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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북

전주 풍남문 지나 남부시장 물짜장 맛집 찾아가기

Dondekman 2017. 6. 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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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을 걸으며 맛보는 그 지역만의 것

전주 풍남문은 서울로 말하자면 남대문이다. 남대문 밖으로 시전상인들이 있었고 그게 지금의 남대문시장인 것처럼 전주 풍남문 밖으로 전주남부시장이 있다. 이 길을 걷다보면 전주천이 보인다.


전주 풍남문 일대 옛 지도


만약, 이라는 타임머신

생각해보면 역사는 참 재미있다. 19세기 <완산십곡병풍도>에 실려 있는 전주부성 지도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 조선이 건국되지 못하였더라면 이성계의 고향인 전주에는 경기전[링크]이 세워지지 않았을 것이고, 오목대나 이목대도 없을 것이다. 

경기전과 오목대가 없는 전주한옥마을[링크]은 상상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전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역사의 나비효과, 그 나비 날갯짓을 따라 생각을 풀어놓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이곳의 이름도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다. 


전주 풍남문

全州 豊南門, Jeonju Pungnammun


남문은 풍남문, 서문은 패서문

전주 풍남문은 1389년에 지어졌고, 이후 노쇠와 화재등으로 개축을 반복하여, 1768년(영조 44년)에 다시 지었다. 풍남문이라는 이름은 이때 붙여진 것이다. 전주에 있던 네개의 성문 중 헐리지 않은 유일한 성문으로 보물 308호다.

전주의 객사인 풍패지관[링크]의 풍을 따서 풍남문인데, 풍패지관이란 한나라 고조 유방의 고사로 제왕의 고향, 풍패지향豊沛之鄕에서 온 말이다. 결국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지 않았더라면, 이곳이 풍남문일 이유도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식명칭을 풍남문에서 전주 풍남문으로 개칭하였다.


100년 전 전주 풍남문과 남부시장

100년 전의 전주 풍남문으로, 경기전 어진박물관[링크]에 있는 사진이다. 지금보다 좀 작아보이는 건 기분탓인가? 어쨌든 지금처럼 그때도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 현판을 내걸고 있다. 성 망루 위에는 10여명이 서 있는데, 차림새나 자세를 봐서는 보초병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랫쪽이 1912년에 다가산에서 본 전주시가지다. 잘 보면 우측에 경기전이 있고, 성곽의 경계를 따라 좌측에 전주 풍남문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전주 풍남문 아래 남부시장의 점포가 늘어서 있다. 이것은 지금 모습 그대로. 와글대는 사람들로 봐선 장날이었던 것 같다. 


남부시장 맛집

카페3651

몇년 전 나는 저녁이면 전주한옥마을의 고전번역교육원에서 한문을 배웠고, 낮에는 공모전 준비로 바빴다. 남부시장 초입, 이불가게 옆에 <카페3651>라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는데, 여기서 주로 작업을 했었다. 시장 분위기와 이질적인 듯 싶으면서, 나름의 멋이 있던 카페였다. 구형 갤럭시탭10.1에 도킹키보드를 연결시켜가지고 머리와 가슴을 쥐어짜 글을 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아메리카노 가격이 2500원으로 저렴했는데, 그 카페의 단점은 화장실이 없었던 것. 커피의 이뇨작용이 몰려오면 남부시장 공공화장실을 향해 잽싸게 걷던 생각이 난다. 


조점례순대국밥

사람들이랑 가끔 갔었다. 맛집으로 유명하다. 한옥마을로 전주여행 오는 사람들은 전주 풍남문은 몰라도 남부시장의 야시장이나 <조점례순대국밥>은 잘 알더라. 국밥도 좋고, 피순대도 좋다. 남부시장에는 <조점례순대국밥>말고도 여타의 순대국밥집들이 있는데 맛은 대충 비슷하다. 

실내는 의자 테이블, 좌식 테이블 할 것 없이 꽤 넓지만, 끼니 시간 때는 앉을 자리가 간신히 하나씩 나는 정도. 와글대는 분위기 때문에 혼자서는 잘 안 가게 되더라. 간판에는 24시 영업이라고 적혀있다. 밤늦게 술 한잔 하러 가도 괜찮을 듯.


물짜장 맛집 노벨반점



노벨반점은 전주 풍남문에서 남부시장으로 들어가지 말고, 서쪽으로 계속 오면 나온다. TV에 많이 나왔다. 1박2일에서 이수근과 주원이 다녀갔고, 최근에는 백종원의 3대 천왕 물짜장으로 출연해서 유명해졌다.



물짜장이란?

이름과 달리 짜장면과 전혀 상관이 없다. 전분으로 걸쭉하게 만든 짬뽕, 매운 울면에 가깝다. 


왜 짜장도 아니면서 짜장이지?

왜 짜장과 전혀 상관없는 음식에 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는가? 그것은 1950년대에 세워진 홍빈관(지금 없음)에서 만든 원조 물짜장이 녹말+간장 베이스로 짜장 색깔을 냈기 때문이다. 기름기 많은 짜장면이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데 이게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전주의 중국집들의 기본메뉴가 된 것이다.

이후 홍빈관 주인의 아들이 전주객사[링크] 인근에 홍콩반점을 내서 원조 물짜장의 계보를 이었는데, 이즈음 물짜장의 판도는 빨간색의 얼큰한 버전으로 바뀌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물짜장이 이렇게 빨간색이다. 따라서 이름을 짜장이라 할 이유가 사라진 채 계속 물짜장이라 불리고 있다. 



뭐,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온 물짜장 맛집이니까, 맛이 없으면 이상한 거. 근데 평범한 물짜장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맛이다. 취향 나름이니까 먹고 이상해도 본인이 이상한 게 아니다. 물짜장 자체가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는 음식.

나야, 없어서 못먹지 뭐.



노벨반점쪽에서 바라보는 코오롱상가아파트. 딱봐도 조만간 재개발을 해야 할 낡은 아파트다. 저 뒤로 전주천이 있다. 전주 풍남문이 새워졌던 조선시대에도, 삼국시대, 기원전 마한시대에도 흐르고 있었을 강물이 오늘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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