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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울

북한홈페이지같은 포스터들, 서울전시회를 둘러보다

Dondekman 2017. 8. 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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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가보지 않은 그곳은 어떤 세상일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예술가의 런치박스[링크]를 마치고 서울전시회를 구경했다. <광복 70주년 기념 북한프로젝트> 전시로, 북한 유화와 포스터, 우표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북한 관련 아트프로젝트를 서울전시회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구나. 세상의 변화가 새삼 실감이 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전시회가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 언제봐도 매력있는 건물이다. 

일제시대때 경성재판소로 썼던 건물이란다. 해방 뒤에는 대한민국 대법원이 들어섰고, 1995년까지 이곳이 대법원이었다. 유서깊은 장소로서 대한민국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역사 자체가 서울전시회 장소인 곳.


광복 70주념 기념 북한프로젝트


본관 1층에서 하고 있었던 서울전시회가 바로 <광복70주년 기념 북한프로젝트>다. 북한홈페이지에 접속하는 기분.


이렇게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을 하는 얼굴은 처음이다.


북한홈페이지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포스터. 선생님 책상에 있는 지구본 세계지도는 의외로 글로벌하다 ㅋㅋ

"김광철 영웅과 나"라는 저 글짓기 제목이 너무 답정너같아서 웃긴다. 김광철은 이랬는데, 나는 무엇이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쓰레기도 잘 줍고, 운운 하는 레퍼토리가 나오겠군.

뭐, 그 옛날 남한으로 따지면 "이승복 소년과 나"를 글짓기 제목으로 정한 격이 되겠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반공 글짓기 대회, 웅변대회 등을 했었다. 아마도 군사정권이었던 5공화국, 노태우 정권까지는 그랬던 듯. 이후 김영삼 문민정권이 출범하면서 그런 것들이 없어진 듯 하다.

 


북한포스터를 보고 있으니까 주제가 너무나 너무나 명료하다. 

표정이 '음, 그래 혁명 과업을 완성해야겠군."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게 너무 잘 느껴진다. 찬도 없이 진지를 드시는 표정들이다. 북한홈페이지의 표어 아무거나 가져다 붙여도 적절한 대사가 될 것 같다. 



이렇게 북한홈페이지 표어를 끼고 있는, 보다 직설적인 포스터들도 있다.


I am your mirror


그러나, 나는 너의 거울이며,

마 또한 너의 거울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북한홈페이지같은 꽉막히고 촌스러운 포스터들이 나열된 한편에 이런 문구가 써 있다. 그러니까 북한의 이러한 꽉 막힌 모습은 남한을 거울삼아 발전한 문화라는 것이다. 서로의 대립관계에서는 서로를 의식하고 견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서로를 알게모르게 닮아가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남한 사회는 북한과 그 형태만 달랐지 꽉 막힌 부분이 있는 건 마찬가지라는 거다.  


그래도 웃긴 걸 어떡해


문학예술부문에서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잘 하기 위하여서는.. 운운, 저 말을 10번은 읽어봐야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예술이 북한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이건 이렇게 해, 저건 저렇게 해, 규칙을 만들어 놓자는 것이다. 단순한 메시지인데 가독성을 일부러 떨어뜨린 느낌이랄까? 뻔한 내용을 저렇게 장려한 말로 수식하는 문체가 놀라울 정도다. 


공포 조성 사회 구성원들은 적극적으로 공포의 동반자가 된다.


교만과 다르지 않은 긍지가 꽃핀다.

뭐, 비단 북한의 문제만은 아니다. 증오와 공포가 정치권력의 유지기반이 되는 사회가 어디 북한 뿐이던가? 잘못하면 맴매를 하고, 그걸로 유지되는 조직들은 남한에도 많다. 실제로 그런 조직일수록 '개념'을 챙기는 걸 자랑스러워 하더라고. 

북한홈페이지를 해킹해서 팝업창으로 띄우고 싶은 말이다.


통일의 피아노


<광복 70주년 기념 북한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휴전선 철조망을 끌어다가 피아노 현으로 만들어 놓았다. 건반을 아무리 눌러도 툭툭, 둔탁하게 침묵할 피아노 현들...

이 서울전시회는 역설적으로 분단의 상징물들에서 번지는 소리들로 통일에 대한 곡을 연주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것도 북한홈페이지에 팝업창으로 띄우고 싶은 작품이네.

그 와중에 피아노메이커는 삼익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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