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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 조각공원, 하늘과 바다 배경의 이색 미술관 본문

국내여행/전남

유달산 조각공원, 하늘과 바다 배경의 이색 미술관

Dondekman 2017. 1.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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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가보니까, 다르더라.

모든 것이 그렇다. 비단 전시관이나 운동경기 뿐, 아니라 물건 사는 일도 그렇고, 사람과 만나는 일도 그렇더라. 실제로 가보면 분명 뭔가가 다르고, 그 다름이 삶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피곤했나보다. 일찍 잔 것 같은데 또 늦게 일어나버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아니, 일찍 일어나는 여름 여행자가 더위를 덜 먹는다. 그래도 오전 9시쯤 숙소(라고 쓰고 찜질방이라 읽는다.)를 나섰으니 그렇게 나쁜 건 아니다 버스를 타고 유달산쪽으로 왔을 때는 9시 30분, 사진으로 보이는 돌산이 바로 유달산이다. 높이를 찾아보니 228미터네. 고맙다. 낮아서 ㅋㅋ 유달산은 조각공원을 비롯해 특정자생식물원 등 목포의 관광자원이 모여있다. 나는 이 유달산을 훑고 나서 목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10분 정도 골목길을 타고 올라가면 유달산 조각공원에 도착한다. 

  


유달산 조각공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 수십 작품이 계단 식으로 깎은 비탈에 놓여져 있어서, 정주행으로 작품을 돌며 사진 찍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간은 날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경치는 참 좋다. 조각공원 자체가 크게 비탈져 있어서 상층부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아찔할 정도다. 특히 야외무대 위쪽,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야외 미술관이 하늘과 바다 사이에 걸쳐 있어 장관이다. 


위쪽 오른편부터 각각 <명상 - 일어나는 섬 -. 김형준. 2008>, <기다림. 윤영월. 2008>, <적의 .박석원. 1994>이다. 일어나는 섬이라니, 일어나는, 이라는말 뒤에 섬, 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 일어나는 섬, 이라는 말을 한 번 보고 일어나는 도시?, 일어나는 논, 밭, 뭐를 붙여봐도 섬만 못하네, 가슴을 뚫고 세발 달린 짐승이 들이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다림. 윤영월. 2008>은 바다에 나간 남편을 육지에서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바다로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도 들어있으며 이 둘이 따로가 아니라는 사실이 울림이 있다. 무릎을 한쪽 들고 상체를 얹은 폼이 우리 엄마랑 닮았네. 

<적의. 박석원. 1994>에서 적의는 적의敵意를 품다, 할 때 쓰는 적의가 아니라. 적의積意, 그러니까 마음에 쌓인 뜻이다. 이거 보면서 네모들이 쌓여 있으면서 생긴 틈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니까 재물이든, 지식이든 쌓이는 데로 그것이 곧 보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쌓인 그 틈을 발견하는 일이 의미가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여행을 하든, 책을 읽든, 사실 내가 정말 뭔가 얻었다고 느끼는 순간은, 처음에 기획했던 바가 아니라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틈인 것 같다. 

목포 유달산 조각공원은 이색적인 야외 미술관이다. 나는 그 위에 있는 관음사까지 올라가 둘러봤는데, 조각공원에서 비탈진 경사는 관음사까지 올라가면서 더 심해져 있었다. 꽤 긴 계단을 올라가며 한 번 내려봤는데 아찔하다. 내 시선을 따라 바다로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느낌. 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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