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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제주

제주도 데이트코스로 좋은 비자림 삼림욕

Dondekman 2017. 3.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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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내쉬는 숨소리 가득한 곳

쇠소깍에 갔던 우리는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기가 아쉬워 자연휴양림으로 유명한 비자림에 들르기로 했다. 숲이 그렇게 좋다는 아버지의 추천이었다. 도착하니 오후 4시 좀 넘었을까? 비자림 입구에는 안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미리 이용하라는 만장굴에서와 같은 표지판을 봤다. 모두 모여 탐방로로 입장했다.


세계 최대의 비자나무숲


제주도 비자림은 500년에서 800년의 수령의 비자나무 3000여 그루가 자생하는 비자나무숲이다. 단일수종으로는 세계 최대의 숲이며, 거목들이 밀집되어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삼림욕장으로 손꼽힌다. 한국의 천연기념물 374호로도 지정되어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 형과 형수님이 손을 잡고 걸어갔고, 나는 뒤에서 카메라 기사다. 걷다보니 바닥에서 뭔가 사각거린다. 이게 제주도의 천연세라믹, '송이'란다. 송이버섯할 때 그 송이가 아니다. 비자림의 송이(Scorid)는 화산 활동이 일어났을 때, 그 부산물로 생겨난 것이며 향균작용과 탈취적용을 한다. 커플들에게는 오붓하게 담소를 나누는 데이트코스지만 대신 나처럼 솔로는 바닥에서 사각거리는 송이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송이, 이름이 여자를 연상케한다. 서럽다.    


비자림 탐방코스


매표소를 통과하면 먼저 벼락맞은 비자나무를 만나게 된다. 벼락을 맞고도 용케 살아남는 바람에 제주도 비자림의 명물이 된 것이다. 100여년 전 벼락을 맞았을 때 울퉁불퉁한 재질은 불에 탔지만, 매끄러운 면은 벼락이 고스란히 통과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일이 있고부터 벼락맞은 비자나무는 기적의 상징으로 여겨져 피부병 환자가 이 나무에 몸을 문지르면 피부병이 낫는다는 말까지 생겼다. 

비자림 탐방코스는 총 2.2km이며 약 500미터를 주기로 길이 한번씩 갈라지는 구조로 되어있는데, 그 중심에 음수대가 있다. 비자나무 우물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비자나무 거목들을 거쳐 나온 물로, 숲이 빽빽한 만큼 머금은 물의 양과 질이 남다르다. 데이트코스를 걷는 연인들은 맑은 물과 공기, 아름다운 분위기에 이끌려 계속 걷게된다.

그리고 비자림 탐방로의 끝에는 두 나무가 한 나무로 붙은 연리목과 함께 새천년 비자나무 있다. 2000년 1월 1일에 명명했다고 해서 새천년이라는 말이 붙이 이 비자나무는 이곳 비자림 뿐 아니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비자나무로 알려져 있다. 수령은 830년에 이른다.  


부부를 상징하는 연리목連理木


애초에 다른 나무인데, 맞닿았다는 이유로 하나가 되는 나무가 있다. 소설이나 동화가 아니다. 이런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하는데, 나무의 줄기가 연결되었으면 연리목, 가지가 연결되면 연리지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한 마디로 나무가 서로 맞붙게 되면 서로를 꺾기보다 하나의 나무로 생존방식을 바꾸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두 나무의 결합과정은 먼저 맞닿은 서로의 껍질이 부수고, 시간이 지나면 나무 안쪽의 부름켜가 구성 물질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방사조직 속에 흐르던 영양분까지 상대 나무 속으로 흘러들게 되면서, 끝으로 세포벽이 차곡차곡 결합부분을 감싼다. 이렇게 두 개의 나무가 한 나무로 결합되는 과정은 사람의 결혼 과정과 닮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숲길을 손잡고 걷다가 사랑나무를 바라보며 둘의 하나됨을 생각해보는 일이란 커플 각자가 많은 일을 돌이켜보게 만든다. 비자림을 제주도데이트코스로 추천하는 이유다. 


비자림 삼림욕의 특징, 테르펜(terpene)  


삼림욕을 논할 때 흔히 말하는 피톤치드(phytoncide)는 식물이 분비하는 살균물질이다. 피톤치드는 나무 중 침엽수에서 특히 많이 나오는데, 비자나무도 상록침엽수이므로, 이에 해당한다. 

피톤치드는 어떤 한 물질이 아니라 식물이 내뿜는 모든 항균물질을 아울러 정의한 것이다. 이 피톤치드 중 테르펜(terpene)이라는 물질이 있다. 일종의 방향 성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작용이 복잡하다. 자신의 생장은 활성화하며 다른 생물의 생장은 억제하며,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이로운 곤충은 유인하며, 자신에게 해로운 곤충은 억제하는 것이다. 이는 여러모로 사람의 방어기제와 닮았다. 이 테르펜을 마시게 되면 신체작용이 활발해지고, 심리는 안정되며, 면역력이 높아지게 된다.


비자나무 기타 효능

약재

비자나무는 한약방에서 씨의 껍질을 말린 것을 가르켜 비자라고 부르며 약재로 썼다. 비자의 효능은 먼저 명목明目이라고 해서,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다. 이밖에 기생충을 없애며, 축적된 악취를 제거, 벌레에 물리는 등 체내에 유입된 나쁜 물질을 해독시키는 데 주로 쓰인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이 주기적으로 먹는 간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비자가 위와 폐, 장에 관여하므로 기침이나 소화불량, 변비 등에 좋기 때문이다. 볶아서 속껍질을 벗겨내서 꿀을 입히고 콩고물에 무친 <비자강정>이 있을 정도다. 


목재

중학교 국어시간 수필시간에 비자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김소운의 <특급품>이라는 작품인데,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인 비자반榧子盤의 유연성에 대해 다룬 이야기다. 비자반은 바둑돌을 놓을 때 부드러운 감촉이 좋아 비싸기로 유명한데, 이중 특급품으로 치는 것은 머리카락만한 흉터가 있는 비자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흉터를 치유하기 위해 비자나무가 자신이 가진 유연성을 극도로 끌어올렸다는 이야기이며, 이런 특급품 비자반은 그만큼 그 탄력이 좋다고 한다. 비자반의 예에서 알 수 있듯, 비자나무는 고급가구재, 장식재로 쓰인다.  

 

비자림 입장료, 관람시간 

성인(25세~64세)는 개인 1500원, 10인 이상의 단체는 1200원이다. 어린이(7~12세), 청소년(13세~24세)은 800원, 단체는 600원이다. 이외에 무료입장 대상은 6세 이하와 65세 이상이며, 국가유공자, 1급~3급 장애인을 비롯해 국가기관 주도하의 입장 역시 무료다. 또 공무수행 뿐 아니라 학술연구를 목적으로 출입하는 것도 그냥 들어갈 수 있다. 관람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지만 입장은 마감시간 1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동, 하절기 기상여건에 따라 관람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고도 하니, 혹 관람시간이 아쉬우면 인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카페 <비자나무숲>은 비자나무 테마카페답게 비자꿀차, 비자라떼도 판매하고 있다. 음식물 반입이 안되는 비자림 산책이니, 이곳에서 마실 것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도 좋은 데이트코스가 될 듯 하다.


대표적인 제주도 드라이브코스 


비자림 일대의 도로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드라이브코스로 유명하다. 제주시 봉개동에서 비자림이 있는 제주시 구좌읍까지 이어진 1112번 국도는 이른바, '비자림로'라고 해서 무성하게 뻗은 비자나무들이 아름다운 지나침을 선사한다. 제주도의 데이트코스와 드라이브코스의 조합은 이곳, 비자림에서 찾으면 될 것 같다. 


대중교통편

대중교통으로 비자림에 오려면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순환버스를 타면 된다. 김녕, 만장굴, 비자림, 세화를 도는 읍면순환버스로 1시간 단위로 배차되었으니, 스마트폰 버스 어플로 시간을 확인하고 일정을 잡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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