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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울

연세대학교 도올 김용옥 강연, 새 한국의 미래, 중국의 미래

Dondekman 2017. 5. 1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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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들어보니까 다르긴 다르더라.

어제 연세대학교랑 신촌 언저리에 다녀왔다. 유튜브동영상이나 TV로만 보다가 실제로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해박한 지식과 특유의 직설적이면서 촌철살인의 어휘구사가 좌중을 압도하더라. 



원래 이 강연은 연세대학교 연구원으로 있는 친구가 내몫까지 신청해서 함께 들으려던건데, 친구는 일 때문에 못온단다. 연세대학교 백양로 파리바게트에서 빵이랑 커피로 저녁을 먹는데, 여기 햄버거 조그마한 주제에 왜 이렇게 비싼거냐. 4900원이다. 수제버거 수준. 이거랑 단팥도넛이랑 아메리카노도 홀짝이며 노트북을 펼쳤다. 작업을 하면서 강연을 기다렸다. 

나는 친구한테 굳이 강연을 어디서 하냐고 묻지는 않았다. 여기저기 현수막도 걸리고, 사람들도 그쪽으로 우글우글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대체 어디서 하는거지? 백양로 지하를 한바퀴 돌며 친구한테 카톡도 보내보고, 문자도 보냈다. 

친구도 몰라서 주최측한테 물어보고 해서 생각지도 못하게 시간이 지연되며 분주했다. 이거 연세대학교까지 일부러 와서 강연도 못 듣고 커피숍신세 져야 하는 건가? 불안해졌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연세대학교 백양관에서 강연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입수, 카카오지도 덕에 잘 갔다. 백양관 강단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서있던 진행요원 여자 왈 출석 체크는 하셨어요?, 그거 해야 하나요? 했더니 그렇단다. 카운터로 가니까 명단에서 예약해둔 내 이름을 좀 더듬더니 찾아낸다. 그러면서 백설기 떡을 하나 주더라. 뭐, 엉뚱한 사람이 들으면 안되는 강연인가? 도올 선생님 테러할까봐? 생각했다는. 

나는 강당 중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강연은 30분 정도 경과한 강연은 서론 지나 한참 달아오르고 있다.


떡 선물 받았다.


이게 그 백설기. 다음날 점심 대신 먹었는데 간만에 먹는 떡맛이 생각보다 좋더라.


도올 김용옥 강연 "새 한국의 미래, 중국의 미래"


도올 김용옥의 거미다리 논법

예의 그 하이톤으로 이야기를 작렬시키고 있는 도올 김용옥. 이 분의 이야기는 다리가 많다. 거미처럼. 무슨 말이냐면 중국이라면 중국, 한가지 소재를 가지고 계속 밀고나가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야기, 한국이야기, 그리고 일본의 과거, 일본의 현재, 한국의 과거, 한국의 현재까지 두서없을 정도로 맥락을 이동하는 거다. 

나는 일본의 명치유신 이야기부터 들었다. 말씀하시길 다이쇼대장경을 만드는 사업처럼, 일본은 국내적으로는 학문적인 사업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우리나라를 침략하는 등 강도질을 한 수준낮은 나라라는 것. 이때만 해도 나는 그냥 일본 이야기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가 우리나라로 넘어간다. 그런 일본한테 임진왜란을 얻어맞고도 불과 30년 뒤에 비슷한 정치적 감각의 결여로 병자호란을 맞이한 우리나라가 등신이라고. 그러니까 임진왜란에서 명나라라는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백성들을 더욱 고생시킨 것도, 30만 대군을 조선에 파병해 명나라를 휘청이게 만드는 것도 그 맥락자체가 조선의 무지와 무능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조선의 헛발질. 청나라를 무시한 댓가로 병자호란을 불러들여 조선 노론의 무능은 그 극을 달리게 된다.  


<취권과 당랑권> feat 드렁큰타이거

역사 이야기에 열변을 토하시더니 연세대햑교의 경우 서양학문은 잘 공부하는데 국학이 약하다며 느닷없는 대학교 비판. 여기서부터는 우리나라 대학 이야기다. 도올 김용옥의 혀는 거침없이 지금 본인이 강연을 하는 연세대학교를 가리켜 100개를 줘도 MIT하나만 못한 학교라고 후려친다. 여기에 고려대학교는 이명박, 최순실의 지배자 논리와 맥락을 같이하는 학교라고 무너뜨려버리고. 

또한 아까 언급했던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불러들인 조선 노론의 맥을 잇는 장본인이 바로 서울대학교라며, 한국의 SKY가 일거에 수구세력이 되고만다. 근데 맞는 말이지 않나?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부터는 국학 이야기다. 동양과 서양의 학문은 실은 만나는 것이라고. 성경 로마서 12장, 네 몸을 영적인 재물로 바쳐라, 라는 말이 바로 대학 1장, 몸을 닦아 우주와 교통하려는 동양의 수신사상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란다. 그러니 여러분들 한학을 공부하십시요, 딴소리를 하나, 싶으면 이제 이야기는 동양학문과 어우러져 오늘의 주제인 중국과 연결된다.

시대와 소재를 마구 아우르며 이야기의 방향은 체계를 이룬다. 이 얘기를 왜 하나, 싶으면 그 다음, 다음 다음 이야기의 맥락과 이어진다. 이야기를 움직이게 하는 발은 수없이 많은데 가는 방향은 의도하지 않은듯 자연스럽게 가고 있다. 취권처럼 즉흥 유연하고 당랑권처럼 날카롭다.드렁큰타이거 노래제목? ㅋㅋ 명강사는 명강사구나.  



시진핑과 문재인의 공통점

이제부터는 중국에 대한 이야기다. 모택동[링크]은 중국을 장악하기 전까지는 좋았으나, 장악하고 난 뒤에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지도자다. 그리고 등소평같은 경우 중국을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최근 등장한 시진핑이야말로 가장 지도자가 될 것 같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지도자가 된 사람이었다고 했다. 시진핑은 중국 최초의 인간적인 지도자이며, 그리고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19대 대선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된 문재인도 시진핑과 같은 노말가이 아니냐고 그랬다. 철학 충만하고 말 잘하기로는 심상정이 낫고, 문재인은 좀 뜨듯미지근하여 대통령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고 말이다. 도올은 이게 역사적으로 획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보통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는 것, 말이다.


한국이 중국을 깊게 알아야 하는 이유

도올 김용옥은 사드를 철회하고 중국과 대화해서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북한과 진정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우리는 너무 북한을 몰라 북한이 뭘 원하는지 몰라! 라고 일갈한 도올은 우리가 먼저 약속 안지킨 것도 많고, 북한이 저렇게까지 핵에, 미사일에 휘둘릴 수밖에없는 상황을 만들어왔다고 통탄해한다. 북한과 왕래와 교류를 해야하는데, 그러기에는 한국사회가 너무 낡아있었다고 말이다. 국민들의 사고력은 제약되었으며, 한국 젊은이들의 생각조차 암암리에 위축된 상태라고.

도올은 북한의 체제와 남한의 현실을 동시에 인정해야하며, 북한의 방식을 리스펙트해야한다고 했다. 남북통일이라는 말은 누가 누군가에게 흡수당하는 이야기이므로, 본인은 그것을 반대하며 일단 왕래와 교류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게 시작이자 모든 것이다. 카테고리칼한 공화정이니 연합정이니 하는 것 필요없고 왕래부터 시작해서 자생적인 남북공동체로 나아가자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중국과 대화를 해야하며, 중국과 대화를 하기위해서는 중국을 깊게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문화적 저력만이 살길

도올은 우리 모두 죽도록 공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은 나이 70에 새책을 안보는 날이 없단다. 아마존서점에서 어찌나 많은 책을 샀는지 아마 아마존 측에서 본인을 조사할 거라고. 양주동 선생은 자기 머리를 국보라고 했지만, 본인은 한술 더 떠 자신을 우주라고 부른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곧죽어도 방속에서도 우주를 움직인다!!

본인은 공부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진리를 가지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인생의 다라고. 인생관을 피력한다. 김용옥 선생님은 우리에게 세계 어떤 석학과 대화해도 뒤지지않는 막강한 지식을 획득하자고 웅변한다. 그렇게 강의를 마무리지었다.



강의 끝나고, 주최측에서 조그만 선물이라면서 케이크를 전달했다. 생신이었던가? 아, 스승의날 특집 강연이지, 어쨌든 열띤 강의를 듣는동안 내 곁에 둔 백설기떡은 다 식었고.



연세대학교 백양로[링크]를 나서는 길. 지식의 굽이굽이진 산맥을 3시간 넘게 오르내리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뭔가 속에 꽉 들어찬 듯한 느낌. 연세대학교의 백양로의 독수리가 더 아름다워보인다.


책 선물 받았다.


연세대학교 강연 온 사람들에게 도올 김용옥의 신간 <도올, 시진핑을 말한다>가 한권씩 돌아갔다. 

강연은 강사의 일방통행이면서도 청중과의 보이지 않는 대화가 녹아있다. 그래서 강연자리는 배움터지만, 한편으로는 강사를 상대로 하는 싸움터이기도 하다. 그런데 워낙 더럽게 아는 게 많은 도올 김용옥이라 나는 일찌감치 포위될 수밖에. 선생님 소리가 절로 나왔다.

70의 나이에도 매일 새로운 책을 본다는 도올 선생님. 부럽다. 나도 나를 그렇게 만들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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