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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천주교 전주교구 전동성당, 영화 <약속> 촬영지 본문
여기서부터는 다른 곳입니다.
한옥마을 들어가는 입구에는 오랜 역사의 천주교 전주교구 전동성당이 있다. 이 천주교 성당 앞에서 서면 그런 느낌이 든다. 여기서부터는 세상과 다른 곳입니다. 마음가짐도 달리 해주십시오. 하는.
전주한옥마을에 가려면 전동성당이라고 써 있는 버스를 타면 된다. 나는 전주역[링크] 앞에서 1000번 버스[링크]를 타고 이곳에 왔다.
천주교 전주교구 전동성당
全州殿洞聖堂, Jeonju Jundong Church
한국 천주교 3대 성당
전동성당은 1908년에 건축을 시작해 1914년에 완공되었다. 189평 규모. 국내에서 가장 옛것이 완벽하게 보존된 성당이라고 평가받으며, 천주교 서울교구의 명동성당, 대구교구의 계산성당과 함께 한국의 천주교 3대 성당이라 불린다.
천주교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담긴 종탑
천주교 전주교구 전동성당이 다른 성당보다 종탑이 큰 이유는 이 성당이 멀리까지 눈에 띄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천주교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인 만큼 건물에 하이라이트를 줘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던 건축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실내
어머니의 품을 구현
'자비의 문'을 통과해 실내로 통하는 곳은, 뭐랄까, 들어가는 곳은 좁고, 함부로 들어올 수 없을 것처럼 해놓고, 안은 아늑했다. 아치 기둥들은 곡선이 넘치고 화려했다. 나중에 알아본 바로 로마네스크 양식이란 게 어머니의 품을 형상화한 건축이라고 한다. 그렇다. 내가 처음에 받은 느낌이 어머니의 자궁, 그것이었다.
천주교 전주교구 전동성당은 종탑은 비잔틴 양식에, 건물 자체는 로마네스크 양식을 하고 있다
출입금지
실내는 1970년대에 나무바닥을 대리석으로 바꾼 것 외에 1914년의 원형 그대로다. 가장 보존이 잘 된 천주교 성당으로 평가받는 전동성당은 사적 288호, 지방문화재 178호 지정되어, 문화재 보호차원에서 미사 때 이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
영화 <약속> 촬영지
천주교 전주교구 전동성당은 영화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약속<A Promise, 1998>에서 공상두(박신양 분)와 채희주(전도연 분)의 둘만의 결혼식 장면이 있다.
살인죄로 경찰에 자수하러 가는 상두의 옷길을 잡아끌고 느닷없이 성당으로 가는 희주. 댕그렁, 댕그렁, 성당의 종소리가 울린다.
신랑 공상두는 신부 채희주를 아내로 맞아 잘 살겠습니까?
...
빨리 해
네
신부 채희주는 ... 영원히 한 지아비만 모시고 살 것을 서약하겠습니까?
네
다음은 주례사
빨리, 해 주례사는 남자가 하는거야.
채희주는, 신부 채희주는 우선 이쁘고 똑똑합니다. 심청이같은 효녀고 꽤 괜찮은 의사입니다. .. 푸른 들판과 같은 미래가 있고, 그 길로만 가면 다 만사 형통입니다...
어느날 벼락을 맞더니, 진구덩이에 빠집니다. ..
당신께서 저에게 니 죄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이 여자를 만나고, 사랑하고, 혼자 남겨두고 떠난다는 것이 가장 큰 죄일 것입니다.
어떤 선물이 좋을까, 한참 고민했는데, 결국 못골랐어...
이게 선물이야
간다
약속의 축제
이 영화 처음 봤을 때 멜로물을 잘 안보는 내 마음까지 사로잡았던 기억이 난다. 이후 비슷한 영화들도 흐름을 타고 쏟아졌고. 이 성당 결혼씬에서 감동적인 건, 슬픔 속에서도 신랑 공상두는, 신부 최희주는, 하면서 약속의 축제를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주)아닙니다. 신랑 공상두는 진구덩이도 쓰레기도 아닙니다. (상두)쓰레기입니다. 개쓰레기입니다. 오열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그 슬픈 기쁨이, 기쁜 슬픔이 관객을 함께 울게한다.
영화 <약속>이 나온지도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 가는구나. 영화에다 희망을 좀 투영시켜보자면, 우리나라 사형 시행 안한 지 꽤 되었다. 자수까지 했으니까 15년 판결받고, 지금쯤 둘은 행복한 부부로 잘 살고 있지 않을까, 해피엔딩을 그려본다.
피에타 상
아기예수를 안고 단란한 모습의 성모마리아상과 죽은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성모마리아상(피에타상)이 있다. 기독교에는 없고, 천주교에는 있는 것 중 하나다.
성모마리아와 예수가 함께 포착된 장면은 예로부터 종교적, 예술적 영감의 대상이 되어왔다. 신과 인간, 남자와 여자, 어머니와 아들, 아이와 어른, 이들 상반된 느낌들을 한꺼번에 관통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 그 사이에 있는 부활이라는 징검다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천주교 순교 상
정조때 신해박해(1791)로 천주교 사람들이 여럿 처형당하는데, 지금 전동성당이 그 처형장소다. 한국교회 최초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도 이때 나왔다.
1801년에는 천주교 사도인 유항검(아우구스티노)과, 윤지헌(프란치스코)도 이곳에서 처형된다. 원래 천주교 성당 건물은 순교지나 포교지에 지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당시 처형이 일어났던 전라감영 자리에 전동성당을 세운 것이다.
천주교 전주교구 전동성당은 순교자들의 몸이 예수의 몸으로 부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가 처형당하고 4일만에 부활했듯, 순교한 이들 역시 예수의 몸(교회)이 되어 이 땅에 서 있다는 것이다.
예수 상
예수 상 옆에는 성경 구절이 써 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마태오 11, 28
전동성당의 종탑이 해를 가려 독특한 역광이 연출되었다. 디테일 없이 그림자처럼 남은 예수 상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예수 상 위로 흘러가는 비행기 구름이 잘 어울린다.
천주교 전주교구 전동성당 맞은편에는 조선왕조의 임금들의 초상화가 있는 경기전이 있다. 옛 서양의 건축과 옛 동양의 건축이 만나는 지점이다.
성당을 나서 경기전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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