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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울

혼밥 전문 식당이 늘어나는 홍대거리

Dondekman 2017. 2. 2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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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가 있으면, 필요를 채우는 상품이 생긴다.

혼밥 전문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일이다. 특히 홍대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는 1인 손님이 자판기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벽을 보고 밥을 먹을 수 있게 배려해준 식당이 많이 눈에 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홍대거리에는 여럿의 그룹도 있고, 커플도 많지만 혼자 몸으로 오가는 사람도 못지 않게 많기 때문이다. 식당에 가면 3, 4인이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테이블들 사이에서, 홀로 테이블을 지키고 앉아 묵묵히 후루룩거리기가 거북스러울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혼밥이 상식적이지 않게 생각되지 않는 문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제 한국도 변했다. 1인 가구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내겐 '연애도, 섹스도, 결혼도 안 한다는'지인이 한 명 있는데, 카톡으로 다큐멘터리 링크 주소를 던져주더라, 1인 가구가 대부분이 될 미래에 대한 것이었다. 참, 본인같은 영상을 주는구나, 생각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스웨덴같은 경우 1인 가구 비율이 47퍼센트에 달하고, 가까운 나라 일본만 해도 이미 2010년대에 1인 가구 비율이 30퍼센트에 육박하며, 지금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같은 경우는 어떨까? 90년부터 05년까지는 4인 가구가 제일 많았다. 그리고 2010년엔 2인 가구가 가장 많은 걸로 되었으며, 2014년 조사에서는 1인 가구가 27.2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조만간 일본과 동등하거나 따라잡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래서 일본에는 이미 보편화된 혼밥 전문 식당이 우리나라에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에 나온 책 <혼밥>이라는 요리책을 홍대 북스리브스에서 발견했다. 혼자지만 따뜻하고 맛있게, 이건 달리 말해서 부러우면 진다. 분발하자! 이 정도 될까?


니드맘밥


홍대 북스리브로에서 책을 읽다보니 5시가 가까워온다. 책을 읽으면 칼로리가 많이 소모되나? 왜 이렇게 배가 고프지? 하면서 뭐라도 먹으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역시나 식당들은 여럿의 공간이다. 편의점의 삼각김밥+컵라면 조합으로 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니드맘밥>이라는 집이 눈에 띈다. 전면유리창으로 밥먹는 사람 뒷모습이 보이는데 테이블 앞이 막혀있다. 이건 북스리브로 안에 있는 독서형 테이블. 밥을 독서실에서 책을 보듯 먹는 사람들이 신기해서 다가가 보니 써 있는 지은 밥, 좋은 재료, <니드맘밥>은 고급 혼밥 식당을 표방하고 있다.

들어가보니까 음식표가 나오는 자판기가 안 켜져 있다. 직원분이 내게 오후 5시부터 문을 연다고 한다. 어? 지금이 5시 아닌가? 하고 시계를 보니까 4시 58분이다. 우와 칼같이 장사하네. 그리고 5시가 딱 되니까 직원분이 와서 자판기를 켠다. <니드맘밥>의 영업시간은 오전11시 30분부터 22시까지다. 중간에 15시부터 17시까지가 브레이크 타임인 것이다.

서두 사진에 나오는 짐 내려놓으시고, 밥 편히 드세요, 문구와 혼자서 편하게 드세요, 는 니드맘 밥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대로 니드맘 밥의 의자는 밑에 가방같은 걸 올려놓을 수 있는 구조다. 들어가서 자판기에서 음식표를 뽑아 높이 괴어놓은 식탁 칸막이 벽 위에 놓으면 주문한 음식을 음식표 놓았던 자리에 놓아주는 것이다.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곳, <니드맘밥>의 메뉴는 강된장비빔밥4,500원, 고추두부비빔밥4,500원, 오징어덮밥, 제육덮밥 5,500원 등으로 저렴하다. 정갈하고 저렴하게 혼밥을 할 수 있는 혼밥 전문 식당이다. 

한편, 얼마 전 숙명여대 대학로에 <니드맘밥>이 들어섰다가, 얼마 안 있어 문을 닫은 것을 봤다. 혼밥 전문 식당도 아직은 장소에 따라 확대될 만한 분위기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위기도 있나보다.


24시 돈부리


자주 가는 <오브젝트카페>에서 밤 늦게까지 한 잔하고 숙소로 돌아가려 하는데 술기운에 더 배가 고프다. 여기서도 편의점을 시전하려다가 오늘은 외로운 나에게 괜찮은 메뉴를 주고싶다. 그래서 홍대에서 24시간 하는, 혹은 밤에만 여는 야식집같은 밥집을 찾아보았다. 밤에만 하는 식당이 소재로 등장하는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이 생각나더라. 그리고 오프닝 멘트.

一日が終わり, 人々が家路へと急ぐころ, 俺の一日は始まる

하루가 끝나고 사람들이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할 때,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홍대돈부리 24시>는 간판은 24시지만 마지막 주문을 새벽 2시까지 받는 세미야식집이다. 그나마 일요일은 오후 8시까지다. 들어가보니까 여기도 자판기에서 메뉴표를 뽑으며, 벽을 보고 밥을 먹는 혼밥 식당 스타일이다. <심야식당>처럼 일본식 식당이긴 하다. 오뎅우동, 냉소바부터 약 5000원대의 가격이다. 규동, 믹스가츠동에다 사케동, 아부리사케동 등 점점 가격이 올라가 9000원대의 메뉴까지 있다.

여기서 몇 번 밤참을 먹으면서 느낀 건 드라마 <심야식당>처럼 홍대거리에도 밤에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경찰관 몇몇이 와서 빠른 속도로 우동을 흡입하고 가더라고, 그러고 보니 내가 살던 고시텔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그때도 지금처럼 새벽 2시였다. 그리고 여기 앉았다 간 경찰들도 그랬고, 남녀가 섞인 그룹이었던 기억이 난다. 고시텔에 들이닥쳐 시신을 수습하고 내게 목격자 취조를 했었던 그 경찰 무리, 이 사람들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마포평생학습관 지하식당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 있는 마포평생학습관. 이곳 지하 식당도 식권 자판기가 있는 푸드코트 시스템이다. 이곳은 사람이 많아도 조용하다. 거기서 먹는 사람들은 그러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밥을 먹다가 한쪽에 놓인 TV를 볼 뿐이다. TV와 밥을 먹는 셈. 마포평생학습관 지하식당은 매 끼 반찬이 바뀌는 백반도 있고, 김밥같은 분식류, 그리고 덮밥류도 있다. 이렇게 메뉴가 다양한데다가 음식값도 평균 4000원으로 일대에서 가장 저렴하다. 밥이나 반찬이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하면 더 준다. 마포평생학습관에서 혼자 공부하는 대학생, 취준생, 고시생 등등이 대부분이다. 끼니 때 보통 여기서 혼밥 하시는 듯.

사진은 제육덮밥인데, 더 달라고 했더니 곱빼기가 아니라, 아예 두배를 주시더라. 막상 밥 양이 어마어마해지니까, 또 먹기는 다 먹게 되더라고, 나 푸드파이터 아프리카 방송이나 시도해볼까보다. 어쨌든 마포평생학습관 지하식당은 기본보다 추가가 더 후하다. 그러니까 더 달랠 때는 한 숟가락만 더 주세요, 해야한다.

마포평생학습관에서 밥을 먹고 1층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를 볼 수 있다. 아마 일대의 동호회들이 기간을 정해놓고 전시를 여는 것 같다. 회화, 조각, 서예, 실내장식 등 분야가 무척 다양했다. 그리고 1층에서는 "홍대 북카페들"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던 카페 <다독다독>이 있다. 아메리카노 1500원인데 인테리어는 야무지고 고급지다. 책꽂이에 책도 많이 꽂혀있다. 혼밥 이후 씁쓸고소한 원두를 '혼커피' 해봐도 좋을 것이다. 

도서관 휴관일에는 이 식당도 문을 닫으니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인가? 점심 때 개시해 오후 7시까지 운영하니, 너무 늦으면 여기서 못 먹을 수도 있다. 이래저래 핸디캡이 많지만, 그만큼 값싸게 양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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