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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문학이 자라난 마을, 임실 진메마을 섬진강시인 김용택 생가 본문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김용택 시 <섬징강 15> 中에서
김용택 시인 생가
金龍澤 詩人 生家, Yong Taek Kim Birthplace
전북 강진과 구례 사이를 통과하는 여행자라면 김용택 시인 생가를 들러보면 좋다. 내가 추천하는 전라북도 가볼만한 곳.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 생가는 전북 임실 진메마을에 있다. 내가 갈 때는 없었지만 최근에는 생가 옆에 김용택문학관도 번듯하게 들어섰다는 소식이다.
전에는 초가지붕이었던 곳.
세상을 바라보는 틀
집 한켠에는 觀欄軒(관란헌)이라는 현판이 있다. 위에 달려야 할 간판이 아래 달리니까 간판을 내려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이곳은 김용택 시인이 서재이자 문학 작업실로 쓰던 곳이다. 觀欄軒(관란헌)? 세상을 살펴보는 울타리라고? 관란헌이라는 한자를 풀어보면서 망원경이나 현미경같은 도구가 생각났다.
살펴보는 울타리라는 것. 아, 그러고보면 책이, 문학이 그런 도구로군.
각종 크고 작은 책들이 빼곡하다. 문학책이 많지만, 못지않게 사회과학 서적도 많다.
이렇게 김용택시인 가족 사진도 있다.
문학서적 사이에 놓인 김용택 시인의 커리커쳐
사람 좋게 웃는 눈매가 정말 닮았다.
문학가의 서재답게 책들은 빽빽하다 못해 넘쳐 흐른다.
김용택 시인을 예전부터 좋아했다. 문학소년 시절, 그의 시집이 나올 때마다 설레며 사보곤 했던 기억. 시집 <그 여자네 집>, 시집 <맑은날>에 실려있던 섬진강 연작시, 섬진강25 등은 보고, 또 보며 퍽도 좋아했다.
우리 진정한 사랑의 시선이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자유이듯
김용택 시 <길에서> 中에서
전통적인 마루가 있는 집이다.
논밭 사이로 난 길을 걸어나오자 보이는 고목나무.
임실 진메마을 입구에는 딱, 봐도 고목나무다, 싶은 나무가 있다. 초록색 구름처럼 뭉개뭉개 크다. 평상에 앉아서 흐르는 섬진강 물을 잠깐 바라보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임실여행지다.
고목나무 아래에는농부와 시인이라는 짧막한 글이 새겨져 있다. 김용택 시인의 문학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글.
아버님은 풀과 나무와 흙과
바람과 물과 햇빛으로
집을 지으시고 그 집에 살며
곡식을 가꾸셨다
나는 무엇으로 시를 쓰는가
나도 아버지처럼
물과 나무와 흙과
바람과 물과 햇빛으로 시를 쓰고
그 시 속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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