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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제주

성산일출봉맛집<우리봉식당>에서 성게미역국으로 아침식사

Dondekman 2017. 3.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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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바다의 향과 맛을 느끼다.

성산일출봉 밑에서 성게미역국 한 그릇 먹었다. 미역국에 녹아있는 성게알의 고소함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보말국 시식 실패

성산일출봉맛집을 찾다가 보말이라는 조개가 제주도의 토종 조개임을 발견하고 그걸 먹으려 했다. 원래 이날 아침은 세화포구에서 먹으려고 했다. 그래서 전날 검색을 해보니까 아침국으로는 보말국이 좋다고 한다. 특히 보말 관련해서 이 근방에서 유명한 곳은 <세화해녀잠수촌>이었다. 이름처럼 직접 채취한 해산물을 팔기 때문에 이 근방을 지나는 사람들은 한번쯤 들러보는 곳 같았다.

사실, <세화해녀잠수촌>은 호불호가 갈리는 곳이었다. 맛집이라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맛은 좋은데 친절도가 영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먹을만하나 굳이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다며 돌려 까는 사람도 있었는데, 어쨌든 보말국을 판다니까, 또 지금 문을 열었으니 들어가보기로 했다. 우리 가족이 먼저 들어가고 나는 사진 한 장 찍고 들어가려 했는데, 내가 미처 들어가기 전에 우르르 나오는게 아닌가? 

엄마한테 왜요? 그랬더니, 안한데, 라고 한 마디 하신다. 기다리던 버스 그냥 지나간 뒤 짓는 황당한 표정을 보니까 지금 안해요, 죄송해서 어쩌죠? 같은 말이 아니라 지금은 안하니까 나가든지 알아서 해라,는 투의 무뚝뚝함이었나보다. 친절도 평가가 저조한 집 다운 것 같아 나는 왠지 재미있어졌다. 나는 저렇게 까칠한 집이 그렇게 싫지는 않고, 오히려 한 번 들어가보고 싶다. 나 변태인가?  


<우리봉 식당>의 성게미역국


차를 타고 성산일출봉으로 왔다. 세화포구에서부터 20분 정도 걸렸다. 시간은 오전 7시 20분이었는데, 바쁜 일정이 일정이니만큼, 별로 알아보지 않고 눈에 띄는 데 그냥 들어갔다. 알고보니 성산일출봉맛집으로 유명한 <우리봉식당>이라는 곳이다. 메뉴는 대충 먼젓번에 먹었던 <한성식당>과 비슷하다. 갈치조림과 고등어조림이 주 메뉴이며, 전복한치덮밥이라는게 특이하고, 물회를 중점 취급하고 있다. 사람들은 여기 와서 갈치구이와 조림, 물회와 성게국이 혼합된 정식인 우리봉세트라는 것을 주로 먹는 듯 하다. 우리봉 정식의 가격은 38000원~65000원이다. 

보말국은 없고, 성게미역국이 있길래 그걸 시켰다.(10000원) 성게, 하면 딱 떠오르는게 맑은 바다속에 사는 동그란 고슴도치의 모습이다. 필리핀 여행 갔을 때 얇은 바다에 모여있는 성게를 처음 봤는데, 밟기만 하면 밟은 발은 잘라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무시무한 모습을 떠올리며 주문한 성게미역국은 뜻밖이었다. 성게가 이렇게 고소하구나 싶었다. 성게알은 꽃게의 알을 연상시키는데 그것보다 더 연한 식감에 농축된 고소함이 느껴진다. 성게맛이 너무 진해서 미역국이라기보다 성게국이라 부르고싶다.


성게미역국 효능


성산일출봉맛집 <우리봉 식당>에서 성게미역국 잘 먹었다. 성게는 몸에 영양 흡수가 빨라 피로회복에 좋다. 게다가 알코올 해독작용이 있어 술안주나 해장국으로 좋고, 단백질, 비타민, 철분이 풍부해 몸이 축난 사람이 기력을 회복하는 데 좋다. 이밖에 황금색 눈은 노화방지, 항암효과가 있으며, 성게에 들어있는 사포닌 성분은 결핵, 감기에 동반되는 가래를 제거한다고 한다.

미역은 두 말할 나위 없는 건강식품이다. 철분, 요오드가 많아 피를 밝게 하고, 뼈를 강하게 한다. 미역 섬유가 위를 감싸 위궤양을 방지해주며, 장을 깨끗하게 만든다. 그래서 미역과 성게가 합쳐진 성게미역국은 아침 해장용 국으로 좋은 것이다. 우리 가족도 어제 술을 많이 마셔 덕 좀 봤다.


제주 사투리 읽어보기


성산일출봉맛집 <우리봉식당>한켠에는 이렇게 제주 사투리 한번 읽어봅써, 하며 뭐가 적혀 있다. 화이트보드로 되어 있는 걸 보면 질릴만 하면 말을 바꾸는 모양이다. 좀 더듬 더듬 읽다가, 이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식당 주인분한테 여쭤봐서 당시에는 알았었는데 돌아서서 지금 포스팅하려니까 또 모르겠다. 검색해서 찾아본 말로 맞춰보면 다음과 같다.

고랑몰라 봐사알주. 

이야기해서는 모르지, 봐야 알아요.

와시난 좋은디 하영, 봥으네 재기 갑써.  

오셨으니까 좋은 데 많이 보고, 빨리 가세요.

제주도 방언이 어렵긴 어렵다. 경상도나 전라도처럼 어미가 조금 변화되는 정도가 아니라 단어 자체가 다른 걸 쓰는데, 그 모르는 단어가 연속해서 놓여지니 문맥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의외인 건 재기 갑써, 를 빨리 가라는 말로 읽는 건 알겠는데, 이걸 긍정적인 의미로 쓴다는 거다. 보통 빨리 가라고 하면 꼴보기 싫으니 내 앞에서 사라지라는 뜻으로 말하는데, 제주도에서는 부지런히 가라는 말로 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맨 뒤의 말을 원뜻대로 고치면 이렇게 되겠다. 좋은 곳 많이 보려면 부지런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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