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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울

홍대맛집 셀위피쉬, 벌집삼겹살, 모임장소 삼기

Dondekman 2017. 2. 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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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속에 사람이 있고, 사람 속에 길이 있다.

모임장소로 가는 음식점이란 결국 고기 아니면 회가 되기 쉽다. 고기와 회야 재료와 손질만 제대로면 당연 맛있는 거고, 더군다나 홍대에 있는 음식점들은 다 홍대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목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음식점이 많은 곳에서 맛이 없으면 망하지 않는게 더 이상한 일이니까, 그래서 모임이 있으면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도 중간은 간다. 가본 곳 중에서 회는 <셀위피쉬>가, 고기는 <벌집삼겹살>이 좋았던 듯. 둘 다 모임장소로, 사람들 만나러 갔었다.


벌집삼겹살


첫번째 홍대맛집 <벌집삼겹살>, 여긴 체인점이다 내가 익산에서 살 때나 전주에 살 때나 대학로, 번화가에 어김없이 하나씩 있었던 집. 그날 모임이 있어는데, 너무 추워서 홍대입구역에서부터 어디론가 도망치듯 들어간 집이다. 어디서도 그렇지만 홍대맛집을 맛집이라고 알아보고 들어가는 것보다 그냥 들어가서 맛있으면 거기가 홍대맛집이다. 기대를 버리면 더 큰 축복이 찾아온다는, 무슨 교리같군. 어쨌든 

나는 몇 년전에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취업 때문이었는데, 결국 취업은 다른 데 했지만, 배워보니까 역시 개발자 일은 나랑 잘 안맞은 것 같더라고. 외출할 때 쓰레기 봉지 들기, 빨래버튼 누르기 순서도도 하나씩 틀리는 나라서. ㅋㅋ 아무튼 그때 잘 안되는 거 붙잡고 한다고 했는데, 그 4개월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사람들이랑 재미있었다. 그중 뭐든 가장 열심히 하던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연락도 가끔 하고 해서 모임이 돌아간다. 원래 국문과를 졸업해서 지금은 개발자로 일하며 인문학 출신으로 프로그램 개발자 일하기? 대충 그런 컨셉의 책을 쓰고 있다더라.



그냥 삼겹살 먹다가 얼얼이벌집삼겹살 먹었는데, 얼얼이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안 매운 맛이다. 그냥 매콤삼겹살 정도가 맞을 듯, 이거 먹고 나서 갈비맛벌집을 먹었다. 늦게 모임장소에 온 여자분이 먹자고 한 것. 그녀는 우리의 프로그래밍 강사였고 앳되 보이는 얼굴에 약간 친절한 무표정을 띄고 있었다고나 할까?, 말할 때 어조도 그렇고 깜박이던 눈의 억양도 순수해보였다. 그녀 덕분에 빡빡했던 수업이 좀 마일드했던 듯, 갈비맛벌집, 그녀가 추천한 이게 제일 맛있었던 듯 하다. 달달, 마일드하면서... 

사실 그 여자분이 임신했기 때문에, 횟집이 아니라 고깃집으로 장소가 쉽게 정해진거다. 잘못될 가능성을 가장 좁히는 차원에서 생선회는 원래 임신중에는 먹지 않는 건가보다. 


가격은 150g당 벌집삼겹살 6500원, 얼얼이랑 갈비맛벌집이 7000원. 홍대앞에서 여러해를 버틴 집이라는 것을 흔적으로 알 수 있다. 가격표가 땜빵 표시로 너덜너덜하다. 아무리 장사가 불이 나게 잘 되도, 임대료가 금값이다. 계산하고 조정해야 할 일이 많을거다. 급변하는 시세에 대처해야 하는 홍대맛집들의 안쓰러움이란... 

이거 끝나고 옆에 있는 최군맥주가서 맥주 한 잔 하고 헤어졌다. 그날은 정말 엄청 추웠다. 추위가 우리를 빗자루처럼 쓸어담았던 셈이었던 홍대맛집 벌집삼겹살, 그리고 최군맥주였다.


셀위피쉬


이 사진은 내가 아는 사람 블로그에 올린 것. 이날 처음 셀위피쉬 횟집에서 만난 사람이다. 내가 N사 블로그를 한창 하고 있을 때 블로그 이웃으로 만난 사람. 그림 그리는 여자.

내가 고시텔 집들이 찍어서 올리니까 댓글로 저도 집들이 초대받고 싶네요 해서, 집은 너무 좁아서 밖들이는 어떠냐고, 그래서 만났다. 낯선남자를 혼자 만나기 무서웠는지, 아니면 참견하는 주변에 떠밀렸는지 여자 동료 한 명을 더 데리고 나왔다. 내가 어디어디가 있고 여기저기가 있고 어디갈까요? 주섬주섬 말할 때 그녀는 본인이 좋은데를 안다면서 앞장서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그만 몸집에 도드라진 머리와 딱부린 눈. 그녀의 인상은 강렬했다. 성큼성큼 걸어가 셀위피쉬 앞에서 멈춰서더라. 참 이제 생각해보니 그녀의 블로그의 글귀와도 맞아떨어지는 행보다. 저는 회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을 수 있어요. ㅋㅋ 이거 웃긴다. 무릎이라도 ㅋㅋ 

며칠 뒤에 그녀의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이날 홍대맛집 셀위피쉬라고, 아니 동교동맛집 셀위피쉬라고 포스팅이 되어있더라. 여기 서교동인줄 알았는데 동교동이네, 홍대입구역 건너편이 서교동인 듯. 그러고보니 홍대맛집으로 유명한 교동짬뽕, 그래서 교동이라는 상호를 쓰는구나, 했다. 셀위피쉬? 정식 상호는 셀이 아니라 셸이다. 셸위피쉬, shell we fish, 우리 물고기 할까요? 물고기하면 회쳐지니까 하면 않되는데... 그녀가 그러고 있다. 이날 우리가 먹은건 알뜰세트(2~3인용) 53000원짜리, 모듬회+해산물 4종+회무침+알밥+버섯철판+매운탕+산낙지였다. 3,4인용은 68000원이군. 장어구이, 새우튀김도 나온다. 3~4인용을 먹을 걸 그랬나? 물론 돈은 내가 냄. 셀위피쉬는 이렇게 블로그 이웃, 그녀가 소개한 홍대맛집인 셈이다.



그녀의 블로그는 기승전술이다. 아니다. 전부 술이다. 먹는 음식은 요리이기 전에 안주다. 모든 국밥은 해장국이다. 술 먹어서 정신을 잃어버릴 때도 이렇게 사진을 찍어서 홍대맛집 블로그 포스팅에 써먹더라. 이날도 술을 엄청 먹었다. 다음날 일어날 때 등뼈가 시릴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하루종일 카톡을 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누군가와 접촉하면서 직접 대면은 싫어한다. 대개 집앞까지 만나러 가야 만날 수 있다. 가령 3명의 인원이 신촌에 있다 치면, 그녀는 신촌 모임장소로 오지 않고, 신촌에 있는 3명이 택시를 타고 그녀가 사는 연남동 집까지 가야한다. 그래야 만날 수 있다. 격투기 게임에서 무조건 상대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작전, 니가 와라, 가 생각난다.

오른쪽 그림은 "당신의 뇌구조" 라고 해서 그녀에게 카톡으로 보낸 내 낙서다. 멀어, 그녀가 어딜 가길 거절할 때 쓰는 말이다. 그날 셀위피쉬에서 경계감 서린 눈레이져를 쏘면서 나를 압박하던 그녀의 레이저 속에는 나는 마음 속에 있는 걸 어떻게든 표현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아니, 그냥 있어도 표시가 나는 스타일이다, 라는 말이 들어 있었다. 그간 그녀의 감정표현은 롤러코스터다. 화도 단순하게 내고 기뻐할 때도 어린애처럼 단순하게 기뻐한다. 뭐랄까, 형이상학적인 데가 있다. 땅에서 벌어지는 잡다한 일들은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하지도 않고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스타일이랄까? 그래서 천성적으로 예술적이다. 그림을 그려왔고, 그려갈 것이다.   

그녀는 다니던 부동산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작업을 본격적으로 해보려한다고, 오늘도 카톡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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