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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이색카페 <언플러그드>, <봄동>, <파란빵> 본문

국내여행/서울

홍대 이색카페 <언플러그드>, <봄동>, <파란빵>

Dondekman 2017. 2. 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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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다른 곳에 있으면, 내가 바뀐다.

오늘은 이색카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카페에 가는 것은 집이 아닌, 뭔가 다른 분위기를 찾아가는 거다. 그런데 매일같이 가다보면 그런 기분도 사라지더라고. 나는 자유기고가 일을 하러 주로 카페에 다녔는데, 작업을 잘 할 수 있는 공간은 둘째치고 어느새 또다른 색다른 것이 있는 곳에 가게된다. 다른 기분을 느끼면, 나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고, 또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느끼면 실제로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마음의 변화를 경험하러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홍대엔 이색카페가 많다. 내가 간 곳 중 괜찮았던 가게 몇 개를 언급해보자면 <언플러그드>, <봄동>, <파란빵>이다. <양카페>같은 동물카페는 다른 포스팅에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통기타카페 <언플러그드>


대학 다닐 때 통기타를 쳤었다. 아마 수능 시험 끝나고서부터였을 것이다. 교회에서 통기타를 처음 튕겨보고 바로 악기사에 가서 20만원짜리 통기타를 사왔다. 그뒤로 어디든지 기타를 가지고 다녔다. 전역가방이라고 하나? 그 휴대용 쓰레기통같이 생긴 국방색 백에 낱장으로 모은 악보를 가득 채우고, 참 주책맞게도 들고다녔던 것 같다. 학교 MT에도, 동아리 MT에도, 선배들이 80년대 같다고 놀리기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

정말 80년대였더라면 <언플러그드>가 홍대 이색카페로 몇 배 더 인기 있지 않을까? 언플러그드 안에는 모자 가게 모자처럼 기타들이 벽에 걸려있다. 내가 갔을 때는 기타치는 패거리가 한데 모여앉아 징가징가거리고 바테이블 같은 데 누가 혼자서 고급테크닉을 반복 연습하고 있었다. 카페 안은 통기타 소리가 좌충우돌, 오붓하게 앉아있을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연습할 맛은 난다. 누가 나 기타 어떻게 치나 유심히 보는 것도 아니라서 부담이 없다. 

<언플러그드>측에서는 이색카페로서는 통기타가 괜찮지만 일반 손님은 소음 때문에 싫어하는 경우가 있어 고민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전에는 언제나 연주모드였는데, 지금은 시간을 정해놓고 있다. 일단 일, 월, 화는 종전처럼 계속 연주해도 되지만 수, 목은 저녁 9시 이후에, 금, 토는 저녁 7시 이후 악기연주를 금하고 있다고 한다. 아메리카노 기준 4500원으로 비싼 편. 그래도 기타 때문에 가끔 갈만 하다. 주류, 안주류도 두루 팔고 있어 통기타 뚱땅거리면서 예술 담론같은 거 하기 좋은 이색카페다. 

초보자를 대상으로 기타강습도 진행하고 있고, 뿐만 아니라 조동진 기타제작소의 기타제작 아카데미도 열리고 있다. 홍대 통기타의 메카라 부를 수 있을 듯. 기타강습같은 경우는 5, 6명 정도 그룹 인원을 채워 이루어지며 매주 1회 1시간 정도, 이론수업 6회, 실전 2회, 총 여덟번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마다 같은 수업이 몇 번 있기 때문에 펑크가 나도 다른 수업을 들을 수 있어 편리하다.


연남동 한방카페 <봄동>

연남동에 있는 것까지 홍대 이색카페라고 부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ㅋ 그만큼 팽창될 데로 팽창된 홍대의 상권. 연남동 많은 카페 중 도드라지는 컨셉의 이색카페가 있다. 바로 한약방 컨셉의 이색카페 <약다방 봄동>이다. 친구랑 카페에 들어가려고 지도를 검색하다 발견한 이 카페, 마침 감기기운이 있어서 기관지 등에 좋다는 '매실, 배 차'를 시켰다. 친구는 몰입에 좋다는 차를 시켰다. 서로가 시킨 음료를 맞보며 자리에 앉아서 작업을 한 어느날 오후였다. 

이색카페 <약다방 봄동>에서는 탁자나 조명 등 인테리어도 럭셔리한 신비감을 조성하고 있다. 음료 메뉴도 짜임새있다. 집중, 몰입, 열정, 용기, 검토, 고발 등 테마를 나눠서, 그 해당 마음을 담당하는 장기를 보하는 처방으로 이루어진다. 가격은 5000원~18000원. 여기에 한의사가 출동해 증상을 듣고 일대일 처방을 한 차는 25000원이라고 한다. 20분에 10000원 정도의 족욕 서비스도 있다. 가끔은 돈 들인만큼 자신에게 돌아오는 힐링도 필요한 법이다.


비건 제과점 카페 <파란빵>


와우산로에서 신촌역쪽으로 가는 골목길로 걸으면 <파란빵>이라는 제과점 카페가 있다. 여긴 그냥 제과점이 아니라 비건(began)을 모토로 한 빵을 팔고 있는 이색카페. 비건이란 채식의 등급으로, 채식에는 다음과 같은 등급이 있다. 밑으로 갈수록 점점 까다로워지는 거다.

세미(Semi)              : 소, 돼지고기 금지.

페스코(Pesco)          : 소, 돼지, 닭고기까지 금지.

락토오보(Lacto-Ovo) : 모든 육류와 생선까지 금지. 

락토(Lacto)             :  모든 생선류와 달걀까지 금지.         

비건(Vegan)            :  달걀에 우유까지 금지.

프루테리언(Fruitarian): 채식의 궁극. 우유는 물론 식물에도 제한을 둬서 채소의 잎과 뿌리까지 먹지 않는다. 먹을 건 식물의 열매 뿐이다. 

<파란빵>은 비건 등급에 해당되니까 빵을 만들 때 달걀과 우유도 안 쓴다는 거다. 달걀과 우유도 안 쓰면서 무슨 빵을 만들지? 싶기도 하지만 막상 와 보면 다양한 메뉴와 맛에 감탄하게 된다. 그것도 다른 프렌차이저 제과점에는 없는, 독특한 조합의 재료들로 이것 저것 자꾸 먹어보게 되는 카페. 브런치로 식사를 대신할 수도 있어 커피 한 잔 하면서 오래 머물게 되는 홍대 이색카페다. 정말 간판 밑에 쓰인 말대로 채식주의자들이나 아토피, 알러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이색카페. 아울러 <파란빵>은 채식동호회 모임과도 연결되어 있는 모양이더라.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채식인들의 울타리로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1주일에 하루 정도는 채식을 하는 게 몸과 마음 건강에 좋다는 생각은 한다.

<파란빵>에서 파는 호밀식빵에 생협 유기농 딸기잼을 발라서 아침끼니를 많이 먹었다. 식빵 특성상 빨리 먹지 않으면 못먹게 되니까 여기서 좀 비싸도 소규모로 사서 먹었던 것이 어떻게 보면 비싼 게 아니었던 듯 하다. <파란빵>은 "홍대입구역에서 신촌역까지 데이트코스" 포스팅에서도 다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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