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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충남

비오는날 세단 차박, 숙소는 대천항 주차장

Dondekman 2022. 8. 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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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 차박은 처음이다. 그래서 여행을 앞두고 세단용 야전 침대를 펴보고 누워보았다.

집 주차장에서 공기 주입식과 접이식 두 제품을 번갈아 설치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접이식 침대를, 친구는 에어매트 침대를 가지기로 했다. 구체적인 차박 캠핑 용품, 준비물 후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숙소 못가고 오토캠핑장 못 구해도

 

대천항에서 삽시도까지 가는 배가 오후 4시였는데 차를 선적하려면 1시간 전에는 가야한다. 

미리 예약할수록 좋다. 그리고 미리 도착할수록 좋다.

 

근데 이거 너무 늦게 출발했다. 거기에 차가 막혀서 도중에 취소하려 신한해운에 전화를 했다. 예매는 내가 했지만 취소는 친구가. 왜냐하면 나는 그때 바빴다. 폭우 속에서 자동차 창문이 안닫히는 극한 상황의 레이싱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다 차는 막히고 화장실 압박, 하... 할많하않

비오는날 노지차박을 해야 하는데...

 

신한해운 쪽 얘기 들어보니 사정 따라 급하게 배를 탈 수 있는 경우도 있단다. 어쨌든 지금은 너무 늦어서 배편은 취소하고 육지 쪽 차박지를 모색.

대천 근처 오토캠핑장을 찾아봤다. 대천해수욕장 근처에는 상양관광농원으로 불리는 대천오토캠핑장, 용두캠핑장, 무창포오토캠핑장, 그리고 '그리고 오토캠핑장'이라 불리는 곳도 있다. 그런데 이런 성수기에 이런 관광지의 오토캠핑장은 당일 예약이 안되기 쉽다는 사실, 예감했었지만 당연했다.

그래, 그냥 대천항 수산시장 옆에 있는 주차장을 차박지로 정했다. 한적하고 옆에 화장실도 있고.

 

보령 이마트에서 맥주랑 생수 좀 사고. 구워먹을 삼겹살도 구입했다.

그리고 팬 안가져와서 오목한 후라이팬이랑 식용유도 구입.

그러나 이때는 몰랐지 이날 밤 충남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질지

닥쳐올 시련은 모르고 이것 저것 사면서 좋단다~

 

 

 

 

 

 

 

장보고 오는 길에 사우나 들어가서 좀 씻었다. 샤워장 없는 차박지라면 샤워텐트랑 간이 샤워기 세트 하나 장만해야 할 듯.

트렁크를 열어둬야 하는데 불이 안꺼진다면?

 

모기장으로 차를 덮고, 남은 공간에서 고기를 구워먹는게 오늘의 미션이다.

열린 트렁크 문이 모기장을 지탱해서 간이텐트를 만들겠다는 건데...

그런데 차 트렁크를 열고 켜진 불이 시간이 지나도 안 꺼진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저게 계속 켜지면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을까? 싶어서 검색해보니까 방법이 있더라. 트렁크는 열지만 자동차 입장에서는 트렁크가 닫혀 있다고 여기게 만들면 불은 켜지지 않는다.

 

쇠젓가락을 트렁크문쪽의 걸쇠에 끼우고 위로 올렸다. 

이러면 자동차가 사용자가 문을 닫았다 여기고 트렁크 등의 불을 끈다. 

그런데 이 상태로 트렁크 문을 다시 닫으려고 하면 문이 안 닫힌다. 내 차는 차 안에 있는 트렁크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닫아지더라.

 

자, 이제 모기장 세팅 마쳤겠다. 고기 구워먹을 준비를 하려는데 비가 톡톡 떨어진다.

처음에는 그냥 톡톡 떨어지는줄 알고 잠시 대기. 친구의 그랜저로 대피해있는데 점점 거세지다가 아예 쏟아붇는다. 

 

어마어마한 비다. 드라마 세트장에서 일부러 물 쏟아 붓는 것 같다.

이날 폭우로 대천IC에 주차해 놓은 트럭이 떠내려가고 충남 곳곳이 침수되었다. 다음날 뉴스에서 물에 잠긴 편의점 속에서 과자봉지들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을 보고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고기 구워먹는 일은 물 건너가고 그냥 보령시 안의 24시간 국밥집에서 우중파티를 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술 한 잔 할 생각도 못하고 바로 차박 모드 돌입.

비오는날 세단 차박 작전

조수석을 끝까지 젖히고 세단용 차박 침대를 폈다. 

그리고 냉풍기를 틀어서 숙소 냉방을 했다. 저 냉풍기는 500밀리 얼린 생수병을 집어넣어 냉기를 뿜는거다. 다른 냉풍기와 달리 습기는 가두고 냉기만 뿜어서 좋다.

캠핑은 장비빨.

 

자 이제 누워서 자면 되는데 예행 연습 없는 차박이라 시행착오가 많다.

일단 젖힌 조수석이 침대 밑에서 암초처럼 솟아서 몸을 건드린다. 암초를 내 골반에 걸치고 몸을 쭉 피니까 불편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그리고 전조등이 켜져서 안 꺼지는 문제. 화장실 가러 밖에 나와보니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훤히 켜져 있는 거 아닌가. 이거 어떻게 해야 꺼지는 건지 한참 헤맸다. 내 K5는 자동차키가 안에 있으면 전조등을 끄지 않더라. 좀 궁리하다가 차키의 열림 버튼과 잠김 버튼을 번갈아서 두 번 누르니 그제서야 꺼졌다. 

그리고 비오는날 차박할 때 자동차 창문을 열면 비가 들이친다. 내 친구는 창문에 붙이는 모기장이라서 이게 비를 어느정도 막아주는데 나는 자는 도중에 빗방울을 느끼고 몇 번 깼다. 차 시동 걸고 창문 닫고 다시 시동 끄는 일을 몇 번 해야했다. 그러다보니 창문을 얼마나 열어야 할지 요령도 생기더라고.

아마 이날 밤은 반은 자고 반은 뜬눈으로 이런 저런 일을 한 듯.

차박 후 정리하기

 

아침이 밝았다.

창문은 딱 사진처럼 공기만 통하고 비는 잘 안들어칠 각도로 멈춰 간밤 연구의 흔적을 보여준다.

일어나보니 파워뱅크는 방전되어 있고 연결된 냉장고가 꺼져있다. 모든 게 귀찮아서 누워서 바로 옆에 주차된 친구와 두런두런 통화를 했다. 주변에서 해장국이나 한 그릇 하기로 하고 기상.

잠 잔 자리 정리하고 그 사이 한 20분 차 시동 걸고 파워뱅크 충전시켰다. 

 

정리하는 동안 얼크러진 자동차 실내 한 컷.

파워뱅크로는 냉장고 하나 감당하기 급급해서 크고 작은 보조배터리들로 다른 가전제품 지탱했다.

베개 없어서 자동차 쿠션으로 어떻게 해보려 했는데 이걸 베고 자기에는 목을 너무 꺾어 놓더라. 다음 세단 차박에서는 쫀득한 막대같은 거 하나 가져다가 베개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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