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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울

홍대서점 상상마당, 땡스북스, 유어마인드(독립출판물 책방들)

Dondekman 2017. 2. 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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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응원하자.

독립출판물은 팔아서 이윤을 남기기 위한 책이 아니다. 베스트셀러를 향한 줄서기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문화가 없어서 자신이 그 문화를 만드는 주체가 되는 선언이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출판 자체가 예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지금은 관광특구로 지정된 홍대, 지금의 홍대를 있게 한 것은 언더그라운드 정신이다.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려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의 자신을 돌아보고, 그 호흡에 노래를, 그림을 실어 내뱉는 것. 그저 그 뿐인 것. 그것은 매력적이다. 그같은 것에 이끌림을 받은 이들이 홍대로 자꾸만 모여들었던 것이다. 홍대 주변의 지난 세월이 일종의 독립출판의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러한 독립출판물을 지원하고, 전시, 판매하는 홍대서점이 있다. <상상마당>, <땡스북스>, <유어마인드>다.


KT&G 상상마당


<kt&g상상마당>은 홍대거리의 가장 중심에 있으면서 서점이기도 하고, 공연장이기도 하며, 각종 문화 강연, 행사기획을 하고 있는 빛의 공간이다. 2007년에 문을 연, 홍대가 본격적인 팽창을 시작한 기념비적인 건물 중 중 하나다. 2016년 봄에는 독립출판학교인 <어바웃북스 프리스쿨>를 열어 독립출판을 꿈꾸는 사람들을 상대로 여러 강연과 행사를 했고, 여름에 하는 <어바웃북스>행사를 통해 다양한 소규모 출판물을 전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홍대앞에서 장사합니다>는 홍대에서 예전부터 장사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몇 군데 점포를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홍대앞에서 터를 지켜 장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 속을 들여다보는 책인 것이다. <상상마당>곁에 <홍대앞에서 장사합니다>책을 나란히 놓고 보니 동질감과 이질감이 섞인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kt&g상상마당>은 대기업이고, <홍대에서 장사합니다>는 자영업다. 둘은 잘 사는 자와, 살아남으려는 자 사이의 격차가 존재하기에, 내 느낌의 기우뚱함은 아마 그러한 이질감에 기댔기 때문일 것이다. 한쪽에서는 거대자본으로서 홍대 토박이 문화로 돈을 버는데, 정작 홍대의 문화를 만들어 온 토박이 가게들은 거대자본에 밀려 자리를 떠나야 하는, 모순된 현실에 대한 서운함같은 것이 느껴진다. 자꾸 두 사진을 나란히 보게 되더라. 


땡스북스


<땡스북스>는 <상상마당>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땡스북스>는 <상상마당>보다 늦게인 2011년에 문을 열었다. 이 책방을 세운 이기섭 디자이너가 디자인 특화 서점으로도 만들 수 있었지만 그냥 동네서점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다는데, 이곳을 둘러보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진열대와 책들의 배치가 섬세하고 채광이 좋은 전면 유리창에서 뻗는 햇살의 각도가 잘 어울리는 실내공간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는 여느 서점과 다름없이 대중적인 시, 소설, 인문학 서적이 비치되어 있다. 그리고 홍대서점<땡스북스>만의 색깔이 있구나 싶은, 어딘지 모르게 튀는 책들, 이건 독립출판물이구나, 싶은 책들이 알맞게 자리를 잡고 있다. 앞서 본 <홍대앞에서 장사합니다>도 <땡스북스>에 비치된 책이다.



<땡스북스>는 <상상마당>에서 공연장을 떼고 작게 만들어 놓은 느낌의 서점이다. 나는 책 진열대와 경계없이 어우러진 카페 테이블에서 탄산음료로 목을 축이며 한동안 책을 보고 앉아 있었다. 약간의 나른함이 찾아오자 음반 진열대에 가서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들어본다. 가가린Gagarin이라는 3분 48초짜리 노래. 통통 튕겨다니는 외국곡이다. 유리 가가린은 소련이 최초로 발사한 유인우주선에 탑승한 사람이다. 지구는 초록색이라고 한 마디 했다는데, 이 가가린이라는 음악도 탐사에 따른 감탄사같은 느낌이 있다. 여행자의 음악이 아닐까? 유튜브에 있길래 보니까, 그러네, 내가 생각한 그 가가린의 그 컨셉.



유어마인드


세번째 홍대 독립출판물 취급 책방은 <유어마인드>다. <상상마당>이 가장 크고 기업적으로 운영되며, <땡스북스>가 그 다음이라면, <유어마인드>는 오직 독립출판물만 취급하는 홍대서점이다. 와우교 옆에 빌딩이 하나 있는데 그 꼭대기층이다. 와우교는 지난 포스팅, "와우로 도보 여행하기"에서 소개한 그 굴다리가 있는 곳이다.


유어마인드 주인장 사진가 모모미는 자신이 펴낸 책을 팔기 위해 유어마인드를 열었다고 한다. 그런 것을 낼 만한 곳을 생각하니 바로 홍대였다고. 본인이 독립출판을 계기로 아예 독립출판물을 전문으로 다루는 홍대서점을 연 것이다.



이 심플한 책. 앞표지에 조그맣게 써진 이름에는 시인 김경주의 이름이 보인다. 10페이지나 될까, 싶은 이 작은 책이 만원. 독립출판물은 분량보다 오리지날, 아날로그의 감성을 담아 판다.



탐정사전이라니, ,어렸을 때 내가 좋아했던 류의 분위기. 그때는 깨비책방이라고 몇백원 내고 책 빌려보는 책방이 동네마다 있었는데 탐정이라는 말 들어간 책은 다 빌려봤던 것 같다.




내가 30대가 됐다. 시발 ㅋㅋ



이렇게 불온한 컨셉의 책들도 있고.



앞의 것이 독립출판물이라면 이건 독립음반? 홍대서점 유어마인드에서는 인디밴드의 음반도 팔고 있다.

그러고보니 <상상마당>에서도, <땡스북스>에서도 음반을 팔고 있는데, <유어마인드>까지 내려오면서 규모는 점점 작아지고, 출판물, 음반의 독립적 색채는 더욱 짙어진다.



무슨 말이든지 하세요, 그러면 좀 나아질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침묵하는법을 배우세요.

이런 말이 홍대서점 유어마인드의 유리창에 붙어있다. 그렇다. 유어마인드라는 이름도, 무슨 말이든지 하라는 이 말도, 모두 자기 자신의 발성으로 어떤 말을 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독립출판물은 그래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펴내야 할 책인지도 모른다. 꼭 출판이 아니라도, 그 어떤 방식으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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