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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속초 영금정, 해돋이 끝판왕 보고 돌아오기 본문
게스트하우스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반가웠던 속초 영금정.
새벽 다섯시쯤 일어나 횅횅 도는 머리를 붙잡고 걸었다. 빨리 걸어야지, 좀 빨리 가도 늦게 가서 해돋이를 못 보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다음에 속초에 가면 영금정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전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다시 이용할 것 같다.
다섯시 반쯤.
영금정에 가까이 오자 딱 봐도 "우리 해돋이 보러가요"라고 말하는 듯한 여자 둘과 한 길을 걷게 된다.
하늘나라로 가는 관문처럼
바다를 향해 난 다리가 보이고 하늘은 더욱 울긋불긋해진다.
이래서 속초 영금정이로구나. 멀리 바다에 어선이 켠 불빛이 보이자 더욱 심쿵해.
해돋이가 시작될 때보다 시작되기 직전 고조되는 하늘이 더 예쁜 것 같다.
영금정 스피커로 누군가 방송을 하는 것을 상상한다 "자, 지금부터 세상의 종말이 시작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꼭 끌어안으세요."
이제 막 해가 뜨려하는데 왜 이런 생각이 들지?
동해 바다에 해가 뜬다
풍경에 작게 균열이 가는 순간
그러니까 그 빨간 틈으로 뭐가 왈칵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노래에서 그 '그 구멍난 가슴에 우리 추억이 흘러 넘쳐'
뙇, 하고
해가 떠 버렸다.
예쁜 포장지를 확 뜯어버린 기분. 영금정 근처에 살면 이런 해돋이를 매일 볼 수 있어서 좋겠다. 설마 좋은 음악도 듣다 질리는 것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도 심드렁해질 수 있을까?
영금정은 정자가 아니라 정자 모양의 바위산을 뜻했다
해돋이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또 하나의 정자가 있다. 저건 뭐지? 했는데 내가 갔던 갯바위 정자와 바위산에 세워진 정자 모두 영금정이란다. 아니 엄밀히 말해 둘 다 영금정이면서 둘 다 진짜 영금정은 아니라고 한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속초 영금정이란 정자가 아니라 속초항 방파제 입구의 높은 바위산을 가리켰던 것이다. 그 바위산은 속초항을 건설하면서 부숴져 방파제가 되었던 거고. 방파제가 생기고 남은 암반 지역을 통틀어 영금정이라고 불렀다 하네.
영금정(靈琴亭)이란 이름은 파도가 석벽에 부딪힐 때면 신비한 음곡이 들리는데 그 음곡이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옛 의미의 영금정은 유명무실해졌다. 지금은 바위산이며 암반지역이며, 다른 지형으로 변해버렸으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신비한 거문고 소리는 잘 들린다는 거. 파도에 부딪힐 때의 소리가 아니라 해돋이가 불러일으키는 음악이다. 이곳에서 해돋이를 볼 때 마음에 부딪히는 음악은 정말 이곳을 영금정(靈琴亭)이라고 부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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