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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패키지 해외여행하기, 노옵션 노쇼핑 코스란? 본문
중국이 빨강을 좋아하는 이유
공항의 활주로를 미끄러지다 점점 속도를 줄일 때 빨간색 글씨로 장사長沙라고 흘려쓴 것이 보였다. 장사황화국제공항長沙黃花國際機場 건물 위에 글씨를 거의 건물 한 층만하게 만들어 세운 것 같다. 웅장하기도 했지만, 인상적인 게 글씨의 불빛이 그냥 붉은색이 아니라 아주 새애빨간색이다. 흡사 8, 90년대 홍콩액션영화 시작할 때 써지는 제목의 느낌이 풍기게 했다. 뭐랄까, 비장하면서 곱고, 뜨거우면서 응축된 그런 느낌. 아깝게 사진은 못찍었고.
나의 첫번째 패키지 해외여행, 중국 장가계 4박 6일 코스는 빨강으로 시작되었다.
이런 느낌?
아니다. 그보다 더 빨간 이런 색조로 써 있더라. 장사長沙,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우리나라 공항에 저렇게 빨간색으로 "인천" 써 있으면 당장 항의들어올텐데.
중국인들이 빨간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액땜의 색깔이기 때문이란다. 중국에는 번밍녠(本命年)이라는 기념일이 있는데,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기념일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띠. 소띠, 쥐띠, 말띠 하는 그 12간지에 걸리는 해를 맞아 의식을 치루는데, 허리에 붉은 띠를 두르거나 붉은 속옷을 입거나 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중국인에게 빨강은 부정한 것을 물리치는 이미지로 굳어졌으며, 중국은 그 특유의 국기부터 시작해서, 온갖 로고의 색깔, 하다못해 뇌물 주는 봉투도 붉은색을 쓴다고 한다.
장사 황화 국제공항 입국심사대
확실히 비자를 줘야 통과하는 나라인 만큼 입국심사대부터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두개의 줄이 있었는데, 하나는 좀 하얀 얼굴의 입술 두터운, 좀 졸린 눈의 직원이 있었고, 한쪽은 생긴것부터 좀 빡세보이는 눈 똥그란 사람이었다. 우리의 줄은 그 빡세보이는 쪽이었고, 실제로 특정 한 사람은 몇 분동안 붙들고 있기도 했다.
나한텐 딱 한 마디 묻더라. "왓츠 유어 네임?", "마이네임 이즈..."
수하물 찾기
컨베이어 밸트로 돌아나오는 짐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들. 근데 어련히 알아서 돌아나올 걸 사람들이 너무 전투적으로 짐을 기다린다. 특히 어르신들, 뻔히 내 짐 돌아서 오고 있는 거 알면서도 저 인파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가방을 들고 오지를 못하겠다. 자리를 안 비켜준다. 우리 중국도 왔는데, 좀 만만디慢慢地 합시다.
노옵션, 노쇼핑 해외여행 패키지
해외여행인데 노쇼핑이라니?
노옵션, 노쇼핑이란 여행중에 추가로 제시하는 여행옵션이나 쇼핑몰 일정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구입한 패키지 해외여행은 인터파크투어의 상품으로, 장가계 4박 6일이라는 말 뒤에 노옵션/노쇼핑/노팁이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이 옵션이나 쇼핑이라는 게 여행의 재미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쇼핑몰로만 다니는 여행은 실망감이 들게 만들고, 또 쇼핑몰을 알선해 이익을 얻는 현지 가이드의 이익몰이의 일환이 된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기 쉽다. 그래서 아예 그런 불쾌감을 차단하고 보다 합리적인 여행을 만들고자 여행사측에서 애초부터 추가 옵션과 쇼핑이 없음을 명시하는 것 같다. 리무진 버스에 올라타니까, 가이드도 이 말을 확실히 하더라.
시계를 보니까 새벽 1시가 넘었다. 스마트폰 시계라서 다른 나라에 가면 바로 시간 전환이 되니까, 1시간 늦은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자정이나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많이 돌아다니고, 비행기도 3시간 넘게 타고 와서 지쳤지만 낯선나라에 왔다는 일종의 흥분감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다.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다 막 그친 폼. 알고보니 이 지방 날씨는 항상 이 폼이란다. 1년 중에 대부분은 흐리고, 비오고, 때문에 특히 장가계처럼 경치를 보는 이런 패키지 해외여행은 그냐말로 날씨가 8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꺼와 스푸
패키지 해외여행을 이끄는 사람은 가이드와 운전기사다. 가이드는 여자였다. 갓 서른이 되었을까? 조선족 몇세라며 자신의 밝힌 가이드는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며, 장사 피닉스 호텔로 가는 40여분이 금방 지나가게 만들었다. 운전기사 아저씨를 중국 북방에서는 따꺼(大哥), 남방에서는 보통 스푸(師夫)라고 한단다. 따꺼, 하면 자꾸 뭘 닦는다는 표현 비슷해서 앞에 오는 성을 따라 왕닦어, 또닦어 등 웃긴 접두어로 붙는다는데, 때로 정말 차닦어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감한 건 운전기사 성이 조씨일 경우라고. ㅋㅋ 근데 또 유난히 운전기사들은 조씨성이 많단다.
여기는 호남성湖南省 중국의 남방이므로, 운전기사를 스푸라고 보통 하는데, 발음은 라면스프할 때 그 스프에 가깝단다. 가이드는 우리더러 현재 기사님 성이 오씨라며, 오우 스푸~ 하고 발음을 해보게 했다.
오우 스푸의 리무진에 실려 중국 장사 시내로 들어오고 있었다. 밤이고 흐려서 사진이 요모양. 어쨌든, 오우 스푸~ 4박 6일 패키지 해외여행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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