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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국내여행/제주 (21)
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제주도 바다의 향과 맛을 느끼다.성산일출봉 밑에서 성게미역국 한 그릇 먹었다. 미역국에 녹아있는 성게알의 고소함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보말국 시식 실패 성산일출봉맛집을 찾다가 보말이라는 조개가 제주도의 토종 조개임을 발견하고 그걸 먹으려 했다. 원래 이날 아침은 세화포구에서 먹으려고 했다. 그래서 전날 검색을 해보니까 아침국으로는 보말국이 좋다고 한다. 특히 보말 관련해서 이 근방에서 유명한 곳은 이었다. 이름처럼 직접 채취한 해산물을 팔기 때문에 이 근방을 지나는 사람들은 한번쯤 들러보는 곳 같았다. 사실, 은 호불호가 갈리는 곳이었다. 맛집이라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맛은 좋은데 친절도가 영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먹을만하나 굳이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다며 돌려 까는 사람도 있었..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꿈을어렸을 때 손잡이를 돌려서 연필을 깎는 기계가 있었다. 그때는 그걸 샤파라고 불렀는데, 집에 있는 샤파가 집 모양이었다. 에 들어서는 순간, 드는 생각이, 그 연필깎이같이 생겼다는 것. 귀엽다. 생긴 것도 이름도. 저녁을 먹고 제주도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가족은 2박 3일 동안 이곳 에서 묵었다. 은 2분만 걸어도 세화포구 바다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세화포구 근처에는 여행객들을 의식한 음식점들이 많다. 이날 저녁을 먹은 도 주인 아주머니가 추천해 준 맛집이었다. 모두가 만족스럽게 먹었다. 영국남자 유튜브 동영상에서 한 게스트 여자분이 삼겹살을 가리켜 베이컨을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연구한 결과물같다고 말했는데, 내겐 제주도 흑돼지 삼겹살이 어떤 고기로..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지?흑돼지가 제주도특산물이긴 한가보다. 비자림을 나서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번화가든 시골이든 어딜가나 흑돼지 전문점들이 보였다. 이렇게 흑돼지 음식점이 지천인데 엄마는 나더러 자꾸 검색해서 흑돼지 잘 하는 집을 알아보라 한다. 외국인들이 흑돼지를 구워먹고 황홀해하는 유튜브 영상이 아니더라도, 대세는 제주도 = 흑돼지다. 제주도가 아닌 어느 지역에 가도 제주도 흑돼지를 컨셉으로 한 음식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주도여행은 흑돼지 먹으러 가는 거 아니냐는 말이 거의 관용구 수준이다. 펜션에 짐을 놓고 나오는 길에 펜션 주인분한테 흑돼지 맛집을 문의했더니 저쪽으로 쭈욱 가면요, 하며 손가락을 늘이더니 여기를 알려준다. 이었다. 처음에는 여기가 체인점이고, 시설도 별로라서 탐탁..
나무가 내쉬는 숨소리 가득한 곳쇠소깍에 갔던 우리는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기가 아쉬워 자연휴양림으로 유명한 비자림에 들르기로 했다. 숲이 그렇게 좋다는 아버지의 추천이었다. 도착하니 오후 4시 좀 넘었을까? 비자림 입구에는 안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미리 이용하라는 만장굴에서와 같은 표지판을 봤다. 모두 모여 탐방로로 입장했다. 세계 최대의 비자나무숲 제주도 비자림은 500년에서 800년의 수령의 비자나무 3000여 그루가 자생하는 비자나무숲이다. 단일수종으로는 세계 최대의 숲이며, 거목들이 밀집되어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삼림욕장으로 손꼽힌다. 한국의 천연기념물 374호로도 지정되어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 형과 형수님이 손을 잡고 걸어갔고, 나는 뒤에서 카메라 기사다. 걷다보니 바닥에서 뭔가 사각거린다...
제주도 숨은 명소를 가다.성산일출봉에 오르려 했던 계획이 더위에 의해 틀어졌다. 그래서 다른 갈 곳을 물색하다가 우리는 서귀포여행지로 이름난 쇠소깍으로 향했다. 37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실내, 혹은 덜 더운 실외를 찾고 있었는데, 쇠소깍이라면 물가이기도 하고, 물에서 카약 등을 탈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으로 향하면서 검색해보니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카약, 투명카약, 테우 등 수상레포츠는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비는 곳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가보기로 했다. 서귀포여행지로는 원래 부근의 천지연폭포가 더 유명했는데, TV에 방영되면서 쇠소깍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쇠소깍의 쇠소는 소가 누워있는 연못이라는 뜻이며, 깍은 끝을 뜻하는 옛말인 각이다. 그러니까 소가 누..
광고하지 않아도 잘 되는 집만장굴에서 나왔을 때가 11시 38분, 한시간동안 동굴 워킹을 하니까 배가 몹시 고프다. 아무거라도 먹었으면 좋겠는데, 엄마가 옆에서 은갈치로 유명한 제주도에 왔으니, 갈치조림을 먹어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찾아봤다. 갈치는 7월에서 10월까지가 제철이니까 지금이 딱이기도 했다. 12시 좀 넘어서 성산포에 있는 에 도착했다. 여기 갈치조림이 유명하단다. 어느 지방에나 고전 맛집들이 있다. 공중파 방송 3사 맛집 프로그램은 관통한 지 오래고, 광고를 굳이 하지 않아도 먹고 나간 사람들이 알아서 광고를 해 주는 집 말이다. 제주도 성산포 맛집으로 유명한 도 그렇다. 의 메뉴판은 대충 제주도 성산포에서 잡히는 해산물들이 망라되어 있다. 고등어, 갈치, 성게 등, 제주도에서 주로 유효한 ..
사람이 몰릴 때는 더 현명해져야 한다.성수기에 떠날 여행계획을 짜는 일은 쉽지 않다. 내가 여행을 간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여행길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차칫 방심했다가는 단순히 그곳에 갔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데 그쳐야 할 지도 모른다. 여름 성수기에 2박 3일 여행을 떠난 우리 가족의 첫날 코스는 이러했다. 예약과 예약 아닌 것 구분하기 최고 성수기는 예약 싸움 일단 여름휴가 때 비행기를 타고 어딜 가겠다는 것 자체가 한 두달 이상 전에 예약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로 여름휴가 여행을 떠난다면 당일치기나 1박 2일 정도를 계획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기왕 왔으니 여러 곳을 둘러보겠다는 이야기이며, 자리가 한정된 모든 곳에서 예약 싸움이 벌어질거라는 이야기다...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 제주도 관광지, 만장굴은 길이 7km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용암동굴이다. 화산이 터지고 용암이 흐를 때 겉은 식어 딱딱해졌는데 안쪽은 액체상태의 것이 빠져나가 동굴이 된 것이다. 근처에 있는 김녕사굴과 더불어 천연기념물 98호로 지정되어 있다. 보호를 위해선지 전체 굴 길이의 1/7인 1km구간만 통행을 허용하고 있었다. 만장굴에 들어오자 갑자기 에어컨 튼 건물에 들어온 것처럼 서늘했다. 동굴 안 기온은 10도에서 15도 사이로, 적당히 도톰한 옷을 입어야 할 정도다. 만장굴 관람 소요시간은 40분 정도이며, 이때문에 안에는 화장실이 없으니까, 밖에 있는 화장실에 미리 들르라는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간단히 말해 동굴 속에 얘들 오줌 누이지 말라는 이야기다. 아, 그리고 안에..
우리나라에는 없는 사찰 풍경제주도 관음사로 2박 3일, 가족여행 코스를 시작했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로 가는 길목, 관음사는 한라산 동북쪽에 있었다. 우리는 5.16도로를 타고 한라산을 올랐다. 이 도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박정희 정권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한 건설물이다. 당시 국토건설단이라는 단체가 이 공사를 맡았는데, 이 국토건설단은 전두환 시절의 삼천교육대처럼 폭력배나 노숙자 등을 모아다가 도로 건설에 투입한 것이다. 이거 만들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니, 건설과정이 얼마나 혹독했을 지 짐작하겠다. 일당은 커녕, 닥치는데로 두드려 패서 사람을 불도저 삼아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죽을 고생을 한 사람들과, 실제로 죽은 사람들의 등골을 밟고, 우리는 몇 분만에 너무 쉽게 차를 타고 지나왔다. 이 5..
제주도는 엄마처럼 한결같이 맞아준다.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제주도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는 초등학생 때, 고등학생 때, 대학교 때, 한번씩 제주도에 왔다. 그때마다 제주도는 변함이 없었다. 언제나 새로왔고, 따뜻했다. 내륙이 겨울일 때 제주도는 봄이었고, 내륙이 봄일 때는 제주도는 여름이었다. 미래를 사는 섬 같았다. 그래서 제주도에 왔을 때, 꼬마였던 나는, 사춘기였던 나는, 군대에서 전역해 아직 복학하기 전이었던 나는 제주도의 포근한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는 다 잘 될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내가 가진 열등감이나 모난 부분들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라지고 말 것만 같았다. 사라졌을까? 사라지는 중일까? 제주국제공항 5번 게이트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5분 정도 갔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