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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빵집 코롬방에서 찾은 전주 바게트버거의 형님? 본문

국내여행/전남

목포빵집 코롬방에서 찾은 전주 바게트버거의 형님?

Dondekman 2017. 2. 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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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맛일까? 70년 노하우 크림빵

목포 구도심의 느낌은 생각보다 그렇게 올드하지 않았다. 물론 내가 전주에 살았었기 때문에, 전주에도 객사를 중심으로 한 구도심이라 불리는 곳[링크]을 봐왔기 때문에 드는 생각일지 모르지만서도. 그리고 그 두 구도심에는 바게트가 들어가는 이름의 빵을 팔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목포빵집 코롬방에는 크림치즈 바게트, 새우 바게트가, 전주에는 길거리야의 바게트 버거가. 

그날 점심 먹을 곳을 인터넷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한 아주머니가 내게 와 혹시 이 근처 빵집이 어디있는지 아냐고 물어봤다. 나는 인터넷을 뒤져서 목포역 근처 빵집을 검색해서 이런이런데가 있다고 알려줬다. 나는 아주머니를 보내고 왜 바닷가 근처에서 횟집이나 연포탕집이 아니고 하필 빵집일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뒤늦게 코롬방을 알게된 것. 목포빵집 관련해서 검색을 하다가 목포역 구도심에는 전국 5대 제과점을 논할 정도로 유명한 제과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 아주머니한테는 다른 목포빵집들을 말해줬던거고, 그제서야 못내 서운한 표정으로 내게서 돌아섰던 아주머니 표정의 의미를 알게되었다. 그래, 그분이 원하는 건 이거였어. 중화루의 중깐과 함께 역시 목포에 왔으면 코롬방에서 크림치즈 바게트나 새우바게트를 먹어봐야 한단다. 70년 역사를 가진 크림빵의 최고봉을 만날 수 있다나? 


점심에 먹은 중깐의 양이 만만치 않아서, 거기서 더 뭘 먹는건, 글쎄 먹을 수야 있겠지만 맛보다 그냥 뱃속에 집어넣는다는 표현이 맞겠지, 해서 포장해다가 이따 배고픔을 일부러 조장해서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중화루와 코롬방 제과점의 사이는 아주 가깝다. 지역 명물이 이렇게 한 블럭을 사이에 두고 있다니 도보여행하는 입장에서는 반갑다. 짜장면을 먹고 들이킨 물의 상쾌한 느낌이 몸에서 채 사라지기 전에 도착한 목포빵집 코롬방.

전주에도 풍년제과라는 유서깊은 제과점이 있다. 전주 마늘빵이나 전주 초코파이니 하는 것도 그곳의 산물. 코롬방을 돌아보니 전주의 풍년제과와 비슷한 느낌이다. 1층에 매장이 있고 2층에 테이블이 있는 구조까지. 나는 배도 부르고 애초에 목적이 포장해가는 거였으므로 크림치즈 바게트, 새우 바게트가 어디있나 찾았다. 매장에는 2시간 간격 정도로 빵나오는 시간이 적혀 있고, 진열대에 크림치즈, 새우 바게트는 카운터에서 드려요! 라고 써 있다. 하긴 찾는 사람이 무진장 많을테니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바로 건네주는 게 편할테지.  



나는 새우 바게트와 크림치즈 바게트 중에 크림치즈 바게트를 택했다. 이렇게나 더운데 새우같은 해산물은 아무래도 더 일찍 맛이 갈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더군다나 코롬방에서는 방부제를 쓰지 않으니 빨리 먹어야 한다는 당부가 있기도 했고. 그렇게 목포빵집표 크림빵을 배낭에 넣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아 그러고보면 코롬방이라는 빵집 이름도 크림빵에서 나온거 아닌가? 왜 옛날 어른들은 외래어를 한자식으로 발음하지 않던가, 햄바가, 라든지, 콤퓨타, 라든지, 크림치즈 바게트의 역사가 70년이라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림빵, 코롬방, 크림빵, 코롬방.  



목포빵집 코롬방에서 사온 크림치즈 바게트는 결국 그날 나의 저녁밥이 되었다. 보성에서 여수가는 버스 안에서 찍은 것. 버스 안이 어두운데다가 흔들려서 사진 찍느라 애를 먹었다. 은박지를 열어보니, 이건 영락없이 전주 한옥마을에서 먹었던 길거리야 바게트버거의 비주얼 아닌가, 그러니까 코롬방의 것이 바게트 속에 크림을 채워넣은 것이라면 전주의 바게트버거는 바게트 속에 고기, 양파, 매운 소스를 넣어 피자맛이 나게 만든 것. 전주의 바게트버거는 코롬방의 크림빵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닌가? 먹으면서 생각했다.  

목포빵집의 부드러운 풍미는 좋았는데, 내 입에는 너무 달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새우 바게트를 주문할 걸. 그런데 검색해보니까 새우 바게트도 새우가 통째로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갈아져 있는지, 즙을 낸 건지, 아무튼 새우맛 크림이 들어있는 거란다. 어쨌든 허기가 진 채 먹는 저녁밥으로도 든든할만큼 양이 만만치 않다. 문득 아까 점심에 중화루에서 중깐을 먹을 때 벽에 붙어있는 식도락 기사가 떠올랐다. 중깐을 먹고나서 코롬방 제과의 크림치즈 바게트를 디저트로 먹으면 좋다고? 에라이 기자 양반, 당신이 먼저 드셔보쇼. 먹는 것 자체가 가능할지도 모르는데 둘 다 먹는 것이 좋다니, 둘 다 안 먹어보고 그 기사를 썼다는 것을 내가 알만큼, 그만큼 코롬방의 바게트는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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