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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제주

성산일출봉, 제주도의 보석함

Dondekman 2017. 3. 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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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여행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성산일출봉을 선택하겠다. 성산일출봉은 제주도를 집약시켜 놓은 압축파일과 같다.



어제 오후에 더위로 인해 미뤘던 성산일출봉 등반에 나섰다. 성산일출봉은 그간 제주도에 왔을 때 빠짐없이 들르던 코스다. 따져보니 7년에 한번꼴로 4번째 오르는데 한여름 여행은 처음이다. 


제주도의 가장 동쪽, 성산일출봉은 보석함을 닮았다. 성산일출봉의 매력은 검은바위와 초목의 색이 어우러져 바라보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 각각 성산일출봉을 오르면서, 성산일출봉은 그때마다 다른 모습을 선사했다. 전날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서도 성산일출봉에 가야한다고 했던 아버지의 선언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제주도에 왔다면 성산일출봉에 가야한다. 제주도의 여행지 5개에 성산일출봉을 포기해야 한다면 나는 성산일출봉 편을 들고 싶다. 나 어릴 적, 초등학교 미술교과서에 유채꽃밭 배경으로 멀리 솟아있는 성산일출봉의 모습이 있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교과서 삽화 중 하나로 남아있다.  



밑이 까마득하다. 성산일출봉의 높이는 182미터로, 높이는 별개 아닌데, 올라오는 경사는 제법 가파르다. 굽이굽이 계단을 올라오며 한번씩 밑을 확인하면서 올라왔다. 멀어질수록 더 투명하게 보이는 성산포의 바다에 마음이 맑아졌다.

성산일출봉 자체가 남쪽 나라의 이국적인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데, 들려오는 소리도 이국적이다. 주변의 말소리는 중국어고, 하다못해 쉬어갈만한 곳에 자리잡은 상인들까지 중국어로 호객한다. 중국의 남부지방에 온 듯 하다. 우리 가족 외에는 다 중국인인 것 같은 것은 이 기분. 


독수리 바위


올라오면서 본 독수리 모양의 바위다. 성산일출봉은 돌로 된 산인 만큼 기암괴석이 많은데, 이게 가장 눈에 들어온다. 팻말은 없지만 굳이 팻말이 없어도 될 정도로, 누가 어떻게 봐도 독수리 모양이다. 용 머리를 닮은 제주도의 용두암은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가서 봐야 하는데, 이 독수리 바위는 그와 쌍벽을 이루기에 손색이 없다. 



성산일출봉에 다 올라오자 성산리와 멀리 서귀포가 내려다보인다. 깊이와 거리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서귀포 앞바다의 신비로운 물빛,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성산일출봉과 제주도가 연결되는 지점을 보고 있으니까, 성산일출봉은 처음에는 제주도와 떨어져 있었던 섬이었다는 사실이 생각난다. 제주도는 260만년~120만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데, 10만년 전부터는 제주도 주변의 기생화산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성산일출봉이 생긴 것도 이 때의 일. 성산일출봉은 약 2만년 전부터 제주도와 연결되었다고 한다. 


분화구


성산일출봉에 오르면 둥근 접시를 산 위에 올려놓은 것 같은 분화구를 볼 수 있다. 일부러 조경한 것처럼 풀밭이 깔려있다. 분화구의 직경은 600미터로, 커다란 그릇같다. 4m 깊이의 분화구에는 제주도의 토종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나무는 별로 없고, 분화구 외곽에 있는 식물들과 안쪽의 식물들이 다르다. 여기서 나는 억새나 띠같은 것들은 일대 주민들이 땔감이나 초가지붕 이는 재료로 써 왔다고 한다. 성산일출봉이 보석함이라면 이 분화구는 커다란 보석을 놓는 자리다.

사진에 있는 무료 해설은 오전 9시부터 15시까지, 상시해설이라는데 우리 갔을 때는 없었다. 우리가족은 이곳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주변에 중국인들 뿐이라서 사진은 개중 큼직한 카메라를 메고 있던 젊은 사람에게 부탁했다. 근데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하지? 나는 take a picture, 어쩌고 그랬던 것 같다. 


우도쪽 탐방로


하산길은 올라왔던 길과 반대편, 우도쪽 성산일출봉 탐방로로 내려왔다. 현무암 바위가 바다로 띄엄 띄엄 떨어져 나간 곳에는 집 한 채가 있고 해녀식당이라고 써 있다. 여기 선착장에서는 Z보트 소리가 들렸다. Z보트 소리라니까 좀 이상한데 정말 Z보트에도 소리가 있다. 위잉 했다가 한박자 텀을 두고 다시 위잉, 한다. 그리고 들려오는 환호성 + 비명소리.



이쪽 탐방로로 내려오면 해안쪽 성산일출봉의 절벽을 볼 수 있다. 커다란 석판에 푸른색 유화물감을 눌러 짠 듯 하다. 장관이다. 성산일출봉이 있어, 일본의 오키나와도, 미국의 하와이도 부럽지 않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 것 같다.


성산리쪽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도 가파르지만 뒷쪽은 더 가파르다. 성산일출봉이 이렇게 절벽으로 된 그릇 형태가 된 것은 화산이 분화될 때 덜 격렬하게 폭발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용암은 1000도 이상이다. 이 용암이 해저에서 뿜어질 때 갑자기 차가운 물과 만나면 폭발이 일어난다. 이때 폭발력이 크면 화산물이 넓게 퍼지고, 폭발력이 작으면 용암의 점성에 의해 원뿔형에 가깝게 되는 것이다. 화산의 폭발력이 작았던 덕분에 성산일출봉이 지금처럼 응집된 형태가 된 것이다.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제주도 곁의 또다른 섬인 우도가 눈에 들어온다. 아련하다. 성산일출봉의 북쪽과 남쪽으로는 각각 우도와 섭치고지가 있다. 다음에 제주도에 오면 두 곳도 가고 싶다. 제주도에 오면, 자꾸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진다.

이렇게 해서 처음의 성산일출봉 등산로 입구로 돌아오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천천히 돌아보는데 보통 50분 ~ 1시간 걸린다고 하며 등산로 입구에서 분화구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입장시간, 요금, 대중교통

성산일출봉은 계절별로 입장시간이 다르다. 여름에는 오전 5시에서 20시, 봄, 가을에는 5시 30분에서 19시 30분까지, 겨울에는 오전 6시에서 19시까지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10명 이상의 단체가 1600원이다. 이밖에 7세 이상 어린이, 청소년, 군인이 전부 1000원, 단체 800원이다. 무료입장 대상자는 6세 이하의 영유아나  65세 이상, 그리고 장애인이다. 1급~3급의 경우 장애인 본인과 더불어 보호자 1명까지 무료다. 이밖에 제주도민의 경우 배우자 및 직계가족까지 무료이며, 5.18 희생자 유족을 비롯해 국가유공자, 공무수행자도 그냥 입장할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성산일출봉으로 가려면 701번(동일주) 버스를 타고 성산리 사무소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이때 701번 버스 중 성산 경유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오조 정류장을 경유하는 버스를 타서는 안되니, 초행자라면 반드시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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