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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남

여수벽화마을에서 생각한 예술 마케팅, 프로모션promotion

Dondekman 2017. 2. 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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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한다는 것.

지인이 하루는 예술과 쾌락이 뭐가 다르냐는 질문을 했다. 그래서 나는 남자가 여자를 보고 좋아하는 건 쾌락이고, 그런 자신을 보면서 다른 차원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예술이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맞을까? 언뜻 생각하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또 드는 생각은 예술과 마케팅은 뭐가 다를까? 하는 것이다. 이건 아마 누구라도 당연히 다르다고 대답할테지만 사실 겹치는 부분도 있다. 이 이야기는 마케팅의 세부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프로모션(promotion)과 연관지으면 될 것이다. 

점심을 먹었던 함남면옥과 여수벽화마을 입구는 걸어서 5분이다. 입구라는 것은 어디서부터 타고 올라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벽화마을은 크게 이순신의 생애를 다룬 것과 파스텔톤의 자유주제를 연출한 것으로 나뉘는데, 나는 이순신쪽부터 갔다. 근처에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는 이순신 광장이 있고, 아마 연관 주제로 도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느라 벽화에도 이순신 관련 그림을 그린 모양이다. 

진남관과 여수경찰서 가는 길 사이에 굴다리가 하나 있고, 여수제일교회 들어가는 골목길에 천사벽화골목길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아마 천사벽화라는 건 이순신 소재가 아니라 반대편 쪽에 그려진 그림들을 지칭할 테지. 그래서 정식명칭도 고소동천사벽화마을이다.



시간은 정오. 덥다. 이렇게 더운데 쬐는 햇빛을 맞으며 배낭 매고 비탈을 걷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덥다. 나는 다시 한번 도보여행에서 짐을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산동네를 올라갔다. 벽에 그려진 그림에는 이순신의 생애가 압축해 담겨있다. 이순신이 어렸을 때부터 전쟁놀이 하던 것, 청년기의 무술 수련하던 것, 장년기에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 군을 지휘하는 장면 등이 골목길 초입부터 순서대로 그려져 있다. 이순신 위인전기 그림책을 찢어서 벽에 붙여놓은 느낌. 진부했다. 공무원들이 책상 위에서 자, 근처에 이순신 광장 있으니 이순신을 소재로 그려보도록, 해서 그린 느낌이다. 특히 사진에 있는 저 이순신 장군의 임종은 딱 초등학교 교재용이지 않은가,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염두에 둔 것 같았다.

서두에서 프로모션에 대해 말했는데, 프로모션promotion은 상품을 잘 팔리도록 하는 것으로, 프로모션 단어 자체가 촉진을 뜻한다. 마케팅이 제품과 유통, 홍보와 판매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개념이라면 프로모션은 마케팅의 하위활동으로 오직 판매를 촉진하는 광고에 의미를 한정한다. 가령 1+1으로 상품을 묶어 해당 패키지를 사도록 만드는 것이 프로모션의 기술인 것이다. 프로모션의 수단 중 하나가 P.R(public relation)인데, 흔히 자기피알을 한다, 말할 때 쓰는 그 피알이다. P.R은 대표적으로 브랜드 홍보 광고가 있으며, 여수벽화마을은 여수라는 지자체 도시를 P.R하는 관광 프로모션인 셈이다.

창 없는 벽에 창문을 그려 꽃다발이 든 소녀를 거기 있게 하고, 우체통 없는 골목길 벽에 우체통을 그려 편지를 집어넣는 소녀를 그리는 것, 고소동천사벽화마을의 벽화들은 산동네의 특유의 소박하고 순박한 분위기를 천사라는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 천사의 이미지는 여수를 P.R하는 예술 마케팅이다. 순수예술에서도 이러한 P.R이 없지않다. 결국 예술은 작가의 자기세계 P.R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여기서 특정 목적을 P.R하는 것과 작가 자신을 P.R하는 것과의 차이는 뭘까?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마케팅과 엮일 때 예술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도 때로 혼동스럽다.



얼마전에 본 옥외광고다. 강남 고속터미널 앞 반포지구대 2층 건물에 이런 전시물이 있는데, 보는 순간 머리를 딱 치게 만드는 아이디어였다. 장난전화를 하고 있는 사람이 붙잡은 전화기가 출동하는 경찰관의 구두라는 발상도 좋고, 건물의 모서리에 서로 다른 방향을 잡고 있는 구도도 좋다.

무엇이 예술이냐, 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존의 통념을 흔드는 예술의 요소가 때로 마케팅, 프로모션promotion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외수의 첫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에 등장하는 말, 돌같은 것은 돌이 아니다. 돌이어야지 돌인 것이다, 도 결국 예술은 예술다워야 한다는 순수성의 선언인데 나는 이 말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나는 예술 마케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두고 싶다. 하지만 때로 광고적인 것 속에서도 예술적 발상들이 번뜩이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으며, 순수예술보다 더 예술적으로 다가온다고 느낄 때도 있다. 아, 저건 순수가 아니니까, 하면서 들춰보지도, 생각해보지도 않는 건 협소한 생각이다. 순수를 핑계로 자기 쇄신을 이루려 하지 않는다면, 그런 순수는 반대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작가보다 작품을 믿는다. 작가의 선악미추, 순수성을 떠나 그 작품 속에서 나를 놀래키게 하는 그 지점에 집중한다. 마케팅을 위한 예술에서도 배울 것은 많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여수벽화마을이 있는 산동네의 정상에 올랐다.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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