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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제주

제주도특산물 흑돼지가 맛있는 이유, <한라산도야지 세화점>

Dondekman 2017. 3.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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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지?

흑돼지가 제주도특산물이긴 한가보다. 비자림을 나서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번화가든 시골이든 어딜가나 흑돼지 전문점들이 보였다. 이렇게 흑돼지 음식점이 지천인데 엄마는 나더러 자꾸 검색해서 흑돼지 잘 하는 집을 알아보라 한다. 

외국인들이 흑돼지를 구워먹고 황홀해하는 유튜브 영상이 아니더라도, 대세는 제주도 = 흑돼지다. 제주도가 아닌 어느 지역에 가도 제주도 흑돼지를 컨셉으로 한 음식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주도여행은 흑돼지 먹으러 가는 거 아니냐는 말이 거의 관용구 수준이다. 펜션에 짐을 놓고 나오는 길에 펜션 주인분한테 흑돼지 맛집을 문의했더니 저쪽으로 쭈욱 가면요, 하며 손가락을 늘이더니 여기를 알려준다. 

<한라산도야지 세화점>이었다. 처음에는 여기가 체인점이고, 시설도 별로라서 탐탁지 않았다. 이렇게나 더운데 에어컨도 없이 창문만 활짝 열어놓았던 것이다. 아, 창문이랄 것도 없이 한쪽 벽이 뚫려 있는 구조였다. 어쨌든 우리는 오겹살을 주문했고, 구워서 먹어본 결과?   


제주도 재래흑돼지가 맛있는 이유


너무 맛있다. 단순히 제주도 특산물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확실히 맛이 다르다. 뭐가 다른지 꼬집어 말하자면 고기의 겉면은 튀긴 것처럼 바삭하고, 속살을 씹으면 평소 먹던 삼겹살의 고소함의 두배 맛이 난다. 육즙이라고 해야 하나? 촉촉하고 감미로운 맛이 씹을수록 입안을 맴돈다.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요리영화에 나오는 요리평론가의 느낌인데, 여하튼 내가 말해놓고도 왜 이게 맛있는 지 정확히 형용할 수가 없다고 느낀다.

찾아보니까 2009년에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자료가 있다. 제주도 흑돼지가 일반 돼지보다 맛있는 이유는 품종이 우수해서다. 지방량이 13배 정도 많고,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성질도 일반 돼지고기 대비 두배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고기 한 점만 먹어봐도 대번에 맛이 다른데, 이유가 없을 수가 없다.  

<한라산도야지>는 체인점이긴 한데,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유독 우리가 간 '세화점'이 많이 나온다. 반응은 공통적이다. 그냥 소문만 듣고 갔는데, 너무 맛있다. 우리 가족의 반응과 똑같다. 실제로 <한라산도야지>는 탐라유통의 돼지고기 브랜드로 2000년 제주중소기업대상을 안겨 준 고기다. 우수한 기술력으로 위생적이고 정직하게 사육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제주도 흑돼지의 특성과 효능


이밖에 제주도 흑돼지는 혈액의 적혈구, 헤모글로빈 양도 일반 돼지에 비해 많은데, 이는 더 건강하고 고기 질이 좋은 돼지라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다. 그리고 제주도 흑돼지는 사람 몸의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는 파미트올레인산도 일반돼지보다 15퍼센트 많다. 제주도의 환경에서 자라기 최적화된 토종 돼지니만큼 질병 저항력도 좋고 신체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 것이다. 신토불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현재 흑돼지는 제주도에서 약 3만 마리 정도가 축사되고 있는데, 순수 혈통의 흑돼지는 100마리밖에 안된다고 한다.

제주도 특산물, 재래흑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가슴이 넓고 엉덩이는 살집이 없으면서, 다리가 짧다. 어렸을 적, 똥돼지의 원조가 제주도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제주도 민속촌에서 봤던 제주도 전통 집도 돼지에게 인분을 먹일 수 있도록, 돼지우리와 야외변소가 연결된 형태였다. 야외변소에 쳐진 울타리 한쪽이 뚫려 있었고, 그곳으로 흑돼지가 킁킁거리며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변소 울타리에 몽둥이가 하나 기대있었는데, 다가오는 돼지를 밀어서 못오게 만드는 거였다. 야외에서 엉덩이를 까내린 사람과 흑돼지, 그리고 휘두르는 몽둥이의 연결고리를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삼겹살과 갈치속젓의 궁합


제주도 특산물, 흑돼지를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제주도의 갈치속젓이다. 이 양념장은 갈치속젓에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청양고추를 가미한 양념장으로, 새우젓을 찍어먹는 것보다 더 맛있었다. 고소한 돼지고기 삼겹살에 감칠맛을 더해 준달까? 모처럼 먹은 흑돼지 삼겹살을 이렇게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게 한 건 갈치속젓의 업적이다. 평소 고기를 구우면 몇 젓가락 먹고 마는 엄마도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계속 드셨다.

앞으로 집에서 삼겹살 구워먹을 때도 갈치속젓을 반드시 구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조합이다. 그나저나 고기를 구워먹고 있으니까 백구 두마리가 뚫어지게 상을 쳐다보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곳에서 손님들의 고기를 얻어먹었다는 듯한 관록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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