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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여행, 태평양전쟁때 일본가옥, 익산시 춘포면 호소가와농장저택 본문

국내여행/전북

역사여행, 태평양전쟁때 일본가옥, 익산시 춘포면 호소가와농장저택

Dondekman 2017. 6. 2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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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을 타고 역사를 거슬러올라가 보면

<시간탐험대>라는 만화가 있다. 거기 돈데크만이라는 인물, 아니 신통력이 배어있는 주전자가 있는데, 주인의 명을 따라 원하는 시대로 간다. 이때 정확한 년도를 말해도 되고, 추상적으로 어찌어찌한 시대로 가보자, 해도 알아서 간다. 물론 그럴 때 주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시대로 가기도 하지만. 

역사여행은 공간을 매개로 시간을 달리해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은 1940년대. 제 2차 세계대전(1939~1945년), 태평양전쟁(1944~1945년)이 한참이던 시대, 익산시 춘포면 춘포리다. 


망경강 들판


근대의 격동지, 망경강 유역

춘포(春浦)는 봄나루라는 뜻으로 망경강을 지나는 뱃길의 포구였다. 1900년부터 45년까지 대장촌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는데, 일본은 이곳을 넓은 들판이라는 뜻의 대장(大場)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수탈의 기차역인 대장역을 세웠다. 지금의 춘포역[링크]이다. 

한편 이곳이 대장(大場)이 되기 전, 이 일대는 조선의 개혁과 더불어 외세의 침략을 막으려던 동학농민운동의 중심지였다. 또한 실패로 돌아간 동학운동의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이 서울로 호송된 길목이기도 하다. 내가 찾아간 날이 눈 쌓인 날이었는데, 그 때문에 이런 시 한 편도 생각나더라.


눈 내리는 만경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안도현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 中에서


익산시 춘포면 춘포리 마을 전경


만경강 축대 위에 서면 한편으로는 백구쪽 평야지대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익산시 춘포면의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춘포면의 대장촌 시절, 이곳은 대규모의 도정공장이 있어, 일대 평야의 곡식이 모두 모이는 곳이었다. 그 도정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일본인이었고, 그래서 마을에는 아직도 일본식 지붕을 가진 가옥들이 많아, 춘포역과 더불어 역사여행의 장이 된다. 익산시 춘포면의 대표적인 일본가옥은 마을 전경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호소가와농장 저택이다.


호소가와농장저택

益山 春蒲里 舊 日本人 農場 家屋, Employee residence house of Hosokawa Farm


일제시대 전라북대 3대 농장

일제시대 때 전북에는 3대 농장이 있었다. 군산 신태인에 있던 구마모토 농장, 전주 동산동과 조촌동에 걸쳐 있던 히가시야마 농장, 그리고 또 한 곳이 이곳 익산 춘포면의 호소가와 농장이다. 

호소가와 모리다치는 춘포 일대를 대장(大場)으로 부른 장본인으로 1914년, 춘포역[링크]과 같은 년도에 도정공장을 세웠다. 이 마을의 도정공장에서 가공된 곡식이 일본 제국주의의 곡식창고가 된 것이다. 집집마다 숟가락까지 걷어갔다는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전쟁 시기에 이곳을 얼마나 약탈해갔을 지 알만하다.

이 일본가옥은 다음, 카카오지도에서는 호소가와 농장 주택, 네이버지도에는 익산 춘포리 구일본인 농장 가옥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어떤 일본인이 1920년대에 지은 집이다. 이후 호소가와 농장에서 이 집을 빌려 농장 주임 관사로 썼다고 한다. 호소가와농장저택은 540평의 부지에 건평 35평으로 지어진 이 집은 투룸과 부엌, 대청으로 이루어져 있다. 


등록문화재 제 211호

아마 이렇게 큰 집을 지었을 때는 일본과 일본식민지, 아울러 호소가와 농장이 천년, 만년 갈 줄 알았을 것이다. 하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전쟁이 종결될 때까지 자국의 패망을 모르고 있던 일본 국민들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일본천황이 방송으로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할 때조차 이를 믿을 수 없어하던 일본인들이 많았으니까.

이후 호소가와 농장 저택은 한국인에게 인수되었다. 해방 이후 일본가옥의 다다미방을 온돌 시스템으로 바꾼 외에는 예전 그대로라고 한다. 한편 일대를 호령하던 호소가와 도정공장은 90년대까지 정부양곡도정업을 하며 명맥을 유지하다 문을 닫는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한국의 근대사를 연구하는 이들이나, 나같은 역사여행객들이 종종 찾고 있다. 



망경강 제방으로 생긴 물길

호소가와 농장 저택 앞에는 망경강의 지류가 뻗어 있다. 아까 마을을 내려다보았던 망경강 제방을 쌓는 도중에 생긴 강의 지류라고 한다. 밑바닥까지 꽁꽁 얼었을 익산시 춘포면의 강변을 보고 있으면, 가장 깊은 겨울로부터 다시 찾아오는 봄이 생각난다. 

서두에 백구쪽 평야를 바라보며 생각했던 안도현 시인의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의 결말 부분도 떠오른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안도현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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