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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기

경기도 가족 나들이, 안성 서일농원에서 영화<식객>촬영지 장독대들

Dondekman 2017. 6. 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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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을 보면 그집 음식맛을 알 수 있다.

된장, 고추장이 한식의 베이스 양념이니까, 그것이 그집 음식맛을 좌우하는 건 물론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기본이 맛있으면 다 맛있다는 말은 단지 식재료의 베이스를 뜻할 뿐 아니라, 그만큼 그 가족에 배어있는 지혜,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의 맛과 질을 가늠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뭐, 요즘이야 다 사다먹지만. 

이런 장맛의 의미를 헤아려서일까, 영화 <식객>에는 수많은 장독대들이 있는 풍경이 등장한다. 그 풍경이 바로 이곳, 경기도 안성 <서일농원>은 2000여개의 장독대를 보유하고 있는 청국장, 된장 등의 생산지다. 경기도 가족 나들이 여행지로 인기가 많다.


안성 서일농원

安城 徐一農園, Ansung Seoil NongWon


항암치료 중인 엄마와 서울에 병원에 다녀오면서 점심먹을 만한 데를 찾다가 눈에 띈 곳. 청국장 맛집으로 유명한 음식점 <솔리>가 있기도 해서 여기, 안산 <서일농원>에 가자고 했다. 

우리도 경기도 가족 나들이를 오게 되는구나. 먹거리, 볼거리를 찾아. 


산책로


입구를 들어가면 마주치게 되는 연못. 지금은 꽝광 얼어있어 그냥 땅 같은 느낌이다. 

솔리 음식점[링크예정]에서 청국장 정식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농장 주변을 걸었다. 걷다보면 우리처럼 경기도 가족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을 종종 마주친다.



우리가 간 날은 간밤에 눈이 내렸다가 채 다 녹지 않는 날. 하얀 눈과 푸른 침엽수들이 잘 어울린다.



경기도 가족 나들이 산책로를 걸었다. 걷다보면 메주를 주렁주렁 걸어놓은 정자가 보인다.



겨울 추위에 잘 묵어가는 메주들.



산책로를 따라가면 연자방아같은, 장을 만드는 도구들이 듬성듬성 있다. 

산책로는 중앙의 배 과수원을 둘러싸고 장독대 군락지, 솔리 음식점, 느티나무 광장, 매실원을 돌아보는 코스다.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장독대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 경기도 가족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은 장독대 전망대 근처를 떠날 줄 모른다.

산책 소요시간은 약 15분. 음식점 <솔리>에서 밥을 먹고 나온다면 넉넉잡고 1시간 반 정도 시간을 잡으면 되겠다.


장독대 전망대


우리도 경기도 가족 나들이 중. 사진 속 엄마가 항암치료 받느라 많이 야위셨다.

오래묵은 것과 수없이 많은 것의 교차, 장독대들을 바라보는 감동은 그렇게 찾아온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세대를 막론한 즐거움을 주는 장소, 안성 서일농원은 그래서 경기도 가족 나들이 코스로 좋은 곳이다.



장독대들은 중앙 장독대를 중심으로 서편과 동편 장독대로 군락지가 붙어있다. 동편 장독대 군락지 쪽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이들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장독대들은 상투 튼 조선사람의 모습 같기도 하다.

눈이 거진 다 녹았다. 눈이 막 쌓였을 때 보면 더 예쁠 듯. 영화 <식객>에서처럼.


영화 <식객> 촬영지


영화 <식객>에서는 성찬(김강우 분)의 어렸을 적 씬에서 이곳의 풍경이 나온다. 운암정에 와서 요리를 배우는 성찬. 최고가 되자! 독 뚜껑에 써서,



이렇게 덮는다. 캄캄한 독 속에서 최고가 되자! 글자가 장과 함께 캄캄하게 묵어간다.



그리고 이 수많은 장독들의 설경. 최고가 되자!라는 깊이가 수많은 독들의 넓이를 만나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영화를 보는 사람의 가슴이 훈훈하고 맑아져 온다. 

그러고 보면 이 눈 내리는 장독대의 풍경은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에도 나오는구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 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김용택 시 <그 여자네 집> 中에서


나는 저 장독대 안쪽에 어떤 말을 쓸까?


장독대 안은 묵을수록 넓어지는 공간이다. 내가 하는 말도, 글도 그렇게 가슴에 묻고 살다보면, 무르익어 나오겠지. 꼭 그렇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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