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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사 최진기 강의, "IT는 왜 人文學을 요구하는가"

Dondekman 2017. 8.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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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깊은 공부 노하우가 다르긴 다르구나.

안양시청 강당에서 최진기 인문학 강사의 강의를 들었다. 최진기 인문학 강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잘 나가는 인문학 강사가 아닐까? 전에 사회 문화 인강을 들은 적이 있다. 뭐 한국지리,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사탐과목 인강, 윤리와 사상 인강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강의를 하시더라. 최근에는 최진기 경제 연구소의 경제인강을 유튜브로 보기도 했고,

요즈음 안양시가 인문학 도시로 도시브랜드를 결정하고, 각종 인문학 강의, 세미나들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유명한 인문학 강사도 모셔오고 하는 것 같다.


  안양시청


몹시 흐렸던 날. 안양시청을 찾았다. 인문학 강의가 열린 안양시청 강당은 본관 옆 아담한 민원실 건물에 있다. 


최진기, 인문학 강사의 IT는 왜 인문학을 요구하는가 강의


스티브잡스는 왜 인문학 강사를 구하는가?

스티브잡스는 소크라테스와 함께 점심을 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 라는 말을 했다. 

IT회사인 애플이 왜 '너 자신을 알라' 로 유명한 소크라테스를 필요로 하는가? 최진기 인문학 강사는 인문학 강의를 이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인문학 그거 먹는 거?


인문학이 뭐길래 

이 질문에 대해 최진기 인문학 강사는 인문학에 대해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탐구하는 학문 운운하면서 이야기를 풀지 않는다. 인문학 강사답게 우회적으로...

인문학, 그거 먹는거냐? 응 먹는거야.

대중들이 하는 무언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인문학이 왜 먹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 대기업 승진이나 입사 관련 문항들을 꺼낸다. 삼성직무적성검사에서 개화기에 조선을 침략한 국가를 순서대로 쓰라는 문제가 나오지 나왔으며, 현대자동차 그룹 입사 시험에서는 몽공과 로마제국의 성장 과정과 이를 통해 현대차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가 나왔다. 

최진기 인문학 강사는 대체 회사의 업무와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국사 문제 따위들이 승진이나 채용에 질문으로 쓰일 것 같냐는 수수께끼를 밑밥으로 까는 것이다. 



애플의 면접 질문에서는 조금 더 인문학에 대한 윤곽을 밝힌다.

재미있는 문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풀것인지 설명하라니, 문제에 대한 재미있는 답변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질문까지 재미있게 혼자 던지면서 놀아보라고? ㅋㅋ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품을 만드는 일은 결국 소비자에게 어떤 재미있는 문제를 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재미있게 푼다는 것은, 또다른 재미있는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 아닐까? 더 재미있는 문제 → 더 재미있는 답변 → 더 참신한 제품, 슬슬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인문학이 흥한 기업 VS 기술만 흥한 기업


애플과 삼성의 차이는 무엇일까? 최진기 인문학 강사는 두 회사가 서로에게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을 때의 항목이 둘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은 전력제어기술, CDMA관련 기술같은 걸로 특허 침해 소송을 거는데, 애플은 밀어서 잠금해제, 멀티터치, 탭확대, 둥근 모서리, 이런 걸로 소송을 걸었다는 것. 그러니까 삼성은 기술적인 특허를 가지고 있고, 애플은 문화적인 특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둘 다 중요하겠지만 기술은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후발 업체들이 기술을 열심히 따라잡고 있다. 그러나 애플이 지닌 브랜드 이미지, 사용자와 대화하는 특유의 인터페이스 방식 등은 소위 애플빠들을 만든다. 그게 어때서 좋은 게 아니라, 그게 그거여서 좋다는 팬을 만드는 것은 결국 문화의 힘이다. 문화 ↔ 인문학이고.


인문학과 이미지가 만났을 때


구글 데스크톱 검색엔진에서 Tilt라고 치면 저렇게 갑자기 화면이 기우뚱 해서 나온다. 

갑자기 컴퓨터가 고장났나? 싶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저 숨겨진 기능 속에는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을 비딱하게 바라보자, 라고 하는 정신이 스며있는 것이다. 

즉 어떤 이미지에 스며들어있는 정신이 소비자들에게 먹힌다는 이야기. 애플 로고 자체만으로 사람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이유가 되겠다.



이미지는 원본에 복제인데, 결국 그 이미지가 원본을 지배한다는 거

명품가방의 짝퉁을 아무리 진품보다 싸고 좋게 만들어도 사람들은 짝퉁을 좋아하지 않는다. 애인 생일에 이거 루이비똥 짝퉁인데, 더 좋은거야, 방수도 되고, 그래서 샀으니까 내 사랑을 받아줘. 그랬다가는 그날이 헤어지는 날이 될 수 있다는 거.

인문학적 사고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대응 방식까지 포괄한다는 거다.


드러내는 디자인 VS 숨기는 디자인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는 제품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삼보 드림시스 컴퓨터와 동시대에 나왔던 애플의 아이맥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아이맥의 승리. 여기에는 디자인에 대한 철학의 차이가 한몫한다. 인문학적 사고와 접목된 디자인은 디자인의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디자인이란 꾸미고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숨기는 것에 그 본질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비자를 일부러 번거롭게 만든다?


최진기 인문학 강사의 이야기는 이케아 가구 이야기에서 끝을 맺는다.

이케아 가구는 소비자더러 조립시키는 시스템이다. 식당으로 치면 재료하고 레시피만 주고 끓여 먹으라고 하는 고급레스토랑과 비슷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것에 더 열광한다는 것이다. 이케아현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조립한 제품의 완성도와는상관없이 자신이 조립한 가구에 기존 완성품 가구보다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려는 현상이란다. 그러니까 소비자를 더 수고롭게 만듦으로 그들에게 보람이라는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 이런것도 인문학적 아이디어다 이 말씀.

최진기 인문학 강사의 입담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들었다. 어느새 1시간 30분이 흘러가고 인문학 강의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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