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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체험학습장, 특정자생식물원 난 전시관 본문

국내여행/전남

목포 체험학습장, 특정자생식물원 난 전시관

Dondekman 2017. 1. 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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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면 좋은 곳.

목포 유달산 조각공원 옆에는 특정자생식물원이 있다. 특정자생식물원은 희귀, 멸종 우려의 자생식물을 모아 전시해놓은 곳으로 환경부에서 지정한 전국환경체험학습장이다. 특정자생식물원은 3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먼저 난 전시관이 있고, 유리온실(155.37제곱미터), 마지막으로 155종의 식물이 전시되어 있는 야외전시장이 있다. 

이제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진다. 덥다. 갈수록 돌아다니기가 힘들어진다. 그래도 코앞에 있는 식물원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여행이 아까워서, 모두 둘러보기로 했다. 지금은 7월, 꽃이 피는 기간은 아니기 때문에 야외전시장은 소박했다. 그래도 뭔가 특이하지만 어디서 한번쯤 본 듯한 나무들과 풀들을 둘러보면서 푯말에 적혀 있는 이름들을 한번씩 되뇌고 지나갔다. 발음했을 때, 아, 우리나라 토종이구나 느껴질 만한 이름들이었다. 특정자생식물원의 야외전시장은 6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 마련되어 있고, 정자와 벤치들도 많아서 단체로 체험학습을 하기 좋을 것 같다.    

야외전시장 위로는 유리온실이 있는데 철골유리조로 되어 있어 식물원의 온실답다. 온습도 센서가 달려 있어 자동으로 실내 기후가 조성된다고 한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아무것도 조절할 필요 없이 둬도 될 것 같다. 유리온실에는 목본류 23종, 초본류 245종의 식물들이 있다.



개중 눈에 들어왔던 게 사랑초와 가문비나무다. 잎사귀까지 자줏빛인 사랑초를 보고 있으니까 왜 이름이 사랑초인지 느낌이 팍 온다는?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을 봤을 때 생기발랄하게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이 모양새에서 그대로 전해져 온다. 짝짓기 중인 나비들이 그대로 찰깍, 사진 찍힌 모양이다.

가문비나무는 나무 표면이 검은색이라고 해서 흑피목(黑皮木)이었는데, 이걸 검은피나무로 불렀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검은피나무라니, 공포영화 제목으로 정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원뜻과는 상관없이 가문비나무, 불러보면 퍽 정답다. 오래 가문 날을 보내고 배가 쏟아져 내릴 때까지 견디는 자세, 이런 생각도 들고.    

야외전시장 아래쪽으로는 특정자생식물원 난 전시관이 있다. 이곳은 관리인 분이 항상 상주하면서 식물들을 돌보고 계셨다. 덕분에 비로소 도움을 청해 물도 마시고, 지고 다녔던 배낭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반절 이하로 떨어진 핸드폰 배터리도 충전하면서 한숨 돌린다.    



난 전시관의 식물들은 왜 이곳에 관리인 분이 상주해야 하는 지 느껴지는 식물들이 많았다. 딱 봐도, 나 까다로워요, 하게 생긴 식물들, 위의 식물은 품명에 제주해석이라고 써있다. 해석이라니 바다의 돌? 그래서 잘 못 봤는 줄 알고 사진을 한참 늘려보았는데 글씨가 깨져서 더 알아보기 힘들다. 검색해보니까 제주해석이 맞다. 특정자생식물원 관리인 분께서 지금은 꽃이 안핀다며 개화시기가 이즈음인 것을 소개시켜 준 것이다. 6월에서 8월에 꽃이 핀다.


특정자생식물원 난 전시관에 유독 많았던 품종. 바로 풍란이다. 연녹색 이파리에 앙증맞게 작고 하얀 꽃이 달린다. 차분한 소녀의 모습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만났던 여자애를 좋아했는데,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하얀 꽃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던 기억이 난다. 바위 밑 그늘을 비집고 살풋 웃던 하얀 꽃, 운운하던 구절이 기억난다. 그 때 내가 생각했던 하얀 꽃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식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 

특정자생식물원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체험학습장이니까 아이들 방학숙제같은 거 처리하러 오기 좋겠다. 사랑초, 가문비나무 등 그 독특한 이름만 해도 셀수 없을 만큼 많으니 조사해서 이름에 얽힌 사연만 적어도 견학문이나 기행문, 체험학습 기록문같은 건 할 수 있을 듯. 그러고보니까 요즘 학교들도 방학숙제 많이 내주나? 나는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는 시기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세대로 우리때는 뭔놈의 방학숙제가 그리 많았는지 탐구생활, 만들기, 그리기는 기본이고 독후감 5편, 기행문, 견학문, 생활문 등등 끝에 문 붙은 숙제들로 허우적거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뭐, 숙제 덕분에 여기저기 가보기도 했지만, 아무튼 이곳을 잘 활용하면 숙제 몇 건은 해결 할 수 있겠네.

내가 목포역 가는 길을 물어보니 난 전시관 관리인 분께서 나를 데리고 유달산 밑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가시더니 저쪽으로 가면 뭐가 나오고 뭐가 나오고 설명해주신다. 뭐, 막상 가도 다시 지도를 뒤져야겠긴 하지만, 일단 여기서 걸어서 바로 다음 행선지로 갈 수 있다는 확신과 기쁨과 기대가 생겼다고나 할까, 그렇게 나는 다시 충전 중인 핸드폰을 들고, 배낭을 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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