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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나의 3번째 중국여행, 장사changsha행 아시아나 비행기 본문
이제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되었다.
저녁 8시. 밖은 공항의 조명만이 밝다. 이 비행기는 중국 장사changsha로 간다. 목적지는 장가계고, 장가계에도 공항이 있지만 국내선이란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장사로 경유해 가는 것이다.
역시 비행기는 공중에 뜨는 순간이랑 타기 전의 이 진입로를 걸어가는 기분 아니겠어?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나트륨등의 노란빛만 멍 때리고 있으니까 출발한 기분이 아니라, 도착한 기분. 간만에 밤에 비행기를 타니까 기분이 묘하다.
3번째 중국여행
북경-중경에서의 여름
나의 중국여행은 이번에 3번째다. 대학교 다닐 때 1년 간격으로 두번 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갔었다. 한번은 9박 10일로 북경과 중경을 오갔고, 여름이었다. 그때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길었다는 것. 뭐든 길었다. 북경의 자금성을 지날 때는 걸어서 몇 시간이 걸렸고, 만리장성은 지평선 너머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 지 몰랐다. 중국은 더위도 길고 강력했다. 다시 같은 코스에 간다면 여름은 피하고 싶을 정도로 헥헥대게 만든 시간들이었다.
북경과 중경은 그 이름처럼 한쪽은 중국의 북부에, 또 한쪽은 중국의 중간에 있다. 당연히 길다. 기차는 3박 4일이었고, 침대칸이 있는 기차도 탔지만 북경으로 다시 올때는 앉아서 오는 기차였다. 앉아서 3박 4일을 갔다는 이야기. 더군다나 열차칸은 서서 가는 사람들도 밀집해 있어서, 화장실 한번 가려면 사람들은 몇십명씩 눈치보고, 제치고, 눈치보고, 제치고 해야했다. 열차 칸 사이의 길이 그러하니 어떤 엄마는 아이 오줌을 그냥 열차 바닥에 뉘이더라. 끔찍했다.
서안에서의 겨울
두번째 중국여행은 중국 동부의 최대 도서 서안이었다. 이번에는 겨울에 갔는데, 이번엔 우리나라보다 춥고 건조했다. 4박 5일로 다녀왔는데, 기억에 남는 게 장안성이랑 병마용이다. 장안성은 옛날의 도시를 빙 둘러친 성곽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우리는 동아리에서 갔는데, 그룹미션수행으로 거기 자전거 빌리는 데를 찾아 자전거를 빌리고, 성 위를 한바퀴 돌라는 것이었다. 자전거 빌리는데를 찾다가 길가는 젊은 여자에게 "캔 아이스피크 잉글리쉬?"하니까 "예스"란다. 뭐 "예스"래도 그냥 단어로 의사소통하는 수준이지만 그게 어디야, 어쨌든 반가웠다는. 해서 무사히 성 위 자전거 투어를 하며 서안이라는 도시의 이모저모를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서안의 병마용은 진시황의 무덤인데, 이게 무덤이라기보다 피규어 인형 전시관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진시황이 죽으면서, 혼자 가기 외로울까봐 만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을 실제 모델로 청동인형을 만들었다는거다. 어마어마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는데, 더 놀라웠던 건 전날 장안성에서 길을 물어봤던 젊은 여자를 병마용 가는 길에 버스에서 만났다는 거다. 처음에 눈이 마주쳤을 때, 아니겠지, 반신반의하며 눈을 돌렸는데, 그쪽에서 먼저 알아보더라. 알고보니 여행가이드였다. 가이드 하다가 휴가를 즐길겸 고국순례를 하고 있던 중이란다. 우린 병마용가는 버스좌석에 나란히 앉아 이야길 나누었다. 그때 구사하던 나의 단어형 영어 스피킹이 웃기네. 둘이서 이백의 시 이야기를 하다 문득 폭포를 하나의 강줄기로 표현했다고 하는 대목을 이야기하려는데, 폭포가 도무지 영어로 뭔지 알아야지, 그래서 드롭 워터니 뭐니 신조어를 만들어내다가 먼저 그녀쪽에 폭포라는 뜻으로 푸푸? 했다는. 재미있었다.
아무리 같은 도시라곤 해도 그 넓은 중국에서 그 많은 사람 중에 한번 마주친 사람을 또 마주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나저나 이번 여행의 가이드가 만약 그녀라면 대박일텐데. 결혼이라도 해야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번째 북경-중경, 두번째 서안, 그리고 3번째 중국여행은 장사-장가계가 되겠다. 그런데 비행기 타는 여행은 할 때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밸트매는 게 늘 익숙치가 않다. 한차례 씨름을 해야 한다는.
이건 뭐할 때 쓰라고 있는 물건이고?
비행기 좌석 앞쪽에는 무릎담요와 이게 들어있었다. 이어셋?, 헤드셋이라고 하나? 아무튼 쓰고 반드시 있던 자리에 두라는 글을 써 있는 포장지를 뜯고 보니까 이걸 어디다 끼워야 하는 지 모르겠다.
아, 좌석 팔걸이 안쪽으로 이어폰 꽂는 데가 있었다.
비행기에 비치되어 있는 헤드셋은 이렇게 기내방송의 음성을 크게 들을 수 있게 해준다. 비행기는 4시간 정도 날았는데, 처음에는 외국뉴스를 하다가 장사공항 도착할 즈음 해서는 동물의 왕국 같은 걸 해 주더라.
뭐, 스크린을 고개 쳐들고 보기 싫으면 기내신문도 있다.
음료수, 기내식
비행기를 타고 슬슬 공중 타임에 익숙해진다 싶었을 때, 스튜디어스가 선반을 끌고와서 음료수를 따라준다. 사이다, 콜라, 맥주, 알로에, 그냥 물도 있다. 아, 레드와인이 있길래 한 잔 했다.
그리고 기내식이 등장한다. 기내식은 2시간 이상의 국제선이면 한 번 이상 나오며, 비행기 시각이 한밤중, 꼭두새벽이라도 나온다. 물론 일부 저가항공은 제외. 8시간 이상이면 두번 제공된다는데, 뭐, 언젠간 비행기에서 두번의 식사를 할 날이 올 것이다. 아니 조만간, 그렇게 되게 만들어야지.
유감스럽게도 기내식 사진을 못 찍었다. 사실 이번 여행 컨셉이 사소한 것도 동영상 찍기, 인데, 안쓰던 삼각대까지 동원해서 기내식 먹는 장면을 찍었건만 어떤 이유에선지 나중에 보니까 동영상이 없더라.
이날 기내식은 닭가슴살 스테이크랑 해물밥이 나왔다. 원래 기내식은 양이 좀 작잖아. 간식으로 그만이다. 이때 시간이 9시였으니까 일찍 먹은 저녁에 슬슬 배가 고파질 타이밍이었다. 굿잡!
얼마 전부터 입술이 터서 피가 자꾸 나던 엄마. 좌석에 앉아서 뭐 하다가 거길 건드려서 또 피가 나나보다. 승무원한테 휴지 좀 달라고 했는데, 이 분 바쁘셔가지고 두번이나 쌩~ 나중에 이 사실을 깨달은 스튜디어스는 미안해서 엄마한테 뭐가 필요하냐고 애교섞인 닦달을 하더라.
됐어요. 에이 뭐 드릴게요, 에이 괜찮아요. 에이 드릴게요, 하던 끝에 그 스튜디어스가 우리에게 쥐어준 땅콩과자랑 파인애플 쥬스. 아, 저 땅콩과자 가방 속에 넣었다가 나중에 중국 호텔에서 유용한 식량이 되었다.
장사공항에 가까워진다
근데 내리기 전에 그 왜, 비행기에 있는 무릎담요 있잖은가, 그걸 엄마가 자꾸 가져가고 싶어하는 눈치시더라. 그거 가져가도 될까? 될까? 계속 묻는다.
그래서 엄마는 그걸 가져갔을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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