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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데크만의 베이스캠프
홍대입구역과 신촌역 사이의 데이트코스, 와우로 도보여행하기 본문
마음에 끌리면 망설이지 말고 만나고, 함께 걸어라.
홍대 데이트코스라고 말하면 혹 나이 많으신 서울 토박이 분들에게 말하면 말도 안된다는 듯이 말씀하신다. 아유, 홍대가 무슨, 그러시지. 홍대 대학로는 예전, 그러니까 7, 80년대까지만 해도 낡고 빈약한 곳이었다. 모였던 사람들이 술 마실 곳이 없어 신촌으로 넘어갈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 그렇게 메이져로부터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특유의 문화가 꽃 필 수 있었다. 땅값이 쌌으니까, 가난한 예술가들이 많이 모였던 것이다. 최근에 연꽃은 정수기 물로 키우는 게 아니라 진흙탕 속에서 온갖 미생물과 함께 자라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 진정한 개성은 변두리로부터 나온다.
최근 과포화되고 상업화된 홍대는 갈수록 외곽으로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자본이 많은 이들은 중심에 있고, 자본은 적지만 독특한 것을 향유하며 나누려는 이들이 그 경계로 자꾸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별한 것을 찾는 홍대 데이트코스도 자연 이 경계를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 홍대입구역과 신촌역 사이의 지도를 보다보면 중간에 와우교 굴다리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곳을 중심으로 독특한 골목길 감성이 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맛집도 만날 수 있다.
홍대 와우로 굴다리 밑으로 걸으면 주택가가 있다. 굴다리 위로 큰 층수의 건물들이 번화한 홍대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굴다리 밑으로는 작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이 길이 도보여행 데이트코스다.
나는 혼자 다니면서 이 길 많이 걸었다. 굵은 큰길보다 홍대 주변의 요소요소에 더 빠르게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반 주택가가 홍대거리와 만나는 특유의 감성도 좋았다. 그래선지 이 굴다리는 이따금 영상물 제작하는 사람들이 뭔가 촬영하고 있다. 보니까, 뮤직비디오같은 것도 촬영하는 듯. 그래서 다음과 같은 촬영물이 나오기도 한다.
출처: 유튜브채널, J.H. ZZYZX Prj
와우교 굴다리에서 홍대입구역 방향
자전거 우선도로 종점이라고 써 있는 글귀가 바로 보이는 길 쪽으로, 그러니까 왼쪽 사진 속 저 사람이 걸어가는 쪽으로 가면 홍대입구역 6번 출구로 가는 지름길이다. 5분이면 내리막길로 바로 질러서 홍대입구역에 닿을 수 있다. 아직 개발이 덜 되어 어수선한 공백구역과 원룸 주택가로 이루어져 있는 길을 걸으면 되는, 편리한 지름길, 밑으로 경의선 지하철이 흐르고 있는 이곳은 지도에는 이미 경의선 책거리라고 되어 있을만큼 조만간 개발이 이루어질 것 같다.
참, 6번 출구 바로 앞에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끼 맛집인 노 사이드No Side가 있다. 보통 오사카식으로 마요네즈를 듬뿍 치는데 여긴 깔끔한 처리가 특징이라는.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 가보지는 못했다. 국내에서 이정도로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끼를 하는 집은 드물다는 평. 다만 주인 아저씨는 지나치게 깐깐해서 불편할 정도라는 말이 있다. 일단 이집에 들어가면 사진을 못찍게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정색을 한단다. 너무한다는 평과 은근 귀엽고 괜찮다는 평이 엇갈리더라.
와우로 굴다리부터 홍대입구역 6번 출구까지 쭉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자전거같은 바퀴달린 것 밀고 가는 재미가 쫄쫄하다. 단 중간에 급 내리막의 S길 구간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나는 스케이트보드 타고 가다가 넘어져서 팔다리가 꽤 심하게 쓸렸다. 넘어지고 나서 아픈 와중에도 저렇게 스케이트보드 전복 컷은 한번 찍고 싶었다는.
와우로 굴다리에서 신촌역, 서강대역 방향
정말 딱 봐도 8, 90년대, 아니 그 이전의 골목도 이랬으리라 생각될 만큼 오래된 주택가가 있다. 지나가다가 시큼한 냄새가 나서 보면 오래 짓무른 풋감이 있을 정도로, 우리가 흔히 아는 골목길이 펼쳐져 있다. 주택가 틈틈히 음식점들이 있고, 유명한 홍대맛집들은 와우로 끝 골목 사거리에 모여있다.
와우로의 끝, 신촌로로 넘어가는 그 경계에 유명한 김진환제과점이 있다. 어찌나 유명해졌는지 카카오지도에서 김진, 까지만 검색해도 바로 김진환 제과점이라고 자동완성되더라. 다른 메뉴가 있는 게 아니다. 식빵 하나다. 여긴 하루 분량의 빵을 미리 만들어놓고 다 팔리면 점심시간에도 그냥 문을 닫아버린다는. 나도 하나 먹어봤는데 그 부드러운 것이 입에서 나 부드러어어업지이, 붓글씨를 쓰는 기분.
김진환 제과점은 파란 간판의 파란빵과 이웃하고 있다. 비건 전문 빵집으로 비교적 새로 생겼는데, 호밀빵부터 시작해서, 각종 천연발효종 빵들을 팔고 있다. 파란빵 카페는 달걀이나 우유조차 넣지 않는 상위 채식인 비건vegan을 모토로 하고 있다. 가격은 꽤 나가지만 하나씩 먹어보는 맛이 있는 빵집. 뭔가 다 몸에 좋을 것 같은 기분이다. "홍대 이색 카페들" 포스팅에서 언급한 카페.
파란빵 맞은편에 교동짬뽕이 있다. 아마 교동이라는 이름은 음식점에 가장 많이 붙은 이름일 듯. 교동국수, 교동만두, 교동반점 등등, 그래서 처음에는 뭐야, 여기도 교동이야? 하며 시큰둥했는데. 들어가보니까 벽 가득 다녀간 유명인들의 싸인이 있다. 짬뽕이 뭐랄까, 국물이 진득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짬뽕 만드는 방식 자체가 틀린 것 같다. 이 맛을 생각하고 다른 짬뽕을 먹자니 다른 짬뽕이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개성은 대체불가인 거다. 잘 될 수밖에 없는 집. 아래 사진을 보라. 저렇게 짙은 짬뽕 국물 색깔은 잘 없다.
데이트코스로 보자면 파란빵같은 경우는 분위기 좋은 카페이기도 하니, 교동짬뽕에서 밥을 먹고 느지막히까지 파란빵에서 커피와 빵을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이곳을 나서면 내려가는 길은 조금 갈래 갈래 갈라진 골목길이다. 어느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신촌역보다는 서강대역에 더 가까울 수 있다. 못 미더우면 좌측 대로변으로 나가 신촌역까지 도보여행하자. 몇 분 안 걸리는 정도다. 신촌역 ~ 연세대학교 백양로 주변까지의 이야기는 "연세대학교 백양로 주변 가볼만한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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