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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아래 천문산 낭떠러지(장가게여행기)

Dondekman 2017. 4. 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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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안 보면 안보이는 거야.

장가게 귀곡잔도를 걸을 때만 해도 몰랐다. 우리 머리 위에 저런 리프트가 오락가락 하고 있는 건 왜 안보였을까? 나중에 리프트를 타고 가면서야 알았다. 그래서 일찌기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오판수가 말하긴 했지. "자세히 안 보면 안보이는 거야."



<싸움의 기술>이라는 영화제목과 자세히 안 보면 안보인다는 말을 엮으면 단순한 싸움 얘기같지만 아니다. 주인공 오판수(백윤식 분)이 최여진에게 “너 자세히 보니까 이쁘네.”라고 수작인 듯, 아닌 듯 던지는 말에 최여진이 “자세히 안 보면요?”라고 되묻자 대답하는 말이다. "그럼 안보이지, 사람은 자세히 안 보면 안보이는거야." 

의미심장하다. 자세히 안 보면 안보이는 건 뭐든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연애도, 일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여행도 그렇다. 분명히 똑같은 여행을 하고 와서 어떤 사람은 심드렁한데, 어떤 사람은 대단한 것을 봤다며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뛰는 케이블카 위에 나는 리프트.


지도의 점선으로 된 부분이 장가게 천문산 리프트 코스다. 써 있기로는 리프트가 아니라 삼림관광케이블카라고 되어있네. 최정상인 운몽선정云夢仙頂까지 이어지니까 리프트카는 천문산 1517.9m미터를 온전히 마주하는 케이블인 셈이다. 리프트 코스는 0.6km정도 되는 구간이다.



앵두만식당에서 리프트카를 타고 출발했다. 아버지는 혼자 타고 나랑 엄마랑 한 대의 캐빈에 탔다. 그런데 이거 탈 때 잘못했다. 리프트 앞을 가리는 안전장치가 내려올 때 다리를 벌리고 있었는데 다리 사이로 들어온 것이다. 다시 들추고 다리를 치울 수도 없고, 좀 어정쩡한 자세로 갔다. 

사진기를 들었다가 가이드가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동영상 버튼을 놓쳤다. 이후 사진기를 꺼내지 않았다. 아니 꺼낼 수가 없더라. 사실 리프트가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이블카유리잔도보다 더 무섭다. 



장가게 천문산을 타고 올라오는 케이블카는 유리창으로 이런 장면을 본다. 이 장면은 케이블카가 아니라 귀곡잔도에서 찍은거지만 어쨌든 리프트에 비하면 횡적인, 안정적인 느낌이라는거다. 케이블카가 관광버스라면 리프트는 오토바이에 올라탄 것 같다.


케이블카는 급경사를 올라오면서 아찔하긴 한데, 그래도 주변 풍경이 너무 좋아서 구경에 정신이 팔린다. 그래서 리프트보다 덜 무섭다. 


장가게 리프트의 느낌을 말로 표현하자면


이것도 귀곡잔도에서 찍은 난간에서 내려다본 벼랑이다. 이런 벼랑 위에 유리만 깔아놓은 유리잔도가 아찔하다면 리프트는 그보다 섬뜩하다는 표현이 맞을까? 리프트를 타고 가는 느낌은 어떤 거인이 내 등덜미를 잡고 이 낭떨어지를 지나 저 낭떨어지로 가는 기분이다.

장가게의 복병이다. 이블카나 유리잔도만 무섭다는 명성이 높았지, 이 리프트 이야기는 못 들어봤었는데 이게 최강이다. 장가게 천문산이 1500미터라면 이게 체감고도를 두배로 올려주는 것 같다.



운몽선정 리프트 정류장에 도착하기 직전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더라. 물론 돈 내고. 누가 앞에서 스마일하라고 하는데 찍고 싶지 않으면 외면하면 된다. 가이드말에 따르면 이 사진을 코팅을 안했을 시 귀국해서 몇달 뒤에 다시 보면 인물은 지워지고 배경만 남는 현상을 체험할 수 있단다.  

사진 빼는데 3000~5000원 했던 것 같다. 아, 여기 나오는군. 아까 말한데로 다리를 가운데 얹는 바람에 안전장치가 가랑이 사이로 내려왔다. 저게 별로 쾌적한 상태가 못되더라. 한편 우리엄마 내 다리를 꽉 붙잡고 아이고, 아이고 신음하면서 잘도 오셨네. 

내 뒤에 오는 리프트 캐빈을 보니 3명이 탔다. 3명까지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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