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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제주

서귀포여행지 쇠소깍, 투명카약 등 수상레포츠 중단

Dondekman 2017. 3.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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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숨은 명소를 가다.

성산일출봉에 오르려 했던 계획이 더위에 의해 틀어졌다. 그래서 다른 갈 곳을 물색하다가 우리는 서귀포여행지로 이름난 쇠소깍으로 향했다. 37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실내, 혹은 덜 더운 실외를 찾고 있었는데, 쇠소깍이라면 물가이기도 하고, 물에서 카약 등을 탈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으로 향하면서 검색해보니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카약, 투명카약, 테우 등 수상레포츠는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비는 곳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가보기로 했다.

서귀포여행지로는 원래 부근의 천지연폭포가 더 유명했는데, TV에 방영되면서 쇠소깍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쇠소깍의 쇠소는 소가 누워있는 연못이라는 뜻이며, 깍은 끝을 뜻하는 옛말인 각이다. 그러니까 소가 누운 모양을 닮은 연못의 하구라는 말인데, 소가 누운 모양이 어떤 모습인지 잘 연상은 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비스듬한 굴곡을 그리며 머리에서 몸통으로 커지고, 꼬리로 얇아지는 형태가 전체 계곡의 모양에 녹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2016년까지는 활성화되어 있었던 투명카약, 수상자전거, 테우

 

도착해보니 쇠소깍은 숲이 우거져 있고, 그 밑으로 암석과 연못이 있었다. 연못의 폭은 10미터, 넓은 곳은 30미터에 이른다. 연못 곁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나무그늘 속에서 수백미터에 이르는 쇠소깍의 풍경을 보면서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색적인 경치였다. 이래서 서귀포여행의 명소는 명소구나, 했다. 우리가 갈 때까지만 해도 쇠소깍의 수상활동은 아직 중단된 상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수상자전거를 타거나 카약의 노를 젓고, 한편에서는 제주도 전통뗏목인 테우를 타기도 했다. 그런데 쇠소깍을 서귀포여행지로서 유명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투명카약이다. 투명카약은 배밑이 투명해 3미터~5미터 깊이의 물 속 바닥까지 훤히 볼 수 있다. 쇠소깍의 물이 땅에서 솟아난 용출수로, 말하자면 반은 샘물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 수상레포츠의 가격은 7000원에서 15000원 선이었다. 중단될 줄 알았더라면 미리 예약해서 한번 타볼걸, 하는 생각이 든다.

쇠소깍 역시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하긴 더위로 유정란이 부화되고, 사람이 죽어나가던 2016년의 여름이었다. 어디가 되었건 덥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는 서귀포여행지, 쇠소깍까지 와서 근처의 탐앤탐스 커피숍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냈다. 쇠소깍 인근에서 가장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다름아닌 에어컨이 나오는 유일한 장소인 탐앤탐스 카페였다. 탐앤탐스는 종류별로 테이블도 많고, 인테리어도 잘 되어 있었지만, 워낙 여름휴가 온 사람들로 북적여 쓰레기통은 넘쳐났고, 군데군데의 청소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2017년부터 수상레포트 중단


2017년부터 쇠소깍의 투명카약, 테우, 수상자전거, 등 수상레포츠 시설 이용이 중단되었다. 이는 2009년부터 시작된 이들 시설의 사업권 기한이 다 되어 재신청을 하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원래는 사업주와 하효마을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져, 결국 사업주가 재판에서 이겼는데, 사업을 다시 시작하려 하는 중에 문화재청이 이를 가로막았다. 문화재청에서 명승 78호인 쇠소깍에 배를 데는 시설로 인한 문화재 손상 등의 이유를 들어 수상레포츠 시설의 운영을 중지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이로 인해 서귀포 여행지, 쇠소깍 인근 상권은 울상이다. 사업을 허락해줄 때는 언제고, 이제 막느냐는 것이다. 쇠소깍 수상레포츠 홈페이지도 운영이 중단된 현재, 나도 투명카약을 못 타봐서 아쉽긴 하다. 그렇지만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되도록이면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둬야 한다. 파괴는 사람이 지나치게 몰려가면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2016년 여름휴가 때 탐앤탐스 커피숍에서 목격했던 쓰레기 더미가 과연 탐앤텀스 커피숍 실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였을까? 쇠소깍에 전체적으로 쓰레기가 축적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2009년 투명카약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제주도 서귀포의 숨겨진 여행지였다. 보석은 감춰져 있을 때에 더 빛난다.

신비롭게 그지 없는 쇠소깍의 물빛이 오래오래 저 빛깔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쇠소깍의 끝, 서귀포 앞바다


쇠소깍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름에 깃든 끝이라는 말처럼, 산책길 끝에 일순간 툭 트인 제주바다가 나온다. 바로 몇 발짝 전까지만 해도, 어디 산기슭의 계곡같은 풍경이다가 바로 펼쳐지는 바다풍경에 아차, 하듯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쇠소깍은 이렇게 바다에 바로 닿아있기 때문에 조수간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평균수위가 간조일 때는 3m였다가 만조일 때는 5m로 불어난다고 한다. 

쇠소깍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는 쇠소깍휴게소라고 해서 정자가 설치되어 있고, 이곳에 하효새마을작은도서관이 피서지 도서관이라는 명목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유명한 서귀포여행지인 만큼 지역도서관에서 관광지 지원을 나온 것이다. 이 피서지도서관은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운영되며, 제법 많은 책들이 꽂혀 있었다. 좋았다. 그런데 다 좋은데, 이렇게 더워서야 여기서 책을 보는 것은 선선해질 때까지 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미니선풍기를 쏘이며 좀 쉬고 있는데, 문득 바다 쪽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 바라보았다. Z보트가 물살을 지그재그로 헤치며 바다를 휘젓고 있는 중이다. 


서귀포를 향해 찔러넣은 바다의

Z보트의 거센 엔진소리를 들어서일까? 나는 문득 제주도 바다 전체가 날뛰는 황소 한 마리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면 쇠소깍이 바다라는 황소의 뿔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파도가 한창인 날, 날뛰는 바다가 서귀포 깊숙히 뿔을 찔러넣는 광경을 상상해 본다. 서귀포여행지 쇠소깍은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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