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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전주국제영화제 고사동 영화의 거리 풍경(2016년 17회 Ver) 본문
보고있어도 보고싶어.
여행도 그렇고, 영화도 그런 것 아닐까? 어떤 장면을 보고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을 거름삼아 더 큰 느낌과 생각으로 키우는 것.
보고있어도 보고싶어, 라는 노래가사는 아름다운 대상에 대한 감탄이다. 이에 맥락을 같이하는 영화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고 왔다. 바로 필립 그랑드리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의 결의를 다진 것은 아름다움이었으리라>.
2016년 제 17회 국제영화제
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오거리 문화광장의 전주국제영화제의 조형물. 제목은 래드랜턴이다. 사각형이 모로 서있어 긴장감과 안정감이 묘하게 겹쳐 있다. 영화 <X맨 퍼스트클래스>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지. 집중은 분노와 평정 사이라고.
오거리 문화광장쪽의 대로변으로 접어들면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가 나온다.
우리의 결의를 다진 것은 아름다움이었으리라 : 아다치 마사오의 초상
It May Be That Beauty Has Strengthened Our Resolve : Adachi Masao
<우리의 결의를 다진 것은 아름다움이었으리라>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중 일정 마지막 작품이었다. 2011년도에 프랑스에서 필립 그랑드리외 감독이 제작한 영화. 일본 인디영화의 거장인 아다치 마사오와 그 주변을 조망해 나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의 메가박스 전주 객사점에서 봤다. 상영시간은 74분.
혁명과 영화
일본이 과거 좌파 계열의 정치운동이 성행했을 때, 거기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온 아다치 마사오 감독은 혁명을 위한 영화에 회의를 느낀다.혁명보다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혁명의 포즈에 치중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다치 마사오는 생각한다. 혁명은 혁명이고, 영화는 영화라고. 우열을 다루는 것은 어느 한쪽에게 봉사하는 결과가 되어버리며,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혁명도 영화도 되지 못하는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영화 자체만 두고 보더라도 하나의 혁명이라고, <우리의 결의를...>는 반문하는 것 같다.
아다치 마사오처럼 인디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를 했던 사람에게 영화란 일종의 아름다운 형태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사회혁명 역시 '보다 나은 세상'이라는 아름다움, '혁명가의 헌신'이라는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아름다움에 끌려, 아름다움을 향해 움직이는 여정이라는 점에서 같다.
우리의 결의라고 할 때, 우리에는 나를 반대하는 사람도 포함된다.
결국 '우리'라는 건 영화를 만든 필립 그랑드리외와 주인공 아다치 마사오 감독, 둘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는 모든 사람을 뜻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목적을 두고 끊임없이 회의했던 정치인들, 종교인들, 예술인들이 '우리'다. 아니라면 한번쯤 아름다움에 이끌려 어떤 행동을 해 본 사람들, 그 모두가 '우리'다.
마지막 대사는 아다치 마사오 감독이 (아마도 카메라를 들었을)필립 그랑드리외 감독에게 이제 그만 합시다. 이제 됐어요, 라고 인터뷰의 끝을 종용하는 말이다. 그대로 편집되어 영화의 끝을 장식한 이제 됐어요,는 묘하게 담담하면서 밝은 억양이다.
예술가의 눈에 비친 예술가의 모습
이것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 초상 삼부작>이라는 그림이다. 화가가 또 다른 화가를 모델로 그린 그림이다. 영화감독이 영화감독을 모델로 만든 영화를 보고 나니까 이 그림이 생각나더라.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여러각도로 그린 그림. 그는 상대방을 그리면서 자기 자신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필립 그랑드리외 감독 역시 아다치 마사오 감독을 통한 시각에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소리없이 외치는 것 아니었을까? 그만 됐어요, 라고 말하고 가버리면 그만인가요? 도피 좀 그만 하시죠. 그렇게 영화만 찍고 있으면, 세상 한편에서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은, 굶주리는 아이들은 어떡할 건가요? 라고.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메가박스 7층에서 내다본 풍경.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고사동 영화의 거리부터 금암동, 진북동, 멀리 팔복동 등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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