녀의 성격은 유별나다. 그녀를 만난 계기는 대학교 문예창작 수업을 같이 들은 것이다. 그녀가 친구하고 싶다고 내게 문자를 보내왔고 그래서 내가 다음날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고 메시지를 보내자, 본인은 북적이는 건 싫다, 점심은 학교 어디나 사람이 북적거리므로 아침을 같이 먹자고 한 것. 다음날 우리는 아무도 없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고 줄곧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었다.
그녀가 쓴 글이나 그림을 보면 예술적 감수성이 보통이 아니다. 그녀는 내가 만난 사람 중 잠재력이 가장 높은 사람이다. 다만 자아가 지나치게 강하고 대인관계에 서투르기 때문에 예술적 원동력이 제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부리나 참숯 바베큐치킨이라고 써 있네. 센스없게 치킨 나오기 한참 전에 맥주부터 준 게 좀 그렇지만 여기 좋았다. 치킨도 맛있고.
튀김옷이 얇고 바삭하다. 광주의 광산구 쌍암동, 도천동, 비아동, 산월동, 수완동에도 체인점이 있으니 괜찮은 곳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렇게 상무지구 광주시청 근처에서 지인과 함께했던 시간도 끝났다. 나는 근처 찜질방에 가서 잤는데 맥주를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지끈거리는 머리 때문에 깨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다. 내일은 다음 행선지로 여수를 갈까, 목포를 갈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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