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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어진박물관의 조선시대 태조, 세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 순종 초상화, 사극 배역들 본문
VIP로 그려드립니다.
어진(御眞)은 왕의 초상화다. 조선시대 왕의 초상화를 그렸던 화가들은 어진화사(御眞畵師)라고 불렀다. 이들이 그린 초상화는 거의 왕 자체로 취급받았으며, 터럭 하나만 달라도 그 사람이 아니라는 정신 하에 마마를 앓은 자국이나 검버섯같은 부정적인 것을 하나도 숨기지 않았다. 전주 경기전[링크]안에는 이들 초상화를 모아놓은 어진 박물관이 있는데, 조선시대 태조, 세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 순종의 어진이 있다.
보기만 해도 TV나 영화로 봤던 조선시대 사극 장면을 생각하게 만드는 얼굴들이다.
태조
최고의 무장, 최초의 임금
전주 경기전의 주인공 태조 이성계다. 딱 벌어진 어깨에서, 벌써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무장의 모습이 나타난다. 경주, 평양에 있던 태조 이성계의 어진은 임진왜란때 소실되었다. 일본해적 때려잡기로 이름난 이성계니까 임진왜란 당시 일본인들이 그 어진을 가만두지는 않았을 듯. 다행히 전주 경기전에 있던 태조 이성계 어진만 무사하다. 이게 다 호남을 지킨 이순신 덕분이라고 해야할까?
사극 속 태조 이성계
TV 사극에서는 83년도에 나온 대하드라마 <조선왕조500년>에서 김무생이, 96년도의 <용의 눈물>에서 역시 김무생이 연이어 태조 이성계를 연기한다. 공교롭게도 <용의 눈물>에서 이성계의 아들인 태종 이방원을 연기한 유동근이 <정도전>에서는 태조 이성계를 소화한다. 최근 드라마에는 2015년 <육룡이 나르샤>에서 천호진, 2016년에는 <장영실>에서 김기현, <봉이 김선달>의 임종윤이 태조 이성계 배역을 소화했다.
내 마음 속의 이성계는 아무래도 가장 재미있게 본 <정도전>의 이성계. 전장에서 함경도 사투리로 둑디 말라우! 외치는, 유동근의 묵직한 음성이잊혀지지 않는다.
세종
감사합니다. 한글로 포스팅하게 해 주셔서
모두가 공인하는 조선시대 최고의 임금, 세종. 안으로는 한글을 창제하는 등 문화, 과학 분야를 발전시키고 밖으로는 4군 6진을 통해 국토를 넓히고 사회를 안정시켰다. 현재 조선시대 임금을 일컬어 유일하게 성군이라는 수식어가 붙이는 임금이 아닐까, 한다. 어진에서는 역시 조선시대의 안정감 있던 한 때를 연상시키는 든든한 콧대와 콧방울이 눈에 들어온다. 대학자다운 차분한 눈매도 인상적이고.
사극 속 세종
태조 이성계와 마찬가지로 90년대 <용의 눈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안재모가 세종의 충녕대군 시절부터 연기했다.
영화 <신기전>에서는 배우 안성기가 세종으로 나온다. 김상경 같은 경우 드라마 <대왕세종>에서 세종이었는데, 8년 후 2016년의 드라마 <장영실>에서 세종을 다시 분한다. 여기에 <대왕세종>의 역대 라이벌이라 칭해지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는 한석규가 나와 세종을 연기했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훈민정음 창제에 반대하는 유생들과의 토론이 인상적이어서 내 마음 속의 세종으로 남아있다.
영조
밑의 사람들 좀 빡셌겠는데?
영조는 83세까지 살아 조선시대 최장수 왕으로 꼽힌다. 얼굴만 딱 봐도 서릿발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여기에 듬성듬성한 수염은 뜨거운 기운이 몸을 불사른 火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오똑한 콧대와 날카로운 콧끝에서 자신의 주관과 추진력이 장난없다는 것도 느껴지고. 아무튼 조선시대 왕의 초상화들 중 가장 일을 완벽주의적으로 몰아붙였을 것 같은 얼굴이다.
탕평책과 균역법을 시행하는 등 좋은 일도 했고,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이는 등 무자비한 일도 했다. 이러한 이면성 때문인지 조선시대에서 가장 많은 사극에 등장한 임금이기도 하다.
사극 속 영조
영조 배역은 국민배우 최불암이 1980년에 MBC드라마 <안국동 아씨>에서 맡은 후 21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같은 방송국의 드라마 <홍국영>에서 영조 역할을 맡는다.
98년 <대왕의 길>에서는 박근형이 영조를 연기했다. 이때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2007년도의 <이산>에서는 정말로 영조가 생전에 이랬었겠구나, 싶은 영조가 나타난다. 이순재가 그 주인공. 최근에는 <사도세자>에서 송강호가 영조를 열연하긴 했는데, 이순재의 영조 초상화에 대한 판박이스러운 표정을 넘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정조
조선시대 다혈질 임금
정조는 다른 왕들에 비해 뭐랄까, 어디 맺혀서 풀지 못하는 인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정조는 다혈질이어서 말이든 글이든 생각하는 데로 내뱉는 왕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편지에는 호로자식, 사람 꼴을 갖추지 못한 놈,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린다, 같은 비속어와 혹평이 난무한다.
사극 속 정조
88년 이민우가 KBS드라마 <하늘아 하늘아>에서 연기했고, 95년도에는 영화<영원한 제국>에서 안성기가 정조 역을 맡았다. 2007년도에는 이서진이 MBC드라마 <이산>에서 정조가 되었으며, 2014년에는 영화 <역린>에서 현빈이 정조를 맡았다.
아무래도 정조는 젊은 왕이라는 인식에, 또 최근에 개봉한 탓인지 영화 <역린>의 정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빈이 차분하고 지적인 목소리로 읊는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라는 대사가 아직도 귀에 꽂혀있다.
철종
존재감 없었던 왕
어진박물관에 있는 그의 초상화는 굵은 눈썹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눈썹의 올들이 엉겨붙은 듯 하다. 조선시대 후기였던 당시에 세도정치를 했던 안동김치들에 끼여 제대로 뜻을 펴지 못한 답답함이 느껴진다.
사극 속 철종
철종은 최수종이 신인시절 <조선왕조500년>에서 연기했었다. 최근에는 김병세가 <닥터 진>에서 철종 역을 맡은 바 있다.
고종
어려운 때에 왕이 된 비운의 임금
고종 때 조선의 외교권이 박탈당했으니, 조선시대의 실질적인 마지막 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만국평화회에 이준 등 특사를 파견하며, 국정 회복을 위해 노력한 왕.
사극 속 고종
내 기억에 남는 고종은 드라마 <명성황후>였다. 당시 명성황후로 이미연, 흥선대원군으로 유동근이 등장하여 카리스마를 뽐낼 때 이진우는 역사 속 고종의 위치가 그런 것처럼, 두 강한 아버지와 아내 사이에서 갈등하는 섬세한 모습이 인상깊었다. 강한 권력들 사이에서 힘들었던 고종의 개인사는 청, 일본, 두 강대국 사이에서 있던 조선시대 말기의 모습과도 겹친다.
순종
순종의 유언
고종에 이어 즉위한 조선의 2대 황지. 마지막 황제다. 1910년 한일합방이 이루어지고 순종은 이왕李王으로 격하되어 창덕궁에 유폐된다. 순종의 유서는 나 구차히 살며 죽지 않은 지가 지금에 17년이라.. 하며 비통함이 사무치는 말로 맺혀 있다.
사극 속 순종
순종은 <조선왕조500년>에서 아역으로 이민우가 연기했고, <명성황후>에서는 유년기 때를 이민호가, 청소년기로 넘어올 때를 곽정욱이, 이후로는 백승우가 연기한다. 조선시대 말기의 역사적 사건이 주로 고종 즉위 전후로 나타나므로 이때를 묘사한 사극은 고종을 주로 다루고 순종은 세자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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