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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아름다운 경치 사진, 군산 경암동철길마을에서 본문
사람살이가 만든 아름다운 경치 사진
아름다운 경치 사진에는 세 종류가 있다. 먼저 인간이 만들지 않았으며, 만들 수 없는 자연풍경이 있다. 그 다음으로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작품이 있고.
마지막 하나는 인간이 만들긴 했는데, 의도치 않은 조화의 풍경이 되어, 아름다운 경치 사진이 된 경우다. 군산 경암동철길마을이 그랬다.
군산 경암동철길마을
Gunsan GyeongAmDong Railroad, 群山 京岩洞 鉄道村
길에 엄폐된 또다른 길
며칠 전에 발견한, 아름다운 경치 사진, 이라는 사진폴더. 옛날 사진이 많이 들어있었다. 이 사진을 찍은 날짜는 7년 전인 2010년 1월 6일.
군산 경암동철도마을이었다. 그때 친구 차를 타고 소풍 갔었다.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지도 있겠다, 아름다운 경치 사진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겠다, 해서 찾는 길은 걱정을 안 했었다.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눈에 잘 안 띄더라.
일단 이마트 군산점에 주차해놓고 좀 헤맸다. 지도상으로는 선명한데, 이게 골목길에 걸쳐있다보니 엄폐되어 있는 상태랄까? 적어도 2010년에는 그랬다.
골목길과 철도의 만남
철도와 집들 사이가 한뼘이나 될까? 기차가 지나갈 때 문을 열면, 그대로 싸대기를 갈기듯 문을 때리고 지나갈 것만 같다. 기찻길역 오막살이라는 노래가 이곳 경암동철길마을을 배경으로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왜 이렇게 만들었지?
먹고 살려고 해서다. 군산 경암동철길마을은 산업철도였다. 2008년 6월까지 목재 운반 용도로 썼다고 한다. 군산화물역에서 페이퍼코리아(세풍제지)공장까지 이어져 있는 2km정도의 노선으로 페이퍼선이라는 정식 명칭이 있다.
골목길과 철도의 공통점
골목길은 서민들의 오래된 살이가 녹아있는 길이다. 길 때문에 생긴 집이 아니라, 집 때문에 생긴 길이여서 구획이 정돈되지 않았다. 오래되고 작은 집들 사이를 걷고 있으면, 내 마음 속에서 내 마음의 고향같은 것이 생각난다. 어린시절 살던 집 생각도 아스라히 난다. 한편 철도 주변을 걷거나 기차를 타고 갈 때 느끼는 기분 역시 비슷하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벌판에 홀로 난 길로 먼데까지 가는 아스라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골목길과 철도는 전혀 다른 길인데, 길 위에 서면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군산 경암동철길마을이 아름다운 경치 사진 촬영지로 각광받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친구의 오도방정
이건 손 좀 시려웠을 듯. ㅋㅋ 친구는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아, 이때도 선생님이었군. 얼마 전에 같은 선생님을 만나 결혼을 했다.
눈이 와서 더 아름다운 경치 사진이 된 철로. 친구가 좌충우돌 춤을 추는 포즈가 배경과 잘 어울리네. ㅋㅋ
2010년 겨울은 다시 오지 않는다.
춥다. 얼어붙어 있는 것들...
군산 경암동철길마을을 지나는 철새의 무리. 한 번 지나간 새들처럼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경치 사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는 경암동철길마을
그때도, 지금도
군산 경암동철길마을에는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지금은 아름다운 경치 사진 촬영지로 더욱 많이 알려져 그때보다 마을이 더 활성화된 상태. 카페같은 것들도 많이 생겼다.
여기서 주거를 하면 지나다니면서 재잘대는 사람들 때문에 좀 시끄럽겠다. 아무리 바로 옆의 기차소리도 버텨낸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건 하루에 2번이었고, 관광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는 하루종일일 테니까, 말이다.
사진 속의 남자.
사진 속에는 대학교 졸업을 앞둔, 수더분하게 입고 머리를 기른 문학청년 하나가 서 있다. 우울하지만 청순한 빛을 간직한 표정, 그때 그에게 세상은 어둡고, 사랑은 무거웠으며, 어디론가 무너져 내리고 싶은 조바심이 마음 한 편 들끓고 있었다. 보낸 편지에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마저도 안되면, 저마저도 안되면, 조바심과 체념이 반죽되어,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던 어리고 여린 날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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