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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게스트하우스 "지피지가"에서 금진해수욕장 서핑같은 3박4일 본문

국내여행/강원

강릉 게스트하우스 "지피지가"에서 금진해수욕장 서핑같은 3박4일

Dondekman 2020. 9. 2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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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휴가 일주일은 고스란히 강원도에서 보냈다. 일주일 휴가를 강릉 정동진에서 반. 속초에서 반.

퇴근하자마자 KTX타고 정동진역으로 다이렉트로 가려고 했는데, 여유부리다가 예약해 둔 기차 놓쳤다. 청량리KTX역까지 가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주인장님한테 3일 묵기로 예약했는데 하루 짤라야겠다고, 취소 전화를 했다.

그런데 게스트하우스 주인장님께서는 되려 게하가 강릉 시내에서 멀리 있음을 미안해하시더라. 그러게 기차를 왜 놓쳤냐며 오랜 친구 못 만난 것처럼 서운해하시기도.

당일 취소 환불이야 기대하지 않았지만, 고맙게도 취소된 하루를 마지막 날에 붙여 연박할 생각이 없냐 물어보신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마음 편히 다음날을 기약.

원래 정동진은 강원도여행 끝자락에 1박 하려고 했는데 3일 동안 정동진영화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아예 영화제 기간 동안 정동진에서 눌러 묵기로 하고 숙소를 찾았다.

 

습관대로 '최저가'숙소를 검색했는데... 웬걸, '최저가'와 '최고평점'이 한 몸인 강릉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했다. 지피지가?, 지피지기 응용같은 숙소 이름... 강릉 정동진에서 좀더 깊숙히 들어온 금진항, 금진해수욕장 근처의 게하인데... 

숙소 사이트로 쓰고 있는 블로그를 보고 '지피'라는 주인장님 닉네임을 따서 '지피의 집'임을 알았다. 그런데 이 블로그, 그냥 '블로그 운영하고 있음' 이런 게 아니다. 직장생활 20년 끝에 강원도에서 처음 게하 시작한 이야기. 투숙객 때문에 좋았던 일, 힘들었던 일, 사랑하고 이별했던 일들이 한땀한땀 적혀 있어서 재미있게 봤다. 근데 사진 속 주인장님 여자고, 또 연배도 있으신데 몸 탄탄하고 팔 근육도 예사롭지 않다 싶었더니 헬스트레이너에 스키어에 서퍼에.. ㅎㄷㄷ

정성어린 강릉 게스트하우스 블로그를 보면서 형식적으로 일하고, 글쓰고, 형식적으로 돈 벌고 살던 내가 머쓱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 이 포스팅도 괜히 말이 많아진다. 원래 그냥 사진 올리고 몇 마디 적고 넘어가야 하는데 ㅋㅋ

강릉 정동진역 도착. 드라마 모래시계로 관광지가 되기 전만 하더라도 누리호도 서지 않으려 하던 역이었다는데, 지금은 무려 KTX가 다닌다. 모래시계의 정동진씬을 보지 않은 나같은 사람도, 그 장면 관람보다 촬영지 방문을 먼저 하게 만드는군.

정동진역에서 지피지가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금진항까지 가는 건 112번 버스를 타면 한번에 갈 수 있다. 버스 번호가 112라 기억이 잘 되네.

지피지가 숙소 예약일이 되면 카톡으로 쏟아지는 주인장님의 메시지. 정동진을 구경하다가 숙소 오려면 어떤 버스를 어디서 어떻게 타면 되는지, 강릉시내에서 넘어오는 방법은 또 어떤지, 등등 빼곡하다.

"한편", 이럴 때는 이렇게 하면 되고, "한편" 저렇게 하면 된다는, 카톡 속의 "한편"이 따뜻하고 재미있다. 

정동진역 앞에서 탄 112번 버스는 심곡항을 거쳐 금진항까지 가는데, 도중에 드라이브코스로 유명한 헌화로 길을 거쳐 간다.

헌화로는 1998년 활성화되었다. 원래 정동진역에서 금진항까지 가는 심곡-금진 구간은 바다 쪽이 절벽으로 되어 있어 차로 왕래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 길 덕분에 기암괴석을 때리는 파도를 감상하며 강릉 게스트하우스로 버스 타고 갈 수 있다. 지피님 말로는 태풍 올 적마다 헌화로 폐쇄되서 오도가도 못하고, 집 정전될까봐 마음 조인단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부서진 벤치. 딱 봐도 태풍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살면서는 잘 느낄 수 없는 태풍의 무서움을 실감한다. 바람이 어떻게 불어야 이렇게 돼?

 

지피지가 게스트하우스 

원래 전형적인 2층 가정집인 것을 열심히 페인트칠해서 디자인하셨을 지피님의 노고가 느껴진다.

바다가 보이는 강릉 게스트하우스답게 내려갈수록 깊어지는 바다를 색칠하신 듯.

3일간 묵은 4인실, 남자 도미토리룸.

여름 성수기였는데도 코로나에 태풍에 등등의 사정으로 사람이 없었다. 나랑 또 한 친구만 3일동안 묵었다.

거실과 주방... 

지피님 왈, 컵을 장식용으로 산 게 아닌데 아무도 컵으로 물을 먹지 않는다고 ㅋ

게시판에 붙인 글에 또 말풍선을 달아 퇴실하면서 이불 커버를 벗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하는 지피님.

"지피는 넘넘 고마울 거에요"가 말풍선에서 "쥔장은 넘넘 감사할거에요"로 복습되고 있다.

아기자기한 방명록 쪽지들

사장님과 부사장님 덕분에? 부사장님?

지피님이 소개해 주신 덕분에 강릉 하슬라 아트 월드랑 심곡 바다 부채길이랑 정동진 주변 잘 다녔다. 순두부 짬뽕집도 맛있었고. 심곡 바다 부채길 걸을 때 도중에 비가 왔는데, 게하 야외 테이블 아래에 놓고 온 내 우산을 발견한 지피님이 차를 몰고 데리고 와 주시기도 했다.

나중에 보니까 이 강릉 게스트하우스 쥔장님 6시 내고향 양양편에도 출연하셨다. 겨울바다 서핑에 영혼을 빼앗긴 여자로 ㅋ 

주인장님이 몇 년 전 이곳에 강릉 게스트하우스를 내고 나서도, 낚시만 다니다가 최근에서야 서핑을 알았다고 한다. 파도에 치이다가 야생마를 길들이듯 파도를 타게 되는 스포츠에 매료되어 낚시광에서 점점 서핑광으로 변했더라는.

금진항에서 도보 15분 거리인 금진해수욕장은 서퍼들의 성지로, 해변에는 온통 서핑 용품 팔고, 서핑 교육하고, 배고픈 서퍼들 밥먹는 집으로 가득하다. 

바다 저편에 검은 쫄쫄이를 입은 펭귄 무리같은 사람들이 물에 둥둥 떠 있고 파도 한 겹씩 밀어칠 때마다 한 사람씩 파도를 집어타고 미끄러지는 모습이 짜릿하다. 나야 서핑은 전혀 모르지만 파도 한 번에 날아오르기도, 넘어져 물에 빠지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 번 오는 기회를 재미있고 멋지게 대처하고 싶은 마인드가 생긴다.

서핑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을 타고 주고 받는 말 같기도 하고, 시 한 편의 행간을 읽는 일 같기도 하고, 거시적으로는 생몰 년도 사이의 ~, 물결 모양 같기도 하고. 

그렇게 2020.08.08 ~ 08.11의 시간도 재미있게 서핑했다. 지피님도 오래오래 재미있게 서핑도 낚시도 게하 운영도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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