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베 밤여행 야경 보려다 태풍에 우산 뒤집히고...

일본 고베의 하이라이트는 야경.

고베야경보러 밤여행 갔다가 또 한바탕 헤매고 왔다는... 

원래 계획은 아리마온천 다이코노유에서 몸 푹 풀고 와서 고베지하철 중간에 바다 가까운 역에 내려서 일본 고베 밤여행을 하는 거였다. 고베항 근처 하버랜드와 모자이크에 들러 밤 깊도록 맥주 한잔 하고.. 고베숙소로 돌아오지 않을 것을 각오하는 이 낭만적인 고베여행코스 크...

고베온천과 고베야경을 한번에 잡는, 거기다가 온천에 딸린 교통패키지까지 활용하는 절묘한 안이라고 나혼자 고베,교토, 오사카자유여행을 짜면서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다가오고 있었으니.. 

심상치 않은 전철 밖

아리마온센역에서 아리마구치역으로, 거기서 다시 신카이치역으로 오던 길[링크]과는 반대로 왔다.

그런데 신카이치 가는 열차가 태풍때문에 연착되었다는 문구가 뜨는 것이었다. 아니 태풍이면 태풍이지, 태풍 때문에 전철이 연착될 정도인가? 했다. 전철 밖에 비가 꽤 많이 내리는 것은 느껴지더라...

원래 일본 고베 밤여행 계획

신카이치역에서 한정거장만 더 가서 고소쿠 코베역에 내린다. 여기서부터는 하버랜드역까지 실내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태풍이 다 뭐냐, 나는 지하철 통로로 바다까지 가겠다, 이거야, 뭐 그런거지.

그런데 지도상에서는 무척이나 심플해보이는 이 계획의 난점은 길이 어렵다는 거다. 통로가 사방팔방 조금이라도 방향 잘못 잡으면 엉뚱한 길로 가게 된다. 나는 구글지도의 화살표를 열심히 재장전해 하버랜드가기 전 신고베역까지 왔다.

배고파서 밥 좀 먹고

고베에서 빠져나왔다. 온천욕을 하고 나온데다가 8시가 다 된 시간이라 배가 너무너무 고프다. 근데 역 주변에 음식점이 없네. 그냥 여기서부터 걸어서 하버랜드까지 가기로 작정하고 구글지도를 켰다. 

고베역부터 밤여행 목적지 하버랜드까지 도보로... 걸어서 10분 좀 더 걸린다. 가다보니까 요지야yoshinoya라고 써 있는, 음식점같은 데가 있더라. 여기 들어가서 장어덮밥을 주문해 먹었다.

장어덮밥 세트

일본맛집 체인점 요시노야[링크예정]

든든히 먹고 나와서 다시 출발. 그런데 고베역을 나올 때 심상치 않던 기류가 밥을 먹고 나오니까 더욱 거세졌다. 밥집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비바람이 불긴 했어도, 그냥 그럭저럭 갈만하게 내렸는데, 밥 먹고 나오니까 우산이 힘들어한다. 

횡단보도 걸을 때 갑자기 급 방향전환하는 바람에 우산뒤집힐 뻔.

가다가 한 컷. 일본은 빌딩도 참 정갈하게 쌓아놓는다.

결국 망가진 우산

비바람 좀 불어도 갈 수 있어, 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우산은 갈 수 없다고 격하게 뒤집혀 버렸다. 복구 불가. 

이 상태로 태풍을 헤집는 건 무리다. 편의점에 들어가 우비를 살까, 생각했다가 말았다. 내가 무슨 태풍소년, 아니 태풍청년인가... 고베야경을 보러 여기까지 밤여행 떠나 온 게 좀 아깝긴 했는데, 이 비바람에 사진이나 제대로 찍힐까도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 그냥 돌아가서 숙소의 전망이나 보자구.

8~9시인데 고베 근처의 지하철 상점들은 편의점 빼고는 문이 닫혀있다. 문구로는 19일날이 정기휴일이라는데, 오늘은 17일인데... 설마 일본의 가게 폐점 시간 개념은 직장인들처럼 오후6시 정도인가? 어쨌든 저렇게 일제히 닫혀 있으니까 멋있기는 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요. 입 꽉 다물고 단체농성하는 사람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날 밤여행은 전철 노선의 통로를 걷는 것이었다.

올때는 별로 안해멨는데, 돌아갈 때는 엄청 헤맸다는.. 그러니까 어떻게 가야겠는데, 감을 못잡겠는거다. 아니 어디 통로로 가야하는건지, 아니면 그냥 보이는 전철을 집어타고 가야하는건지. 애가 탔다. 고베역 이 통로 저 통로를 한참 기웃거리다가 어떻게 어떻게 해서 고소쿠 고베역으로 복귀. 한큐전철을 타고 가스가노미치역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내가 묵은 고베호텔, <씨뷰 코트 코베>[링크]까지는 10분 거리다.

폭우

그런데 가스가노미치역에서 내리자 보기에 질릴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다. 아까 망가진 우산은 물론, 멀쩡한 우산으로 받아내도 몸이 젖을 것 같은 비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 길목 너머에 보이는 편의점의 불빛. 우산을 사러 들렀다. 길목 하나 가는데도 흠씬 젖었다는. 매고 있던 백 속에 들어있던 종이팩 껌이 젖어서 포장지와 붙을 정도였다. 일본 고베 밤여행과 더불어 태풍여행 지대로네.

마트 수준의 일본편의점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세븐일베븐, 패밀리마트 등 24시 편의점이 도처에 있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안의 물건들이 거의 마트 수준이라는 거. 마트푸드코드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도시락, 치킨 등이 진열되어있다. 자판기와 편의점 왕국답다.

일본 밤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24시 편의점. 잠만 빼고 다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내가 여기서 우산을 사면서 버릴 곳이 마땅치 않은 우산을 여기 버려도 되겠냐고 웨이스트? 물어보니까 여자종업원이 간곡한 표정으로 스미마셍을 외친다. 근데 접이식 우산을 사고 싶은데 그 투명장우산밖에 없네.  

우산을 사가지고 나와서 호텔로 돌아가는데 이놈의 망가진 우산을 버릴 곳이 없다. 산뜻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시장 인근이었는데도 쓰레기 하나가 떨어져 있지 않네.. 결국 건물 한쪽에 다소곳이 우산이 세워져 있길래 나도 그냥 망가진 우산을 거기 포개놓는걸로..

아무튼 일본은 다양, 깨끗, 친절...

고베숙소에서의 야경

숙소로 돌아오는데 발코니 창문이 덜컹덜컹하면서 윙윙 소리가 난다. 이거 창문이 깨지는 거 아니야? 할 정도.

이런 강풍에 항구를 거니는 밤여행을 하려고 했다니.. 갔으면 바람에 날려 고베 바다에 빠졌을지도.. ㅋㅋ 그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바람 한번 사방팔방으로 야무지게 몰아친다. 이와중에 삼각대를 펼수도 없고, 발코니 밖으로 나가 겨우 흔들리는 사진 몇장을 건졌다. 더 찍으려고 하니까 카메라 렌즈에 빗방울이 맺히더라고.

일본 고베 밤여행을 대신한, 고베호텔에서 내려다보는 고베 도시 풍경이다. 낮에는 바다까지 보였는데[링크], 밤에는 그냥 어디가 바다인지 모르겠네.

다음에 일본 고베 여행을 다시 한다면 좀 비싸더라도 항구 주변의 호텔에 묵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